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그룹·위메이드 등 중형 게임사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구축
넷마블·넥슨·엔씨소프트도 계획 발표했거나 구축 예정
국내선 아직도 불법…해외 서비스만 하고 있어 규제 완화 목소리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중형 게임사에 이어 ‘3N’으로 불리는 대형 게임사까지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구축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현행법상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을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블록체인 게임은 ‘불법’에 해당하지만 대형 게임사들이 연이어 진출하면서 국내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가 완화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강대현 넥슨 COO가 '2022 NDC 키노트'를 진행하고 있다. ⓒNDC 유튜브 캡쳐
강대현 넥슨 COO가 '2022 NDC 키노트'를 진행하고 있다. ⓒNDC 유튜브 캡쳐

■ 넷마블·넥슨·엔씨, ‘3N’도 뛰어들었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맏형’ 넥슨도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넥슨은 지난 8일 진행된 ‘2022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 키노트’를 통해 NFT(대체불가토큰) 중심의 생태계인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최초 공개했다. 이날 키노트 진행을 맡은 넥슨 강대현 COO(최고운영책임자)는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NFT 기반 생태계를 구현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밝혔다.

강 COO는 “세간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공존하지만 산업 초기인 지금은 생각을 단정 짓기보다 기술의 가능성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융합하고 나누기 좋은 인프라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기존 온라인게임의 닫힌 생태계가 열린 생태계로 확장, 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존 가상세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통합 플랫폼으로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성공적인 블록체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투명하게 공개된 규칙 ▲열린 참여와 기여에 따른 보상 ▲가치의 저장 및 이동이라는 특성에 맞춰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COO는 “메이플스토리 IP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일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모두 아우르는 NFT 중심 생태계인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설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게임 내 캐릭터나 아이템 등 각종 요소로 만들어지는 NFT가 이 생태계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공유되는 환경을 마련하고, 나아가 다른 NFT 프로젝트와의 연동을 지원해 글로벌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겠다는 목표다.

올해부터 블록체인 사업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넷마블은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MARBLEX(마브렉스)를 설립하고 자체 기축통화(MBX)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에 ‘A3: 스틸 얼라이브’,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 글로벌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다.

마브렉스는 지난 3일 열린 ‘웹3 코리아 2022(Web3 Korea 2022)’ 컨퍼런스에서 게임성 바탕의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 게임 매출 기반의 스테이킹 모델을 통해 이용자 참여와 합리적 보상 제공이 선순환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여기에 글로벌 사업 역량과 게임 운영 노하우를 더해 건강한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마브렉스는 향후 MBX의 트랜잭션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MBX 익스플로러 오픈을 비롯해 ‘몬스터 아레나’,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 ‘RF 프로젝트’ 등 블록체인 기반 게임 출시를 통해 MBX 생태계를 지속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아직 공식적인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022년 중 NFT(대체불가능한토큰)·블록체인을 접목한 게임을 출시할 거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홍 CFO는 “시장에서 NFT,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이 관심을 받고 있다”며 “저희 회사는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이 엄청난 기회를 안겨줄 거라 믿고 있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 이런 트렌드가 생겼다고 해서 갑자기 준비하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차근차근 준비를 많이 해왔다”며 “현재 사업적인 측면, 기술적인 측면, 제일 중요한 법률적인 측면을 검토하는 단계이고 내년엔 NFT가 적용된 게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홍 CFO는 “리니지W 북미·유럽판에 NFT를 도입하지만, 기존 게임 경제 시스템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할 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며 “P2E는 모델이 아니다”고 말했다.

 

