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사 부실검증’에 이재명 책임론 제기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인 이재명, 돈봉투·코인 사건까지 터져 이중고
李에 자충수 되어버린 이래경 사태, 혁신위 주도권까지 뺏길 위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과거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과거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의 구도로 나뉘어져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내 쇄신을 외치며 결의했던 새로운 혁신기구에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혁신위 수장으로 앉히려고 했다가 ‘천안함 자폭’ 등의 과거 발언에 발목이 잡혀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또다시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며 정치력의 한계에 봉착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 사법리스크·돈봉투·코인에도 버텼던 이재명, 혁신위원장 부실 검증 도마위

그간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 등 여러 가지 논란에 휘말리면서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대표는 친명계 의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친명 체제 지도부 구축으로 다양한 위기를 극복해 왔었지만, 최근 자기 진영의 인사들과 관련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비롯해 ‘김남국 의원의 코인(가상화폐) 투기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늑장 대처와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반대 진영인 비명계 의원들에게 리더십의 흠을 잡혀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쇄신 의총(의원총회)을 통해 결의된 새로운 혁신위 구성을 놓고 친명계와 비명계가 혁신위의 주도권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는데, 비명계에서 먼저 ‘전권 혁신위’를 요구하고 나서자 이에 당황한 친명계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듯 ‘혁신위는 혁신안을 만드는 기구’라고 선을 그으며 혁신위에 최고위의 권한을 내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그래서인지 이재명 대표는 지난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둘러 새로운 혁신기구 수장에 친명으로 분류되는 인사인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임명하겠다고 깜짝 발표하면서 “혁신기구의 명칭과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 그리고 지도부는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이다”고 공언하며 혁신위 구성 잡음을 마무리 지으려는 듯했다.

이재명 대표가 서둘러 혁신위 구성을 하려 했던 이유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오는 24일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이 가능한 이낙연 전 대표도 귀국하는 일정에 있기에 비명계에게 혁신위를 뺏기지 않기 위해 일정에 다급함을 느꼈을 것이며, 또한 그간 새 혁신위원장에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하는 구인난을 겪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흔들리는 리더십의 위기에 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빠른 결정으로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고 했을 것이라는 분석 등이 흘러 나온다고 관측했다.

다만 문제는 성격이 급한 탓에 이 대표가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해 되려 부실 검증 논란에 휩싸이면서 결국 자충수가 되어 버린 꼴로 치명상을 입게 된 형국이었는데, 실제로 이래경 이사장의 낙마로 인해 비명계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부실 인사검증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사퇴까지 촉구하는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이래경 이사장은 지난 지난 2019년 이재명 대표가 당시 경기도지사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았을 때 구성된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에 대표 제안자로 이름을 올려진 편향된 인사로 알려져 있었기에 비명계에서 탐탁치 않아 했고, 무엇보다도 현충일을 앞둔 시점에 이래경 이사장이 과거 ‘천안함 자폭’ 발언을 했던 것이 크게 이슈가 되면서 여야를 막론해 그의 자질에 문제 제기까지 하여 결국 임명된 지 반나절 만에 자진 사퇴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이사장의 낙마를 고리로 하여 비명계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친명 체제의 지도부를 향해 부실 검증과 이 대표의 잘못된 판단력에 대한 책임론을 꺼내 들면서 강하게 공세를 하고 나선 것으로,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낙마 사태를 계기로 당의 쇄신과 혁신에 대한 주도권을 비명계 의원들에게 완전히 뺏기게 됐다고 분석되면서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의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는 점에 있다.

◆ 비명계, 이래경 사태 고리로 이재명 책임론 분출 “李 결함과 한계 보여”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좌), 이재명 대표가 과거 인천 계양산에서 자신의 지지자들과 만남을 갖고 있는 모습(우). 사진 / 시사포커스DB(좌), ⓒ뉴시스(우)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좌), 이재명 대표가 과거 인천 계양산에서 자신의 지지자들과 만남을 갖고 있는 모습(우). 사진 / 시사포커스DB(좌), ⓒ뉴시스(우)

실제로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혁신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당 지도부에 일방적 통보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이재명 사당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강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는데, 김종민 의원은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많은 의원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것은 천안함 자폭설 등 발언 문제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친이재명 인사를, 친이재명 중에서도 아주 강력한 지지 의사를 갖고 있는 분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종민 의원은 이래경 이사장의 임명을 두고 “이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더 강화하는 길로 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여줬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하게 보는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사실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 잘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으로 민심이 안 오고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고 국민의 민주당으로 가야 된다는 것이 이번 혁신 논의의 핵심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재명 체제의 문제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혁신위원회를 만들어서 전권을 맡긴다면 한번 우리가 길을 개척해 볼 수 있다”며 “그런데 당 지도부에서 그럴 생각이 없고, 이재명 체제의 연장선상에서 이재명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혁신위를 구상하겠다고 한다면 이재명 체제가 근본적으로 계속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상민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부터 자신의 결함이 안고 출발했고, 여러 리더십 발휘해야 하는 중요한 대목에서 제대로 발휘도 못 했다. 그리고 돈 봉투 사건이나 최측근 김남국 의원 코인 건에서도 매우 부적절한 대응을 했다”며 “(이는) 이 대표의 결함과 한계이기 때문이다. 이를 제거하려면 이 대표가 스스로 퇴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사실상 사퇴 촉구에 나선 모습을 보여주기고 했다.

