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민주당 힘으로라도 특검”…與 협조없인 특검 어렵기에 여론전 노린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 대장동 특검을 하자고 정부여당에 제안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는데, 이 ‘맞불 카드’가 과연 통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재명의 대장동 특검, 표적은 윤석열?…與 “물귀신 작전”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검찰 수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을 향해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즉시 수용하라. 사건 전모의 확인은 특검에 맡기고 정치권은 어려운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자”고 제안했는데, 현 정부의 검찰 대신 특검에 맡겨 사법리스크를 넘기는 한편 민생을 강조함으로써 정쟁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과 정치적 부담은 특검을 수용하기 어려운 정부여당이 지게끔 하겠다는 전략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특검이 다룰 사건에 대해서도 “(대장동 개발) 비리세력의 종잣돈을 지켜줬던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문제점과 의혹, 또 그와 관련된 허위사실 공표 의혹”이라고 거론한 데 이어 “대통령 부친의 집을 김만배 씨의 누나가 구입한 경위 등 화천대유의 자금 흐름과 관련한 진술이 갑자기 변경되는 과정에서 제기된 조작수사, 허위진술 교사 의혹”이라고 꼽는 등 사실상 윤 대통령을 겨눴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이라고 외쳤던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한 제안으로 대장동 특검 제안 역시 지난 대선후보 토론 때도 언급했을 만큼 새로울 것은 없는 카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진행되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이 같은 제안을 한 데에는 검찰이 최측근 체포로 이 대표 자신까지 싸잡으려는 데 맞서 윤 대통령을 직격함으로써 국민들 앞에 윤 대통령도 수사대상임을 주장하는 한편 정부 수사기관이 아니라 특별검사를 통해 모든 사안을 펼쳐 놓고 함께 검증 받아보자고 해 자신이 일견 ‘공평한’ 제안을 한 것으로 비쳐지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표의 제안을 즉각 일축했는데,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대표 회견 직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를 제대로 하니 특검으로 가져가 시간 끌고 하려는 것 같다. 속이 뻔히 보이는 수사 회피”라며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데 이어 대장동 특검을 제안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윤 대통령을 물고 늘어진 것은 물타기, 물귀신 작전, 논점 흐리기”라고 응수했다.

또 ‘특검이 민생’이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주 원내대표는 “특검은 할수록 정쟁이 심화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정쟁을 없애고 민생에 집중하는 방법은 지금 검찰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제대로 수사해 결과를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길 밖에 없다. 이 대표 말대로 정쟁 중단하고 제대로 수사되게 하고 민생에 집중하자”고 맞받아쳤는데, 반면 민주당에선 박성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번 수사를 지휘하는 이원석 검찰총장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대통령의 심복”이라고 검찰에 불신을 드러냈으며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대장동 특검을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 “특검 거부하면 민주당 힘으로 하겠다”…실제 가능성 있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간사와 의원들이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릴 예정인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실 앞에서 민주당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간사와 의원들이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릴 예정인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실 앞에서 민주당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하지만 정부여당을 향한 이 대표의 특검 제안은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실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이 대표의 대장동 특검 제안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하며 민주당이 거부 가능성을 내비친 윤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과 관련해 “외부 상황과 무관하게 국회는 민생을 회복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게 국민의 바람이고 국회의 의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도 이미 거부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앞서 기자회견 직후 “대선 때 대통령 후보의 태도를 보면 안 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부할 경우엔 민주당이 가진 힘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특검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며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주장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그러면서도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김건희 여사 의혹과 연계한 제안은 아니란 점을 밝혔다.

이처럼 김 여사 특검과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데에는 “민주당이 가진 힘”이란 이 대표의 호언과 달리 민주당 단독 처리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인데, 이미 지난달 7일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며 윤 대통령 압박에 나섰지만 일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는데다 우회로 격인 패스트트랙 지정도 법사위 내 캐스팅보트를 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 입장을 표해 속앓이를 한 바 있다.

