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정면 비판한 이철규…“당직자 배려 없는 것에 대한 실망감”
장동혁, 김예지 재공천에 “연속선상에서 한 번 더 충분히 역할 해낼 것”
한동훈, 親韓 공천 논란에 정면돌파 “사천이라 말하는 것은 우스운 것”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2명’중...이시우, 후보 공천 취소 의결로 변수
호남 홀대 지적하며 비례대표 24번 광주 주기환...후보직 반납 반발
전북출신 조배숙 “시정 안되면 전원 후보직 내려놓겠다”...지도부 압박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미래 당사에서 제22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순번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종학 공관위원, 유 공관위원장, 전혜진 공관위원. ⓒ뉴시스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미래 당사에서 제22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순번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종학 공관위원, 유 공관위원장, 전혜진 공관위원.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공천 결과가 지난 18일 발표됐으나 이를 놓고 당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 아닌지 여당 지도부가 속을 태우는 모양새다.

◆ “관례 깨고 당직자 배려도 못해”…공천 결과 직격한 이철규

지난 18일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순번이 발표된 뒤 ‘친윤 핵심’이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인 이철규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 소속인 한지아 을지의과대학 재활의학과 부교수와 김예지 의원이 당선권인 11번과 15번에 각각 배치된 데 대해 “비대위원 2명이 비례대표에 포함됐다”며 비례대표 출신인 김 의원을 꼬집어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는 깨졌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적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2명이 당선권에 포함된 상황에서 온갖 궂은 일을 감당해 온 당직자들이 배려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은 더 크다”며 “눈이오나 비가 오나 문재인 정권에 저항하며 당을 위해 헌신해 온 동지들이 소외된 데 대해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일 전까지 바로잡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친윤계 핵심인 이 의원의 이 같은 지적에 장동혁 사무총장은 19일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에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 결정했고, 절차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특정 인사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서 ‘친한(동훈)’ 인사로 공천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비례대표 신청한 분들을 친한과 친윤으로 다 오엑스 할 수 있나”라며 ‘이 의원의 주장에 윤심이 담긴 게 아니냐’는 질문엔 “총선에서 이기고 싶고 이기는 공천을 해왔다. 이기기 위해선 그런 문제들을 당내에서 어떻게 표출하고,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되는지에 대해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장 사무총장은 김예지 의원이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을 받은 데 대해서도 “김 의원을 다시 공천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야권의) 용혜인 의원처럼 셀프공천은 아니다. 비례 1번에 장애인을 배려했고 다른 분들도 충분히 배려했다”며 “김 의원이 의정활동이나 그간 여러 활동을 보면서 그 연속선상에서 한 번 더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해낼 수 있겠다는 측면에서 다시 공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힘 인천선거대책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은 같은 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발대식에서 기자들을 만나 비례대표 공천 논란과 관련 “대화를 통해 그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본다. 그게 당정 간 소통이고 당 지도부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 대통령실에 소위 말해 우리가 체면을 살려드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선거는 기본적으로 당이 치르는 거지 대통령이 치르는 게 아니다. 지금은 당의 시간”이라고 사실상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측에 힘을 실어줬다.

◆ 한동훈 “사천? 이상한 프레임”…국민의미래, 이시우 공천 취소

이철규 의원(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 / 이훈 기자
이철규 의원(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 / 이훈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한 위원장도 이날 직접 ‘친한’ 사천 논란과 관련해 정면돌파에 나섰는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및 공천자대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선 사천 프레임을 또 씌우는데 지역구 254명, 비례 명단 중에서 제 친분을 가지고 들어간 사람은 없다. 원하는 사람, 추천하는 사람이 안 됐다고 해서 사천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한 것”이라며 “특정한 제 개인적 생각이나 이런 게 개입될 수가 없다. 사천이라 말하는 것은 우스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이 의원은 같은 날 오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천 프레임’이라고 반박한 한 위원장을 향해 “당직자들이 (명단에) 하나도 안 들어가서 안타까우니까, 좀 의외의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의아스럽다는 안타까움과 미안함, 가능하다면 조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 그걸 가지고 왜 그렇게 받아들이나”라며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누가 그러나. 내가 (대통령실의) 하수인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비판한 자신의 입장문 내용을 들어 “있는 그대로 보라. 내가 틀린 말한 것은 아니니까”라고 역설했는데, 그래선지 이 의원이 겨냥한 것으로 비쳐지는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2명’인 강세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13번)과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공보실 서기관(17번) 중 이 전 서기관에 대한 공천은 이날 국민의미래에서 후보 공천 취소를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장 사무총장도 이 전 서기관에 대해선 “국민의미래 공관위에서 다시 살펴볼 여지가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이 의원의 지적이 일부 수용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았는데, 다만 ‘골프접대’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된 것으로 전해진 이 전 서기관은 이날 “당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며 부족한 점은 더 성찰하겠다”면서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대학선배와 친구 두 명이 함께 추석 연휴에 가졌던 개인 자리로 접대 성격의 자리가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비록 이 의원의 문제 제기 끝에 이 전 서기관이 낙마한 모양새로 비쳐지지만 한편으론 이번 논란이 자칫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는데, 현역 최대선이자 이번에 부산 북갑에 출마한 서병수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족한 점이 있는 게 공천 과정이고 세상사 아니겠나. 이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이고 공관위 중 한 사람이기도 한데 내부에서 생기는 일은 내부에서 수습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공천 업무에 대해선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개입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내에서 이견 있는 사람들끼리 풀어야 될 문제”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하지만 당 지도부 일원인 김경율 비대위원은 “국민의미래는 다른 정당인데 (국민의힘 소속인 이 의원이 언급하는 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이 의원을 직격했다.

