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있어도 숨길 수 없는 게 행적"
"그냥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을 받고. 내가 안 한 거는 덮어 쓰면 안 되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거는 이재명이가 써야 될 거"
"회유? 협박? 웃기는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해라"

[시사포커스/정유진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사건' 공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있어도 숨길 수 없는 게 행적"이라며 "그냥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을 받고. 내가 안 한 거는 덮어 쓰면 안 되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거는 이재명이가 써야 될 거"라고 주장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기획본부장인 21일 "내가 안 한 거는 덮어 쓰면 안 되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거는 이재명이가 써야 될 거"라고 주장했다.(시진/뉴시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기획본부장인 21일 "내가 안 한 거는 덮어 쓰면 안 되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거는 이재명이가 써야 될 거"라고 주장했다.(시진/뉴시스)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21일 밤 한국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4~8월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8억여 원을 전달했다는 진술과 관련해 "그건 내가 말할 게 아니라 검찰이 할 일이다. 검찰에서 옳고 그른 걸 정확하게 말하고, 법정에서 밝혀야 될 일이다. 검찰에서 숨김과 거짓 없이, 내가 벌 받을 수 있는 건 벌 받을 거고, 같이 받을 건 같이 받을 거고, 그 사람들이 받아야 할 건 그 사람들이 받을 거고. 다 정확하게 말할 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있는 그대로 진술하고 법정에서 다 밝히겠다. 가릴 수가 없을 거다. 가릴 수 없으니까 두려울 거다"고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에도 대장동 일당에게 1억여 원을 받아 김 부원장에게 전달했나"는 질문엔 "그건. '새발의 피'다. 내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이번에 8억 원 사건도 내가 오히려 연루되는 건데 왜 이야기를 하겠나. 내가 지은 죄만큼 벌 받으면 된다. 돈을 요구해 가지고 실컷 받아쓸 때는 언제고 만난 적도 없다? 내가 유령을 만났나?"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돈을 직접 전달했다"면서 "이 대표는 아니고, 김용. 20억 원 달라고 해서. 7억 원 정도 6억 원 정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달 싯점을 "작년이다. 대선 경선할 때. 그때 내 휴대폰 버린 것, 내가 그래서 오해 받은 것부터 해서 내가 왜 중심이 돼버렸느냐. 중심이 아니었는데 중심이 돼버렸더라. 그렇게 사랑하던 형제들이 그런 짓을. 1년 동안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본선이 열흘 남았는데 이길 것 같은데 안달이 난 거다 (대장동) 사건 터지니까. 그래서 1주일도 안 된 휴대폰 버리라고 XX해가지고, 내가 휴대폰 버렸다가 난리가 나고. 하여간 쌓여 있는 게 너무 많아 울분이 안 풀린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지금까지 들어간 돈'에 대해 "예를 들어서 유흥주점에서 술을 한 100번 먹었는데 술값 한 번 낸 적이 없다. 정진상. 그것만 해도 얼마일까. 내가 벌을 받을 건 벌을 받고. (형량) 깎아주는 거 원하지도 않는다. 내가 지은 죄만큼. 가족들한테 우리 아이들 오래 좀 맡아줘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빠져나가려고 그런다고? 그렇게 안 된다. 그냥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을 받고. 내가 안 한 거는 덮어 쓰면 안 되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거는 이재명이가 써야 될 거고. 그렇지 않나. 이게 맞는 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증거를 다 확보했다"면서 '유동규, 핵심주범'이라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웃기다. 재밌다. 옛날에는 동지였는데. 그 사람들이 중심이 아니라 내가 중심이 돼 버렸다. 1년 동안 감옥 생활하면서 천장만 쳐다보고 2개월은 눈물을 흘렸고, 그러다가 책을 보고 성경도 읽고. 참 많은 책을 읽었다. 나중에 또 우울증이 오더라. 그래서 우울증 약 먹고 버티고 그랬다. 그들은 나에게 뭐라고 했느냐. 내가 숨길 수 없는 '시작'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은 돌 하나 던지는데 저렇게 안달이다. 정말 큰 돌 날아가면 어떡하려고. 정치적인 거 따지지 않는다. 내가 한동안 그렇게 살았던 게 참 바보 같고 후회스럽다"고 자책했다.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내 가족도 못 지켰다. 내 재산을 검찰이 다 뒤져보니까 3,000만 원 나오더라. 김용하고 정진상은 월급 300만 원인데 여의도로 이사 가고, 정진상은 빚도 하나 없이 아파트 얻었다고 한다. 그게 가능한가. 나는 월급을 1,000만 원씩 받았는데 남은 게 3,000만 원이고 빚은 7,000만 원이다. 감옥 안에서 '저승사자가 있으면 빨리 나타나라. 한 번 좀 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두려운 게 있겠느냐. 회유? 협박? 웃기는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해라. 내가 밝힐 거다. 구역질이 난다"고 강조했다.

유 전 기획본부장은 사건 수사 초기와 다른 입장 변화와 관련해 "지켜주려고 그랬다. 그들이 처음에 나를 회유하고 했던 건. 감옥 안에 있는데 가짜 변호사 보내가지고. 내가 검찰 가면 무슨 말 하나. 동정이나 살피고.."하면서 "내가 쓸데없는 걸 지키려고 내 가족을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만큼 벌을 받는 건 누구나 다 공정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벌을 받아야지. 근데 왜 그걸 가지고 안 받으려고 피하려고. 10원 하나 받은 게 없다? 초밥이 10원은 넘을 거다. 그걸 몰랐다고? 그것만 몰랐을까? 10원 한 장 받은 거 없다? 내가 검찰에서 다 이야기할 거다"고 말했다.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최측근 김용 부원장이나 정진상 실장 등에게 돈이 건너가는 걸 알았는지 여부와 관련해 "모르는 게 있겠느냐. 정진상이 몰랐겠느냐. 나하고 술을 100번, 1,000번 마셨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은 가릴 수 있어도 숨길 수 없는 게 행적이다. 눈앞에 찍힌 발자국을 어떻게 숨기나. 힘으로 누르겠다? 눌러보라고 해라"고 반응했다.

한편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로부터 2014년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진상 실장은 21일' 정치자금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내고 "유동규씨가 저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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