더욱이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다시 인선하고 나설 것에 대해서도 불신의 목소리를 냈는데, 그는 “아무리 혁신위를 구성한다고 할지라도 이번에 드러났듯이 자기 쪽에 기운 사람을 하지 않겠느냐. 그것은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혁신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혁신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더 나아가 이상민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결국 이재명 대표 쪽에 있는 사람을 고르다 보니까 그런 문제가 생긴 거라고 본다. 결국 이재명 대표 체제의 강화를 목적에 뒀기 때문”이라면서 “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온전치 못함으로부터 비롯된 것인 만큼 이재명 대표의 거취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당을 위해서도 이재명 대표가 사퇴를 하루라도 빨리 해야 된다”고 저격했다.

심지어 송갑석 최고위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혁신위원장 임명은 최고위와 협의를 거쳐 당대표가 임명하는 것으로 어쨌든 당대표 권한이다”면서도 “그런데 협의라고 하는 것이 저도 그렇고 아무도 이 이사장이 누군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되어 아쉬운 면이 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 이 분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주었더라면 결과적으로 인사 참사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한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김영진, 비명 향해 “기승전 이재명 사퇴론 말라, 대안 가진 비판해야”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영진 민주당 의원.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영진 민주당 의원. 시사포커스DB

반면 ‘친명계 7인회’로 알려져 있으며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비명계의 ‘이재명 퇴진론’에 대해 불쾌감을 표하며 “기승전 이재명 사퇴론, 기승전 이재명 책임론도 적절한 대안은 아니다. 민주당에서 같은 우물물을 먹는 사람으로서 애정을 가진 비판, 그리고 대안을 가진 비판을 했으면 좋겠다”고 씁쓸함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진 의원은 “이상민 의원이 생각하고 있는 혁신위원장 후보를 복수로 많이 추천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비꼬면서 “민주당이라는 큰 배가 잘 갈 수 있도록, 터진 곳이나 잘못된 곳을 같이 보수해나가고 혁신해나가는 전기로 삼고 건설적인 대안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하게 능력 있는 혁신위원장 후보들을 추천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반박했다.

더 나아가 김 의원은 이 이사장의 낙마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돼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더 차분하고 진중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게 진행되지 못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면서도 “그러나 혁신위원장과 관련해 거론되거나 추천된 분들에게 연락해보고 검증해보면 고사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 고난의 일을 하시려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혁신위원장이 꽃길이 아니라 아무리 잘해도 5대5로 욕을 먹는 자리인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다만 ‘정치 9단’이라고 불리는 민주당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을 향하는 정치탄압이 겹겹이 쌓여 가는 이때에 잘하지는 못할 망정 실수하면 누가 박수를 치겠느냐”면서 “이재명 대표는 사과하고 끊어 내야 한다”고 조언하고 나섰다.

박 전 원장은 “혁신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하루 전 밤 최고위에서 당 대표가 통보, 다음 날 아침에 발표했다면 밤사이 최고위원들을 포함, 지도부가 SNS 검색만 했어도 천안함 자폭, 코로나 발원 미국 등의 주장을 알았을 것이며, 아침 발표 전이라도 반대 의사를 밝혀야 했지 않았을까”라고 꼬집으면서 “홍영표 의원이 발표 두 시간 만에 이 사실을 발견, 반대 의사를 밝히신 것은 잘한 일이다. 그리고 이재명 대표가 즉각 자퇴시킨 것은 잘한 결정이고, 이래경 선생도 현명한 결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그는 “저는 현 상황에 대해 대표께서 대국민, 당원 대상 사과를 하고 천안함 함장에 대한 비난도 사과하라 요구했다”며 “모든 것을 대표 책임으로 돌리고, 또한 천안함 함장 발언은 혼잣말이라 변명을 하면 국민을 무시하는 언행이며 이는 당과 대표를 위하는 길도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전 원장은 당내 의원들을 향해 “국민을 위한 대여투쟁에서 총을 앞으로 쏘지, 옆으로 쏘면 총선도 실패하고 정권교체도 물 건너 간다는 상식을 곱씹어 봐야 한다”며 “이 와중에 소탐대실은 치명타인 것”이라고 충고하여 사실상 이 대표를 향해 사퇴를 촉구하며 공격을 가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 다시 시작되는 혁신위 주도권 다툼...진중권 “李 체제에서의 혁신안은 무의미”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좌)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좌)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 쇄신을 위한 혁신기구 논의도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가 엿보였는데, 정청래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전날 출연하여 혁신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성공한 사례가 없는 외부 혁신위원장을 반대한다”며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원외 인사가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박성준 대변인도 같은날 SBS라디오에 출연하여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이나 서울 성동갑에서 험지인 서초로 넘어가 싸우는 홍익표 의원 같은 분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내부에 있었다”면서 공개 거론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만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같은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하여 “이재명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는 한 민주당 혁신위는 조직되기 어렵다”며 “혁신의 핵심은 당대표를 포함한 친명계 인적청산이기에 자기 모순의 딜레마인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이어 진 교수는 “이재명 체제의 본질적 결함”이라면서 “사법리스크 있는 당대표. 그를 갖다 옹호했던 친명계 강성들 그다음에 강성 지지층들 이게 민주당 위기의 본질인데 이걸 건드리지 못한 혁신안은 해 봤자 무의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원장 인선 실패와 관련해 “당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책임지는 방식과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무한 책임’ 발언을 두고 이 대표가 사퇴보다는 혁신위원장을 할 인물을 다시 인선하는 방식으로 책임지겠다는 의미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해 사실상 혁신위원장 자리를 두고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해 혁신위를 둘러싼 민주당의 계파 간 주도권 다툼의 결과에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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