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한동훈 장관의 ‘20명 의원 발언’, 이게 불을 지른 것”
“韓, 민주당 방탄정당 이미지 고착화 시키려 의도적 발언해”
정성호 “부적절한 발언" 이원욱 “韓이 부결을 요청한 듯 보여”
고민정 “한동훈, 민주당 의원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셈”
한동훈 “부결이 내 탓?, 참 구차한 변명...진짜 이유를 말하라”

(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돈봉투 의혹에 휘말려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돈봉투 의혹에 휘말려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된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일제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요청 설명이 부결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중도 성향의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두 의원의 부결 원인과 관련해 “어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 의원이 ‘검찰이 마치 국회를 사냥터로, 의원을 사냥감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언제 사냥감이 될지 모른다’ 이런 이야기를 해서 뇌리에 꽂힌 상황이었다”며 “(그러던 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문제의 스무 명이 과연 투표에 참여하는 게 맞냐’는 말을 했는데 이게 불을 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지난 5월14일) 쇄신의총에서 돈 봉투 사건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공감대가 이뤄졌었고, 현 정부 들어 우리 민주당 소속 노웅래 의원, 이재명 대표는 부결하고,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은 가결한 전례가 있어 두 분은 부결할 여력이 없다고 봤다”면서 “한 장관이 민주당의 방탄정당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검찰은 기각할 것을 국회에서 부결하고 이걸 의도한 것 아닌가 싶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계산된 도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법무부 장관은 드라이하게, 법리에 맞게 영장을 청구했으니 가결해달라 하면 되는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한 장관이 체포동의요청 설명에서) 돈 봉투를 받은 스무 명이 투표하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 누군지도 모르고, 의혹에 불과하고 수사도 안 된 사람들을 지목해서 그렇게 얘기하면 안된다. (그렇기에) 이건 의도적인 도발이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친명계(친이재명)의 좌장이라고 불리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한 장관이 ‘돈봉투를 받은 2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고 있는데 온당치 않다’고 비판한 데 대해 “별 근거 없는 그냥 일방적 주장 같다. (그래서) 확실한 증거 없이 검찰이 소설을 써서 영장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까지 들게 한다”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한 장관 이외에 역대 어느 법무부 장관도 어떤 정권에서도 이런 식으로 설명한 적이 없었다”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서 구속영장의 내용들을 범죄사실의 요지, 증거의 요지들 그 다음에 구속의 필요성 일일이 설명하는 게 법률 위반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인권의 문제다. 알 권리 문제보다도 개인의 형사사법상 최고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불구속 사유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요청 설명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도 했다.

더욱이 같은당 이원욱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한 장관이 어제 체포동의안 이유를 제출하면서 한 도발적인 발언 ‘돈봉투 받은 20명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 이런 식의 발언들이 현장에서 의원들의 생각을 많이 자극한 것 같다”며 “(한 장관은 체포동의요청 설명은) 부결시켜 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할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같은당 고민정 최고위원도 전날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출연하여 한 장관의 ‘20명 의원 표결 참여 문제’ 지적에 대해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의 선을 넘어선 것으로 다분히 감정적인 발언이었다”며 “(한 장관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그러면 20명은 어떤 사람이 들어간다는 건가. 이건 민주당의 170명 가까운 의원들을 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한 셈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 최고위원은 “이런 한동훈 장관의 가벼운 말들이 지적을 많이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는 걸 보면 앞으로도 그런 감정적 발언들은 이어질 것”이라면서 “결국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동훈 장관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결 원인이 자신의 설명 때문이라는 민주당 측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 말씀은 원래는 (찬반 투표를) 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제 말을 듣고 욱하고 기분이 나빠서 범죄를 옹호했다는 말인데, 공당이 하기에는 참 구차한 변명이라고 국민들이 생각하실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민주당을 향해 “그런 거 말고, 진짜 이유를 말씀해 보라. 오히려 국민들이 민주당의 거듭된 방탄에 모욕감을 느끼실 것이다. 국민에게 표결 과정과 결과가 공정해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직격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두 의원을 부결한 이유와 관련해 두 의원이 가결표에 배신감을 느껴 수사과정에서 돈봉투를 준 의원들에 대해 진술을 하여 민주당의 위기감이 더 커질 것이 우려되어 방탄 차원에서 일단 부결표를 던져 입막음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솔솔 흘러나오는 상황이라고 관측해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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