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격차 해소 나선 정부, 27년 만에 의대 증원 추진에 눈길
尹 정부, 의대 2000명 증원 협상 퇴로 차단···의사집단에 공 넘겨져
한덕수 “최소한의 숫자,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 안 할 것”
정부 발표에 당황하는 의료계 ‘반발 최고조’, 이후 대응 놓고 고심?
서울 제외 지방으로 전부 배분, 지자체 등 지역서 환영 목소리 이어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좌)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의대 증원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우).  ⓒ시사포커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좌)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의대 증원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우). ⓒ시사포커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의사집단과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두고 한 달 넘게 평행선의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예고했던 의대 2000명 증원 확정으로 못 박으면서 각 의대별 증원분에 대한 배정까지 발표해 의대 증원 반발에 나섰던 의료계는 더 강한 반발에 나설지 정부와 의료개혁 과정에 대한 실속있는 협상에 나설지 선택의 기로에 선 듯한 모양새이다.

◆ 27년 만에 의대 증원, 의대 2000명 증원 협상 퇴로 차단한 윤석열 정부

교육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국 40개 의대 중 서울권을 제외한 32개 대학에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분을 확정했다고 밝혔는데, 정부 측은 기존에 강조했던 ‘지역의료 격차 해소’ 방침에 맞춰 비수도권에 증원분의 82%(1639명)를 배정했고, 나머지는 경기도와 인천지역에 18%(361명)를 배분하기로 했다.

정부 측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구 1만 명 당 의대 정원은 약 서울 0.9명, 경기 0.1명, 인천 0.3명이었고, 의사 수도 인구 1천 명 당 서울은 3.61명, 경기 1.8명, 인천 1.89명이라는 점을 고려해 불균형 해소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경기·인천 지역에 소재한 각 의대별 2025학년도 정원은 ▲성균관대 120명(기존 대비 80명 증가) ▲아주대 120명(80명) ▲차의과대 80명(40명) ▲인하대 120명(71명) ▲가천대 130명(90명)으로 확대되어 기존 209명에서 361명의 증원분이 반영되어 총 570명(2.73배 증가)으로 늘어났다.

강원 지역은 ▲강원대 132명(83명) ▲연세대분교 100명(7명) ▲한림대 100명(24명) ▲가톨릭관동대 100명(51명)으로 기존 267명에서 165명이 증원되어 432명(1.62배 증가)이 됐고, 제주 지역은 기존 40명이던 제주대는 60명이 증원되어 100명(2.5배 증가)으로 확대됐다.

충청권(충남·충북·대전)은 ▲순천향대 150명(57명) ▲단국대천안 120명(80명) ▲충북대 200명(151명) ▲건국대분교 100명(60명) ▲충남대 200명(90명) ▲건양대 100명(51명) ▲을지대 100명(60명)으로 기존 421명에서 549명이 추가되어 970명(2.3배 증가)으로 확충됐다.

경상권(경북·대구·경남·부산)은 ▲동국대분교 120명(71명) ▲경북대 200명(90명) ▲계명대 120명(44명) ▲영남대 120명(44명) ▲대구가톨릭대 80명(40명) ▲경상국립대 200명(124명) ▲부산대 200명(75명) ▲인제대 100명(7명) ▲고신대 100명(24명) ▲동아대 100명(51명) ▲울산대 120명(80명)으로 기존 810명에서 650명이 증원되어 1460명(1.80배 증가)으로 확대됐다.

전라권(전북·광주)은 ▲전북대 200명(58명) ▲원광대 150명(57명) ▲전남대 200명(75명) ▲조선대 150명(25명)으로 기존 485명에서 215명이 추가되어 700명(1.44배 증가)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이번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서 서울 소재 8개 대학에는 정원을 단 한 명도 배분하지 않았는데, 이는 서울 지역의 경우는 의료 환경과 여권이 충분히 조성되어 있다는 판단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의사집단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실패만 반복했던 의사 수 조정 정책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고 뚝심 있게 밀어붙여 해결에 나선 것에 대해 긍정 평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라고 일각은 관측했는데, 실제로 의대 정원은 1998년 이후 27년 만에 늘어나게 된 것이 사실이라서 역대 어느 정권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 의사집단 설득 나선 정부, 한덕수 총리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 피해로”

한덕수 국무총리 / ⓒ시사포커스DB
한덕수 국무총리 / ⓒ시사포커스DB

다만 문제는 의대 증원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의사집단의 반발은 더욱 확대되어가는 양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도 감지됐는데, 그래서인지 정부는 의사집단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제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의과대학별 학생 정원 배정 결과 브리핑에서 “이번 의대 정원 확대는 지역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높여 의료약자뿐만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살던 국민 누구나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이번 의대정원 배정확대는 의료개혁의 시작이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를 적극 해소하는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총리는 “교육부는 앞으로 대학의 파트너로서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대학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고 직접 대학을 방문해 적극 소통하겠다”며 집단 휴학을 한 의대생들을 향해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할 경우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학과 함께 필요한 지원을 찾겠다”고 약속하면서 달래기에 나선 모습을 보여줬다.