◆ 비례대표 ‘호남 홀대’ 지적도…전북 출마자들, 당에 재조정 요구

조배숙 전 의원(좌), 정운천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조배숙 전 의원(좌), 정운천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이 의원이 지적한 내용 중엔 “호남이라는 험지에서 보수의 기치를 들고 헌신해 온 호남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의 배제와 후순위 배치도 실망의 크기가 작지 않다”며 ‘호남홀대론’도 없지 않았는데, 광주 출신으로 비례대표 후보 공천 신청했던 김가람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도 19일 SNS를 통해 “취약지역을 위해 20위권 내에 4분의 1을 해당 지역 인사로 추천한다는 신설 규정이 완전 무시됐다. 역대 최고의 당세를 이끈 전남도당위원장과 광주시당위원장을 22번과 24번으로 배치하고 이를 ‘충분한 배려’라고 말하는 공관위의 모습은 호남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당초 국민의힘에선 직전 총선 정당 득표율 15%미만 지역인 광주, 전북, 전남 출신 인사를 당선 안정권인 20위 안에 25% 규모로 우선 추천하는 제도를 도입해 호남 인사를 적극 배치하기로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20번까지 호남 출신 인사들은 전무했으며 급기야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은 비례대표 후보 순번 발표 직후 24번에 배치된 데 반발해 후보직을 반납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주 전 위원장이 지난 2003년 윤 대통령이 광주지검에 근무할 당시 검찰 수사관으로 인연을 맺은 최측근 ‘친윤’ 인사인 만큼 이 의원이 제기한 호남 홀대론은 명분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은데, 실제로 또 다른 ‘친윤’ 인사인 권성동 의원도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공천 명단에 호남 출신이 적다는 지적과 관련해 “국민과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국민의미래도) 어차피 다 같은 당이고 한 위원장이 관리하는 당인데, (호남 출신에) 어느 정도 배려해주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만 ‘친윤’인지 여부를 떠나 전북의 경우 이번 비례대표 후보에 단 1명도 포함되지 않았던 만큼 이 지역 인사들은 호남홀대란 지적에 힘을 실으면서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인데, 4선 의원 출신인 조배숙 전 전북도당위원장은 19일 긴급 성명을 통해 “전북 지역 총선 출마자들은 부당한 처사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선거운동을 모두 중단하고 후보직을 전원 내려놓겠다”고 경고했으며 이 성명에는 양정무(전주갑), 정운천(전주을), 전희재(전주병), 오지성(군산김제부안갑), 최홍우(군산김제부안을), 김민서(익산갑), 문용회(익산을), 최용운(정읍고창), 강병무(남원장수임실순창), 이인숙(완주진안무주) 후보가 함께 했다.

이 중 현역 비례대표 의원이자 과거에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취약지역 인재육성 비례대표 국회의원 우선추천제도를 만들기도 한 정운천 후보의 경우 19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에서 맡고 있는 호남총괄 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 지도부에 강력히 문제 제기한 만큼 하루빨리 바로 잡아 달라”고 촉구했고, 같은 날 오후엔 국민의힘 광주시당 당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직접 찾아와 “공천 시정하지 않으면 총선 선거운동을 더 이상 하기 어렵다”고 항의집회를 진행하는 등 지도부를 거세게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장 사무총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호남 인사들 중 특정인들에 대해선 그분들을 앞 순번에 배치하지 못했던 여러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호남 인사 배려에 관한 문제에 대해선 어떤 전제를 갖고 할 말은 아니고 혹시 그 부분에 대해 달리 살펴볼 부분이 있는지 고려하겠다”고 말했으나 정작 한 위원장은 같은 날 중앙선대위 발대식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에 박은식, 김경율, 한지아 등 호남 출신 유능한 사람을 많이 기용했고 비례 명단도 호남 출신 인사들이 상당히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상당히 온도차 있는 반응을 보였다.

한 발 더 나아가 한 위원장은 ‘호남 홀대론’에 대해 “각각의 눈으로 볼 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여성이나 젊은 층 등 지역구 공천에서 시스템 공천을 하며 부족했던 부분을 고려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반박했는데, 단지 이 같은 발언만으로 호남 출신 인사들의 반발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번 비례대표 논란을 당에서 과연 어떻게 수습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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