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이어 의대생 ‘동맹휴학’에 의대 교수도 집단행동 예고
이주호, 교수 집단 사직 움직임에 대학 찾아 “의료인 존엄성 지켜달라” 호소
중재자로 나선 국립대대학총장들, 정부와 의사 향해 쓴소리하며 자제 촉구
의대 증원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싸움 양상, ‘정부 vs 의사’ 대치전 최고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좌)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의대 증원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우).  ⓒ시사포커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좌)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의대 증원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우). ⓒ시사포커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이어 전국의 의대생들도 동맹 휴학계를 내고 급기야 각 대학의 의대교수까지 전원 사직서 제출 움직임을 보여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대유행으로 번져 의료현장 혼란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반면에 정부도 ‘원칙 대응’ 기조의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사실상 ‘출구 없는 싸움’이 되어버린 양상이 엿보였다.

◆ 전공의 ‘집단 사직’ 이어 의대생 ‘동맹 휴학’에 의대 교수까지 집단행동 예고

집단 사직을 한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은지 이미 3주를 훌쩍 넘어서고 동맹 휴학계를 냈던 의대생들마저도 유급 여부를 결정짓는 마지노선 일정이 다가오면서 의대생 집단 유급 현실화도 불가피해진 상황에 놓여 있다.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전날 기준으로 총 6051건으로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32.2%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는데, 다만 휴학을 신청했으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휴학계는 집계에서 제외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으로는 실제 휴학계를 제출했던 의대생은 전체의 70%가량인 1만4000여 건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더군다나 서울대·연세대 등 19개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들은 오는 15일까지 각 대학과 병원의 교수들의 뜻을 물어 집단 사직서 제출을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인데, 특히 대구가톨릭 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의대 교수들의 진심’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며 “교수들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정부 강압 때문에 그들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도 교수들은 “전공의들의 사직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기에 묵묵히 병원을 지키고 있을 뿐, 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정부를 향해 “헌법에 위배 되고 자유를 억압하는 공권력을 멈춰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경상국립대학교 의대 교수진도 이날 집단 사직서 제출로 결단을 내린 것을 알리고 나섰는데, 이들은 “전공의와 학생들이 정부의 부당한 처벌로 피해를 보고 의학교육 현장이 붕괴하면 교수들은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에서 존재할 의미를 상실한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2천명 증원 정책은 현실적으로 교육 현장에 대한 몰이해로 비롯한 불가능한 정책이다. 만약 정부가 증원을 고집하면 우리도 사직에 동참할 것”이라고 압박에 가세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향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으로 거듭나도록 의사들과 협의하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미래 한국 의료의 주축이 될 의대생들과 전공의·수련의들이 제자리로 복귀해 맡은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시길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 교수 집단 사직 움직임에 대학 찾아간 이주호 “의료인 존엄성 지켜달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시사포커스DB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시사포커스DB

이렇듯 의료진의 집단 이탈 현상이 전공의에 이어 의대생과 의대 교수까지 심화 되는 양상으로 흐르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각 대학 의대 교수들을 찾아 수습에 나선 모습도 보여줬다.

실제로 이 장관은 전날 전북대학교 방문에 이어 이날도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가천대학교를 방문해 의대 교수를 향해 “교수님들마저 현장을 떠나시면 우리 국민들의 기본적인 건강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그 누구보다 애써왔던 의료인으로서의 존엄성을 스스로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더욱이 이 장관은 “집단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때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며, 학생과 전공의를 보호하는 방법도 현장을 떠나는 데 있지 않다”면서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올바르게 판단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셔야 함을 잊지 말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정부는 의학교육의 여건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또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교수님들의 목소리를 우선으로 청취하고 고려하겠다는 점도 함께 약속드린다”며 “학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휴학은 허가하지 않도록 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학생들의 조속한 복귀를 독려해 달라. 학생들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교육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각 대학을 방문해 진화에 애를 쓰고 있지만, 복귀 조건이 의대 증원 정책에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 뜻을 꺾어야지만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이기에 정부와 의사·교수·학생 간 입장 차는 절대 좁혀질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는 것도 분명하다.

