이낙연 역할론 띄우기 나선 친낙계, 비명계 결집 꾀하나?
이낙연, 계파 갈등 넘어서 민주당 구원투수 될 수 있을까?
국힘도 이낙연 귀국에 관심, 김병민 “野 내적 갈등 본격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여,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여,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사법리스크를 비롯해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논란이 연달아 터짐에 따라 친명계(친이재명)와 비명계(비이재명)로 나뉘어져 있던 민주당의 계파 간 갈등 양상도 더욱 고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비명의 중심축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정치 거물의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24일 귀국하면서 위기에 놓인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 ‘못다 한 책임 다하겠다’ 포부 밝힌 이낙연 귀국에 쏠리는 눈, 왜?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양대 산맥을 이뤘던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연수를 마치고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정치활동 재개의 뜻을 밝히고 나섰는데, 이 전 대표는 입국장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제 책임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저의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이제부터는 여러분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공항에는 비명계로 분류되는 친낙계(친이낙연) 의원들과 지지자들 1500여 명이 결집해 문전성시를 이뤘는데,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그간 구심점이 없던 비명계가 이 전 대표의 귀국을 고리로 하여 동력을 되찾는 듯한 기류가 흘러 이 전 대표가 민주당에 새바람 효과를 가져다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뜨거운 환대를 받으며 돌아온 이 전 대표는 당분간은 직접적인 중앙 정치 행보보다는 전국 순회강연 등으로 강연 정치를 통해 정국과 민심을 살피며 신중한 접근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분위기였는데, 이는 민주당 현 지도부가 친명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견제 작용 심리가 작동될 게 뻔한 상황인 만큼 사법리스크 및 검찰 수사 등 외부적 변수 요인들과 맞물려 당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를 둘러싸고 있는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중인 상태에 놓여있고 최근에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까지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요구서가 국회로 날아오게 될 경우 이 대표의 상황이 언제 어떻게 격변하게 될지는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당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낸 사건인 돈봉투 의혹과 코인 투기 의혹도 모두 이 대표의 측근(송영길 전 대표, 김남국 의원)이 사건의 핵심인물로 꼽히고 있는 데다가 이 대표의 당대표 취임 1주년 평가 요구도 쇄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 대표의 정치적 위기·위험 상황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에 사실상 시간은 이낙연 전 대표의 편에 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군다나 현재 김은경 혁신위도 활동을 본격화하고 나섰지만 이들이 앞으로 내 놓을 활동 결과물드이 비명계에서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혁신안을 도출한다면 결국은 이 대표의 허수아비 혁신위로 전락하면서 비명계의 공격에 명분을 주는 셈이 되어 사실상 그 화살은 모두 이재명 대표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 형국인 것이다.

◆ 이낙연 귀국으로 동력 찾은 친낙계, 신경민 “이낙연 악마화는 이재명 때문”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이낙연 전 민주당 당대표(우). 시사포커스DB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이낙연 전 민주당 당대표(우). 시사포커스DB

그래서인지 이날 이낙연 전 대표를 따르는 인사들이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을 띄우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나선 모습도 보여주며 동력을 되찾아 가는 분위기가 엿보였는데, 실제로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신경민 전 의원은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당내에서 이 전 대표가 낙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이 전 대표를 최대 라이벌로 생각하고 ‘이낙연 악마화’에 무관하다고 저희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으면서 “(이낙연 전 대표를 악마화하려는 것은) 결국 대선 패배의 책임은 이낙연이었다고 보는 것으로, (이재명 대표의 강성지지층인) 개딸들 중심으로 그 논리를 1년 이상 확장해온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신 전 의원은 “사실 이 전 대표는 최선을 다했는데,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 패배 문제를 이 전 대표에게 책임을 지우는 건 너무나 정의롭지 않은 일이다”며 “이는 이심전심으로 이낙연 악마화에 앞장 서 있는 사람들은 이것을 이재명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그는 ‘이낙연 낙향론’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이 전 대표를 폄하하거나 이 전 대표가 조용히 있기를 정말로 바라서이기보다는 당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충정일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그러나 충정 끝에 당내 문제는 지금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해서 풀어보겠다고 하는 건데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은 시간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본다”고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신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이 전 대표에게 먼저 전화를 건 것에 대해 “(두 분의 대화에서) 의미 있는 얘기는 없었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이재명 대표는 라이벌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고 꼬집으면서 당내 이 대표의 지지자와 이 전 대표의 지지자가 충돌할 가능성에 대해 “이것은 이재명 대표가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견제구를 놓기도 했다.