컴투스의 P2O 게임 ‘크리티카 글로벌’. ⓒ컴투스
컴투스의 P2O 게임 ‘크리티카 글로벌’. ⓒ컴투스

■ 위메이드·컴투스그룹은 연내 본궤도 진입

위메이드와 컴투스그룹은 이미 자체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통해 활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올해 ▲위믹스 플랫폼 100개 게임 온보딩 ▲블록체인 DeFi(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의 확대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 기업 전략적 투자 등 사업 확대를 지속할 전망이다. 특히 위믹스 플랫폼 온보딩 게임 출시와 ‘위믹스 3.0’ 공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게임사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현재 ▲건쉽배틀: 크립토 컨플릭트 ▲열혈강호 글로벌 등 총 9개의 게임이 위믹스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이미 사전등록과 NFT 사전판매를 진행하며 블록체인 게임 준비에 나섰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모든 게임은 각자 나름의 코인과 NFT를 발행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올 것”이라며 “매년 출시되는 5만개 게임의 블록체인 플랫폼이 되는 것이 위믹스의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위메이드는 오는 15일 위믹스 3.0을 공개한다. 이날 열리는 글로벌 쇼케이스에서는 위메이드의 메인넷 위믹스 3.0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메인넷의 네이티브 코인으로 격상되는 위믹스를 각종 생태계에 활용하기 위한 스테이블 코인인 위믹스달러도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플랫폼이 주도하는 서비스 중심의 생태계를 지향하는 위믹스 3.0은 주축이 될 세 가지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 ▲나일(DAO/NFT) ▲위믹스 탈중앙금융 서비스(DeFi) 플랫폼을 소개한다.

컴투스그룹도 블록체인 게임에 진심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컴투스는 연초 지주회사인 컴투스홀딩스와 함께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 중심의 미래 디지털 패러다임을 선도할 로드맵을 공개, 웹 3.0의 가치에 중심을 둔 탈중앙화 프로토콜 경제 기반의 C2X 플랫폼을 본격 가동하고, 현실과 가상을 잇는 올인원 미러월드 메타버스 ‘컴투버스(Com2Verse)’를 오픈하는 등 미래 디지털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컴투스는 지난 4월 C2X 탑재 이후 글로벌 이용자가 크게 증가한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을 시작으로, 이번 크리티카 글로벌을 통해 PC 온라인 영역까지 P2O 라인업을 확대했다.

컴투스 관계자는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워킹데드: 아이덴티티, 낚시의 신: 크루, 미니게임천국 등 다양한 장르의 P2O 게임 역시 계획된 일정에 맞게 서비스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컴투스 그룹이 주도하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C2X가 탈중앙화 및 공정 분배라는 웹3의 철학을 대표하는 글로벌 플랫폼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컴투스홀딩스도 지난달 ‘크로매틱소울: AFK 레이드’를 C2X 블록체인 플랫폼에 탑재해 출시했다. ▲마블 레이스(가칭) ▲포켓 드래곤(가칭) ▲게임빌프로야구 ▲안녕엘라 ▲프로젝트 알케미스트(가칭) 등도 선보인다.

전 세계 좀비 열풍을 일으킨 미국 TV 시리즈 ‘워킹데드’ IP 기반의 ▲워킹데드: 아이덴티티가 컴투스에서, ▲더 워킹 데드: 올스타즈(가칭)가 컴투스홀딩스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한국게임학회

■ 국내에서는 출시 못해…학계에서도 의견 갈려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을 속속 출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미 출시된 게임들도 아직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한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게임 산업 발전 4대 공약을 제시하고, 후보 공약집에 ‘P2E 게임 허용 및 산업 활성화 위한 규제 철폐’라는 내용을 통해 P2E 게임 허용을 예고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제외하면서 P2E 게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임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콘텐츠미래융합포럼, 한국게임학회와 이상헌 의원, 윤상현 의원은 지난 8일 ‘새 정부 게임 정책 방향 논의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현재 게임산업에 산적한 현안과 윤석열 정부의 게임 정책에 대한 전략 등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임혜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전통적 의미의 게임이 가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인 만큼 P2E 게임에 대한 정부의 결정과 그 의지가 중요하다”며 “현재 P2E 게임 등급분류와 관련해 행정법원에 2건의 사건이 계류 중인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기보다는 P2E의 어떤 부분을 허용하고,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할지 정책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명 상명대학교 특임교수도 “게임산업이 다양한 이슈 때문에 쉽게 정책을 펼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가 바다이야기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게임사들이 충분히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기술에 대해 최소한 방향성이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은 몇 가지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P2E 게임을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위 의장은 “P2E 관련으로 현행 법과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완전한 F2P(Free to Play)를 실현하기 위해 게임 내 캐릭터나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하고, 청소년들의 진입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루나·테라코인 사태를 언급하면서 “P2E의 취지는 유저 약탈이 아닌 게임사의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가야 한다”며 “이것이 어렵다면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P2E 게임을 출시 및 테스트하면서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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