◆ 보다 못한 대학 총장들도 중재자로 나서···양측 향해 “이해와 협력 필요”

14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의 강의실이 비어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14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의 강의실이 비어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그래서인지 이 같은 의료대란 사태를 보다 못한 10개 주요 국립대 총장으로 구성된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도 목소리를 내며 중재자로 뛰어들었는데, 국립대 총장들은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의대 교수들을 향해 “전공의 집단 사직은 이미 많은 병원에서 심각한 진료 공백을 야기하고 있는 중”이라며 “전임의와 교수진의 추가 사직이 이어진다면 의료현장 혼란을 더욱 악화시키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아울러 국립대 총장들은 의대생들을 향해서도 “집단 수업거부로 학사일정에 차질을 빚으면 개인 학업 성취와 학위 취득에 영향을 주고 미래 의료현장에도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의실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가면서 여러분의 주장을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더욱이 총장들은 정부를 향해서도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할 대책 마련과 함께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보장할 대책에 대해서도 마련해 주길 요청했는데, 이들은 “의대 정원 확대 후 재정·환경적 개선뿐 아니라 선진화된 기초·임상 교육 과정의 안정적 운영과 실습 기자재 및 교수 인력 확보, 고도화된 임상 실습 환경 구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국립대 총장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라고 꼬집으면서 “정부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의료계는 사회적 요구와 기대에 부응할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입장과 우려를 솔직하게 공유하고 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나서기도 했다.

◆ ‘양보할 수 없는 싸움’ 된 의대 증원 문제, ‘정부 vs 의사’ 신경전 치열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지난 6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 훈 기자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지난 6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 훈 기자

한편 이날 서울행정법원(행정11부, 김준영 부장판사)에서는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처분 등을 취소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의 집행정지 심문도 열렸는데, 의대 교수 측은 “정부에서 의대 증원에 대한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처분이 진행된다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야기한다”며 조속한 집행정지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정부 측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의 주체는 대학이지 교수인 신청인들이 아니다. 신청인들은 대학이 추진하는 것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봐도 교수 입장에서 가르치는 학생이 증가하는 것은 전혀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론을 펼치면서 “집행정지가 인용된다면 의사 한 명당 돌보는 환자를 생각할 때 2000명의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상상해 봐야 한다”고 공공복리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맞대응을 펼쳤다.

또 다른 한편,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로 비상진료체계가 전개된 것을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신경전 양상도 벌어진 분위기였는데, 앞서 정부는 중증 환자 입원과 경증 환자 외래 수요가 종합병원과 지역 병·의원의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일부 해소되고 있다고 브리핑을 하자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태 해결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대책”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주 위원장은 “정부는 현 사태 해결과 아무런 상관없는 대책들을 발표하며 자신들의 실정을 덮으려 하고 있는데, 현재 공백이 일어나는 곳은 수련병원 입원 치료 영역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수련병원 외래, 대부분의 1·2차 의료기관 모두 정상적으로 환자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는 애초 이번 사태의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더 나아가 주 위원장은 정상 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은 정부에게 있는데, 그동안 방관하고서 비상 진료체계를 통해 정상 의료전달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을 부끄럽지도 않게 하느냐”고 쏘아붙이면서 “전공의 공백이 오히려 정상적인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현상이 주는 교훈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에서도 전날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하며 정부와 대치전을 펼쳤는데, 박단 비대위원장은 “업무개시명령은 ILO 제29호 강제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 정부는 공권력을 통해 전공의를 겁박하고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에 정부 측인 고용노동부는 “ILO 협약은 강제노동을 ‘어떤 사람이 처벌의 위협 하에서 강요받았거나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노동이나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나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은 적용 제외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의료서비스 중단은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인 만큼 강제노동 적용 제외 요건에 해당해 업무개시 명령은 정당한 조치”라고 반박해 정부와 의사들의 의대 증원에 대한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은 극단으로 치닫는 듯한 기류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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