이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169석의 민주당 의원들만으로 대장동 특검을 강행하기는 어려운 실정이기에 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추진하려면 꼭 필요한 ‘캐스팅보트’인 조 의원을 의식해 김건희 특검법과 아무 관련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아직 조 의원도 대장동 특검법에 대해선 별 다른 찬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그간 민주당의 극렬 지지층인 개딸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까지 국정감사장에서도 조 의원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어왔으며 조 의원도 바로 전날인 지난 2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169:1로 싸우기 버거운 상태다. 이게 민주주의의 바른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하지 말자는 의원 한 분도 안 계시고 (이재명) 당 대표도 침묵하는 게 매우 아쉽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만큼 민주당의 대장동 특검 주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설령 대장동 특검에 조 의원도 찬성해 패스트트랙에 올려 추진된다고 해도 3달 정도 걸리기에 당장 김 부원장의 구속 심사를 앞둔 민주당으로선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데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란 점에서 안건 상정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든 국회에서 특검법을 통과시켜도 윤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시 법안은 국회로 돌아오게 되고 재의결을 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199석)이 필요하기에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의 없이는 대장동 특검은 불가능하다.

◆ 실효성 있는 카드 아닌데도 왜?…‘우호적 여론’ 조성 기대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이런 실정을 모르지 않음에도 이 대표가 이날 회견에서 재차 특검을 거론한 데에는 여론전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해보겠다는 의도로 비쳐지는데,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역대 특검법 통과 상황을 보면 민심과 국민의 바람, 지지가 중요했다. 지금은 민심의 추동력이 발휘되는 시점에 와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대장동 특검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높아지면 정부여당도 끝내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속내를 내비쳤다.

다만 민주당 기대대로 여론이 이 대표 주장에 얼마나 힘을 실어주고 신뢰할지는 별개 문제일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실시해 21일 공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지난주만 해도 38%로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6%P였던 민주당은 김 부원장의 긴급 체포와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가 있었던 이번 주엔 6%P나 급락하며 국민의힘과 동률인 33%를 얻는 데 그쳤다.

즉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가 검찰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기보다는 오히려 여론엔 ‘사법리스크’가 실체화된 것으로 인식된 셈인데, 21일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표가 국민들을 향해 “보수정부와 맞부딪히며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유능하되 청렴해야 했다. 저는 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한 개도 받은 게 없다”고 호소했으나 정작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능력에 대해선 인정해도 도덕성, 청렴성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는 기류가 중론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케이스탯리서치가 주간조선 의뢰로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집전화 임의전화걸기(10%)와 휴대전화 가상번호(90%)를 결합한 전화 면접원 조사 방식을 통해 실시해 21일 공개한 이 대표 호불호 이유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대표에 호감을 느끼는 이유로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서’란 답변이 가장 많은 71%를 기록했으나 ‘도덕적이고 청렴해서’라 답한 비율은 4.2%에 불과했고, 반대로 비호감 이유로는 ‘도덕적이고 청렴하지 않아서’가 과반인 59.3%를 기록해 다른 이유들에 비해 압도적 1위로 꼽혔다.

더구나 이 대표 스스로도 이날 회견에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 이재명은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공언했으나 정작 기자들이 “1원도 받지 않았다고 하는데, 부정한 돈이든 부정하지 않은 돈이든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통해서 정치자금이나 대선자금을 기여 받은 적이 있었느냐”고 물은 질문엔 “정식후원금을 냈는지는 제가 모르겠다. 합법적인 범위 내에선 제가 알 수 없다”고 답했으며 답변을 마친 뒤엔 당 관계자에게 “나중에 혹시 정치자금으로 낸 게 있는지 체크를 한 번”이라고 주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국민의힘에선 특검을 제안하며 역공에 나선 이 대표에 냉소적 시선을 보냈는데,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특검을 얘기하려면 현재 검찰 수사가 왜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인지 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명확한 근거를 제기하기 바란다. 사실 이 대표가 원하는 특검은 특별검사가 아니라 자신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특혜검사를 말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들이 듣기엔 169석의 완력으로 밀어붙여 자신을 보호해줄 검사를 마음대로 임명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검 얘기를 꺼내려면 최소한 민주당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검찰 수사가 끝난 후 문제 있으면 요구하라”고 맞대응했다.

이 뿐 아니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해 9월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특검법 발의를 상정조차 해주지 않았다. 이 대표의 특검 제안은 한 마디로 적반하장”이라며 “특검을 도입하면 수사 역량이 축소되는 것에 더해 이 대표 입맛에 맞는 특별검사를 고르겠다고 어깃장을 놓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꼬집었는데, 이렇듯 이 대표의 특검 주장을 놓고 여야 간 반응이 첨예하게 엇갈린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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