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정치 행보 보여주는 정치 고수 이낙연에 쏠리는 눈
이낙연 행보에 촉각 세운 민주당, 연일 이재명 빠른 만남 재촉
이재명과의 만남, 이낙연에 도움 안된다는 경고도 솔솔 이어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과거 서울 중구 한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마치고 브리핑 장소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과거 서울 중구 한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마치고 브리핑 장소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미국 1년 연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 복귀를 위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행보로 주위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전 당대표들의 정치 행보가 당내 결집과 안정에 도움이 안된다고 평가하는 듯한 기류가 엿보였다.

◆ 돌아온 이낙연, 교과서적인 정치 행보 보여 주며 관심 끌기 성공?

호남 출신의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귀국하면서 ‘저의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정계 복귀의 뜻을 밝혀 민주당의 구원투수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여줬으며, 대선 후보 경선 패배 이후 이 전 대표는 관례적이고 교과서적인 정치 행보를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어 정치 고수 면모와 함께 안정감까지 더해 주고 있다는 평가가 정치권 일각에서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귀국 후 최초의 민주당계 정당 소속으로 탄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를 첫 공개 행보로 하였고, 이후 첫 주말에는 자신의 정치 지지 기반인 호남 일정을 잡아 자신의 선친묘소를 찾아뵌 이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하고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순차적으로 찾아가는 일정을 보여줬다.

더욱이 이 전 대표는 조용한 행보를 보여주면서도 정치적 무게감이 실린 발언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는 “김 전 대통령은 제 정치의 원점”이라고 밝혀 자신이 민주당의 전통성 있는 정실·적자 정치인임을 상기시켜 줬다.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참배한 이후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참배한 이후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또한 그는 지난달 30일 찾은 광주 5·18 묘역 참배 이후에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미흡하다”고 지적한 데 이어 전날(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는 “대통령님, 대한민국이 원칙과 상식의 세상으로 다시 서도록 못난 후대들을 깨우쳐 주십시오”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으며 심지어 참배 도중에 잠시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까지 보여주어 사실상 지금의 민주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더군다나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뵌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통령님과는 나라 걱정, 민주당 걱정을 포함해 여러 말씀을 나눴다”고 밝혔는데, 다만 그는 문 전 대통령의 당부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해 “당부 말씀은 있었지만, 말하기는 어렵다”고 궁금증까지 자아내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촉구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 “정치인들이 말하는 그런 줄다리기가 있진 않다”고 잘라 말하면서 “회동 일정은 조정하고 있을 것인데, (이 대표와는 이미) 인사를 드리고 난 다음에 뵙는 걸로 얘기가 됐었고, 아직 인사가 남아있다”고 말해 이 대표와의 회동에 대한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짐작케 했다.

◆ 이재명 만남 일정 지지부진, 안민석 “혁신위가 두 분 만남 주선해 줬으면”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이낙연 전 대표, 이재명 대표.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이낙연 전 대표, 이재명 대표. 시사포커스DB

그래서인지 이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대해 친명계(친이재명)에서는 다소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는데, 즉 이 전 대표의 정치 행보가 이재명 대표 체제의 지도부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튀어 나왔다.

실제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제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방송을 통해) 다른 행보를 하기 전에 이재명 대표를 만나시라고 충언을 드렸는데,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 전 대표는 지금 통합보다는 갈등과 논란을 일으키는 그런 행보를 하고 계신 거다. 결국에는 이게 당의 분열을 촉진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안 의원은 “그래도 이 전 대표가 분열을 초래하는 의도를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 “당의 지도자이자 당의 어른으로서 당을 통합이 아닌 분열의 길을 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이어 그는 “이걸 수습할 만한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며 “지금 당의 통합과 혁신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분이 김은경 혁신위원장이다. 그렇기에 혁신위원장이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두 분의 만남을 주선하시라고 제안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김 위원장이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에 대해 “일타쌍피”의 효과가 있다면서 “김 위원장의 존엄과 권위와 위신이 높아질 수 있고,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두 분 모두도 누군가가 뺨을 때려주기를 원하는 심정일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더군다나 그는 “이 전 대표는 지금 정치 복귀 수순을 밟고 계신다”고 상황을 짚으면서도 이 전 대표가 대권 행보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권은 누구든지 본인이 욕심을 낸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길은 국민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 지도자의 1차적인 덕목은 통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의 길을 만들기 위해 이재명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금 우리가 내부에서 이렇게 싸울 때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 두 사람 만남 두고 찬반 엇갈려, 박지원 “화답할 때” vs 추미애 “찢어질 뿐”

