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윤관석·이성만 체포동의안 끝내 부결
한동훈 “돈봉투 조성·살포 과정, 마치 생중계 되듯 녹음돼 있어” 설명
부결에 뿔난 윤석열 정부, 검찰도 대통령실도 일제히 유감 표명 나서
국민의힘도 총반발, 김기현 “민주당의 도덕상실증 이제 구제불능 수준”
민주당 “한동훈 장관의 정치적 발언으로 모욕감 느꼈단 의원들 많았어”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휘말려 있는 윤관석 무소속 의원과 이성만 무소속 의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휘말려 있는 윤관석 무소속 의원과 이성만 무소속 의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둘러싸여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무기명 투표에서 가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결국 부결된 가운데 여야에서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으로 큰 온도차를 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 윤관석·이성만 체포동의안 부결, 과반표 획득 못해 국회 문턱 못 넘어

이날 오후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재적 의원 299인 중 293인이 참여하여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되기를 원하는 찬성표가 과반을 획득하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윤관석 의원의 경우는 찬성 139표(47.4%)에 반대 145표, 기권 9표를 받았으며, 이성만 의원의 경우는 찬성 132표(45.1%)에 반대 155표, 기권 6표를 각각 받아 부결되어, 이로써 21대 국회에서만 벌써 체포동의안이 네 번째 부결되어 사실상 ‘방탄 국회’라는 지적이 무색할 정도다.

윤관석 의원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동료 의원들에게 6,000만 원의 돈 봉투를 전달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었으며, 이성만 의원도 마찬가지로 경선캠프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에게 1,100여만 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아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날아왔었다.

돈봉투 의혹이 터지면서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모두 민주당에서 탈당하여 무소속의 신분이 됐지만, 이번 부결 표결은 민주당의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일각은 관측했다.

특히 앞서 민주당 소속의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도 한 차례씩 부결되는 경험으로 불체포특권이 쥐어진 만큼 과반이 넘는 국회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서만 유독 면책 특권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방탄 정당’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 표결 전 치열한 신경전, 한동훈 “돈봉투 20명도 표결 참여, 캐스팅보트 우려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정치 외교 분야)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정치 외교 분야)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더군다나 이날 표결 전 진행된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요청 설명에서 한동훈 장관은 두 의원의 혐의에 대해 “민주주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돈봉투의 조성·살포 과정이 마치 생중계 되듯 녹음돼 있다. 이러한 적나라한 물증들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정근 씨 등이 당시 자발적으로 녹음했거나 작성했던 것이고,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육성이 포함된 것으로 검찰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확보한 것이다. 불법적으로 추출하거나 왜곡하거나 악의적으로 편집할 여지도 없다”고 밝히며 체포동의안에 찬성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어 한 장관은 “녹음된 대화의 양과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서 의미가 모호한 부분도 없다”며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는 말은 최소한 국민과 같거나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최소한 일반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이 사건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한 장관은 “범죄사실에 따르면, 논리 필연적으로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면서 “최근 체포동의안의 표결 결과를 보면 그 20여명의 표가 표결의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고 문제 제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돈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봉투 받는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건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그들을 향해 “국민께서 이런 상황을 다 아시고 이 중요한 표결의 과정과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고 경고했었지만 한 장관이 우려한 대로 이들은 표결 참여가 이날 두 의원의 면죄부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이날 윤관석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저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증거인멸은 객관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상의 범죄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모순투성이고, 그나마 기본적인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며 고 반박했다.

또한 이성만 의원도 “지금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과연 정의롭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발하면서 “오히려 최근 수차례 국회, 언론, 시민사회, 노조 등 사회 곳곳에 대한 압수수색과 구속시도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지극히 자의적이고 선택적인 검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 부결되자 윤관석·이성만 태도 돌변, 뿔난 검찰 “윤·이, 구속 사유 충분해”

윤관석 의원(좌), 이성만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관석 의원(좌), 이성만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게 두 의원과 한 장관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거대 야당의 힘에 밀려 결국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됐는데, 특히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심문절차가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된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표명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검찰은 두 의원의 혐의에 대해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범죄의 중대성과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 등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고 지적하면서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계없이 전당대회 금품 살포 및 수수와 관련된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해 사안의 전모를 명확히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강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더 나아가 대통령실에서도 두 의원의 부결 소식에 한마디 거들고 나선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은 통해 두 의원의 부결에 대해 “국민들이 다 지켜보셨을 거다”며 “결과에 대해 국민들께서 마음 속으로 판단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 부정부패의 문제를 감싼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에 대해 상당히 불편한 심경임을 내비쳤다.