더 나아가 그는 이 전 대표가 강연 정치를 통해 당내 현안에 대해서도 얘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는데, 신 전 의원은 “(당 문제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오래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다. 북토크에서 자연스럽게 나라에 대한 문제와 함께 민주당에 대한 문제 등 국내외와 국제적인 현안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 곧 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이낙연 역할론 띄우는 비명계 vs 이낙연 인정하기 싫어하는 친명계

(왼쪽부터)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시사포커스DB

또한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이 전 대표의 ‘못다 한 책임 다하겠다’는 귀국 발언과 관련해 이 전 대표의 센 발언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면서 “이분은 단어 하나하나를 골라 쓰는 등 굉장히 신중해서 시중에는 ‘엄중낙연’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결국은 본인이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서 ‘좀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이런 각오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윤 의원은 “어찌 됐든 본인이 지금까지 했던 정치와는 조금 더 다르게 사안을 보고, 또 적극적으로 임하게겠다는 그런 정치 각오의 표현”이라면서 “다만 본인이 어떤 길을 가게 될 거냐는 건 본인만의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당의 상황과 그 다음에 당이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서 (정치적) 공간을 열어줘야 된다. 이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부분들이 분명해져야 된다”고 말해 사실상 친명계 지도부를 향해 이 전 대표의 정치활동 공간을 내어 달라고 압박하고 나선 모습으로 비춰졌다.

뿐만 아니라 친이낙연계의 이개호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이 전 대표가 ‘못다 한 책임’을 언급한 것에 대해 “정치 재개로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분석했으며, 이재명 대표가 이 전 대표를 향해 ‘백지장도 맞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그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해서 당이 좀 안정을 되찾고 단합을 해서 내년 총선에 승리해야 된다는 그런 큰 뜻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반면 친명계에서는 이 전 대표가 비명계의 중심점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날을 세우면서 강하게 부인하는 모습이 엿보였는데, 실제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은) 굉장히 떨어진다. 거의 한 자리에서도 약간 5% 밑쪽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걸 어떤 식으로든지 올리는 게 중요하다. 어느 정도 올라와야 그래야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경쟁 구도가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현 부원장은 “이 전 대표는 당내에서 아무리 뭘 해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아마 본인의 주된 목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게 야당 주자로서 아마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꼬듯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전날(25일) 자신의 서울 종로구 자택 인근에서 자신들의 측근 의원들과 만나 함께 만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더욱이 이 전 대표는 강연 등 정치활동 재개를 위해 본인의 자택 인근에 사무실도 마련해 놓은 것으로 확인되어 사실상 자신의 정치활동에 시동을 걸은 상태이고, 오는 7월 이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은 이 전 대표가 참여하는 심포지엄 또는 토론회 형식의 행사까지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여권도 ‘이낙연 귀국’에 촉각 세우며 견제구, 김병민 “민주당 내적 갈등 본격화”

(왼쪽부터)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시사포커스DB

한편 여권인 국민의힘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으로 인해 민주당의 내홍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였는데,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전 대표 귀국으로 민주당이 술렁이는 것 같다”며 “한 여름철, 맛있는 수박 한 입을 배워 먹을 때도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치욕적 상황이 민주당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른바 ‘수박왕’으로 불리는 이낙연 전 대표가 들어왔기에, 민주당의 내적 갈등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얼마 전에는 이 전 대표를 민주당원에서 영구 제명해야 한다는 청원에 수만 명이 응답한 적도 있었는데,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런 모든 갈등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이낙연 당시 후보가 터뜨렸기 때문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으면서 “이 전 대표의 귀국을 단순히 민주당의 내적 갈등으로 한정해 볼 것이 아니라, 대장동 문제 등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진실 규명 의지가 과연 민주당 내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척도가 돼야 될 것”이라고 공격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잘못한 일이 있으면 응당 고개 숙여 사과하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지고 사법적 처벌도 받아야 할 텐데”라면서 “당 대표 스스로가 사법 리스크의 한복판에 서 있으면서도 모든 책임을 회피하니 민주당 전체의 윤리적 기강이 바로 설 리 만무하다”고 지적해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정리해주길 에둘러 주문하고 나선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황규환 국민의힘 수석부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이 전 대표의 귀국에 대해 “그동안의 행적을 기억하는 국민 입장에선 그저 ‘반갑지 않은 손님’일 뿐”이라면서 “누더기 부동산 정책과 망국적인 탈원전 정책, 근본 없는 소득 주도 성장 등 문재인 정권의 숱한 무능과 실정에서 이 전 총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규환 수석부대변인은 “온갖 성 비위와 내로남불, 안보 불감증과 입법 폭주로 상징되는 지금의 민주당이 되기까지 이낙연 전 총리의 책임 또한 결코 적지 않다”고 쏘아붙이면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못다 한 책임’ 운운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 걱정하게 만든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무능과 실정에 못다 한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라고 비판해 사실상 이 전 대표가 강연 정치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고 나선 모습도 보여줬다.

이렇듯 이 전 대표의 정치적 활동을 위한 대립 구도는 당 밖은 당 밖대로 당내는 당내대로 치열한 상황이기에 이 전 대표가 어떤 행보로 정치 활동 재개에 성공할지 또 당내 계파 갈등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그 과정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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