박지원 전 국정원장(좌)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우). 시사포커스DB
박지원 전 국정원장(좌)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우). 시사포커스DB

뿐만 아니라 ‘정치 9단’이라고 불리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노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와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온 이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대해 “도의상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국민은 누구나 정치 행위로 본다”며 부정평가를 내렸다.

박 전 원장은 “저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갔을 때 두 분이 벌떡 일어나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왜 여기 왔느냐. 먼저 이재명 대표와 만나서 손잡고 대여투쟁 해라. 그리고 시간이 있으면 나한테 와라’고 이런 말씀을 하셨을 것 같다”며 “솔직히 문 전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고 했는데, 문 전 대통령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을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전 대표는 합리적인 분이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 민주당 당원들이 걱정하는 것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이제 화답을 할 때인 것”이라고 덧붙여 사실상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재촉했다.

반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전날 유튜브채널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하여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회동 일정과 관련해 “저는 이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그랬다는데, 사실 지금 상태로는 맞들면 찢어진다”며 “맞들면 나은 게 아니다. 방향이 다르기에 찢어진다”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추 전 장관은 “아무 개혁도 안 하고 두루뭉술 현상 관리만 하면서 지지율만 전전긍긍한다. 그러면서 또 표를 달라고 그러면 신용이 다 떨어졌는데 누가 표를 주느냐”고 반문하면서 사실상 현 지도부의 태도와 방향이 잘못 나아가고 있다는 점과 이 전 대표와 이 대표의 정치 철학이 다르기에 함께 할 수 없다고 지적하여 두 사람의 만남에 재를 뿌렸다.

◆ 조응천, 재 뿌리는 추미애에 “탁란 정치, 민주당에서 정치할 마음 없는 것”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민주당에서 탈당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우). 시사포커스DB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민주당에서 탈당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우). 시사포커스DB

한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방향이 다르면 백지장은 찢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추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 대표는 어떻게든 지금 당권을 쥐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끌어안고 통합을 해서 당력을 모아가야 하는 그런 입장인 데 비해 추 전 장관은 선명성을 강조하고 저런 결이 다른 사람하고는 갈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안 그래도 취약한 상황에서 이게 구심력을 가장한 원심력으로 작용하게 되면 굉장히 혼란한 상황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조 의원은 최근 추 전 장관이 소신 발언(민주당의 TV수신료 반대는 내로남불 행태)과 폭로성(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에게 장관직 사퇴 요구를 했었다) 발언으로 당내 불협화음을 조장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거에 대해 ‘탁란 정치’(뻐꾸기가 다른 둥지에서 알을 낳아 대신 키우는 것)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남의 새는 그게 뻐꾸기 알인 줄 모르고 품어주고 모이를 물어다 주는데 나중에 뻐꾸기 새끼가 훨씬 더 커서 자기 새끼를 다 잡아먹는다. 그리고 둥지를 차지한다”면서 “문 전 대통령까지 이렇게 비난을 하고 전방위적으로 난사를 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민주당 내에서 정치하려는 마음은 없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한 민주당에서 탈당했던 양향자 의원도 이날 조선일보 유튜브채널인 ‘배성규·배소빈의 정치펀치’에 출연하여 “이재명 대표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는데 이낙연 전 대표와 맞드는 백지장이 찢어질 수도 있다”며 추 전 장관과 비판의 결을 같이 했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설사 당이 쪼개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년 총선까지 민주당은 양측의 갈등으로 인한 수렁에서 계속 헤매게 될 것”이라고 민주당의 앞날을 점치면서 급기야 “추 전 장관이 이재명 대표 측에서 서서 친문을 공격하는 것 같은데, 사실 추 전 장관의 즉흥적 언행은 이 대표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평가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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