반면 윤관석 의원은 부결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검찰의 짜맞추기 기획수사는 부당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선배 동료 의원들의 현명한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남은 법적 절차를 통해 당당하게 저의 억울함을 적극 소명하고 결백을 밝혀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이성만 의원도 부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무도한 검찰의 무리한 인신구속 시도에 대해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저는 제 결백을 밝히는 한편, 이런 검찰의 강압적 수사와 구속 시도가, 결국 우리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이 유린되는 결과로 나아가지 않도록 앞장서 싸우겠다”고 덧붙여 되려 부결표로 인해 자신감을 되찾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검찰을 향해 대립각을 세우고 나선 분위기였다.

◆ 국민의힘, 체포동의안 부결에 총공세 “언제까지 방탄대오 유지할지 지켜볼 것”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편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여야의 반응은 엇갈리면서 큰 온도차를 보여줬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표결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도덕상실증이 이제 구제불능 수준으로 보인다”며 “이재명 대표의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공약이 새빨간 거짓말인 것으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윤재옥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의원의 부결에 대해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국민의 뜻과 달리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언제까지 방탄대오를 견고하게 유지하면서 국민의 뜻을 거스를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아울러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이 정도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도 모자라, 앞에서는 ‘사과한다, 특권 폐지한다’ 해놓고 등 뒤에 칼을 꽂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오늘로써 윤석열 정부 들어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민주당 의원 네 명 모두가 살아남는 기록을 남기게 됐으니, 두고두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유 수석대변인은 “애당초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의총에서조차 논의하지 않으며 ‘자율투표’ 운운할 때부터 통과시킬 마음이 없었던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혁신위원장 선정을 위해 장고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국민적 분노도 외면하며 불체포특권 뒤에서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면서 무슨 혁신을 하겠는가. 앞으로는 혁신의 ‘혁’자도 (민주당은) 입에 올리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더욱이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것으로 민주당은 자신들이 ‘더불어돈봉투당’임을 자인한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이번에도 ‘내로남불 방탄대오’로 똘똘 뭉쳤다. (왜냐하면)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구속될 경우 돈봉투를 전달받은 자신들을 실토할까봐 두려웠던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전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아무리 ‘방탄복’을 믿고 내로남불에 나선다 해도 그 방탄복은 언젠가는 뚫리게 됨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강성 지지층에 둘러싸여 계속 민심을 외면한다면 결국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황교안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돈봉투 살포한 동료 국회의원 지키기가 당신들의 존재 이유인가”라면서 “파렴치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더해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 의원을 향해 “돈봉투를 돌린 본인의 목소리를 전 국민이 듣고 있는데도 어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는가”라고 씁쓸함을 표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대한민국 국회를 범죄 피의자들의 방탄처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면서 박 원장이 “뻔뻔하게 부결 시킨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다음번 체포동의안을 또 부결시키겠다는 의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진단하면서 “국민들은 다 아신다. 국회를 범죄자의 도피처로 만든 이재명 대표의 패악을. (그렇기에) 사법부는 법으로, 국민은 투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 많은 부결표 왜?, 민주당측 “한동훈 발언에 모욕감 느낀 의원들 많아”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좌)과 김한규 원내대변인(우).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좌)과 김한규 원내대변인(우). 시사포커스DB

반면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영장 청구까지는 무리한 것 아니냐는 동정론이 일면서 검찰 수사의 여파가 당의 어디까지 영향력을 미칠지 모른다는 부담감 등이 함께 작용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부결표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별 의원들이 ‘각자 판단’에 따라 표결한 것이다”고 강조하면서 “검찰 수사가 과도하고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같은당 김한규 원내대변인도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장관의 정치적 발언으로 모욕감을 느꼈다는 의원이 많았다”며 “정치적으로 계산된 발언이 많은 의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원내대변인은 “(어떤 의원은) 개인적으로 연락해 우리 당을 범죄집단을 매도하는 데 상당히 모욕적이었다는 분도 있었다”며 “당론을 모은 건 아니었지만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다”고 부연해 사실상 여야의 확연한 온도차를 확인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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