마찬가지로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함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에 나서면서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숫자이고, 내년부터 증원하더라도 우리나라 교육 여건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호소했다.

이어 한 총리는 “일각에서는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더 작은 규모로 타협하자는 의견마저 내고 있지만,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간다”며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을 위한 필수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그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의 반발로 의대 정원을 315명 감축한 것을 언급하면서 “그때 351명을 감축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66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확보되었을 것이며, 2035년에는 1만 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됐을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결국 지난 2000년의 (적당한) 타협이 2035년의 의사 부족을 초래했고, 올해의 갈등과 분란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지금이라도 의대 정원을 늘려 꾸준히 의사를 길러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피력하면서 집단사직한 전공의들과 동맹 휴학한 의대생들을 향해 “하루빨리 환자 곁으로, 학교로 돌아와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 정부 발표에 당황하는 의료계 ‘반발 최고조’, 이후 대응 놓고 고심?

지난달 25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통령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 인도에서 대통령실을 향해 "의대증원 결사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유우상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통령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 인도에서 대통령실을 향해 "의대증원 결사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유우상 기자

하지만 의사집단의 반발은 되려 커지는 듯한 분위기가 분명했는데, 실제로 연세대 의대·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이날 성명을 내며 “정부 발표안을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자랑스러운 한국 의료가 침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들은 “현재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제출한 후속 세대는 1만5000명에 달하며 이들을 포기하며 진행하는 의대증원 강행은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특히 비수도권에 1639명(82%), 수도권에 361명(18%)을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며 권역 중심 의료 기능 강화를 위해서라는 주장은 허구이며, 이후 의학 교육 현장에서 발생할 참담한 혼란 상황과 이로 인해 국민 건강 위협을 초래하게 될 독선적 결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와 같은) 졸속 정책은 100년 이상 쌓아 올린 대한민국 현대의학의 기반을 송두리째 와해시키고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의학교육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면서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오늘 발표된 의대정원 증원 배정안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음을 선언하며 올바른 의사교육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경대응 방침을 선언했다.

또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전북대병원 소속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전북대 본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학 교육과 의료현실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의료와 교육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와 교수의 의견을 묵살한 채 졸속으로 결정한 의대 배정”이라고 반발하며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전북대 교수 비대위는 “급하고 일방적인 의대 증원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면서 “주먹구구식 정책이 추진된다면 그 동안 쌓아올린 의학 교육력량과 의료체계를 일시에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안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미래 전공에 대한 조사조차 없이 의대 정원을 책정하는 비과학적인 과오를 범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고, 의과대학의 임상교육은 파탄 나고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의사가 배출될 것이다. 또한 선배에서 후배로 이어지는 전공의 수련체계는 훼손되고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은 영원히 복구되지 못할 것이다”고 맹비난했다.

이렇듯 정부의 각 의대별 학생 증원분이 발표되면서 전국 의대 교수들까지 분노를 표출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점입가경의 최고조에 이른 모습이었고, 더군다나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고려대 의과대학 교수의회 의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오후 8시 전의교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등 의협 4개 단체가 만나 이후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론의 힘을 받고 있는 정부가 이날 2000명 증원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의사집단의 협상 퇴로를 차단하여 물러설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기에 공을 넘겨받은 의사집단은 더 거센 반발에 나서야 할지, 아니면 정부 정책을 인정하며 향후 의료개혁 과정에 필요한 협상에 나서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선 것으로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서울 제외 지방으로 전부 배분, 지자체 등 지역서 환영 목소리 이어져

김영환 충북지사(좌)와 박형준 부산시장(우). 시사포커스DB
김영환 충북지사(좌)와 박형준 부산시장(우). 시사포커스DB

한편 지자체와 정치권에서는 이날 발표된 정부의 의대 증원 배분 결정에 대해 환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는데, 특히 박형준 부산광역시 시장은 담화문 발표를 통해 “의료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민은 원정 치료에 나서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며 “부산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만성질환 관리 등 지역 의사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의대 정원 확대를 계기로 필수 의료 공백을 막고 지역의료 체계를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부산시는 정부와 함께 지역의료 혁신에 나설 것이다. 시민 여러분의 지지와 지역 의료계도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도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2024년 3월 20일은 충북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과 지역균형발전 실현, 충북 교육개혁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충북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감안하면 지역의료 공백을 메우고 필수의료 제공을 위해 도내 의대 정원을 증원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호평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이날 “경남도는 앞으로도 경상국립대와 함께 증원된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과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경남도가 직면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위기를 타개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주며 의사집단 설득에 나선 모습을 보여줬는데, 실제로 이날 정광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의료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의 명령”이라면서 “의대 증원 방침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대변인은 의사집단을 향해 “윤석열 정부는 국민만 바라보며 의료개혁을 실천해 나감은 물론, 대화와 타협의 창구를 마련해 의료단체의 의견과 우려를 경청하고,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며 “부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환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시길 부탁드린다. 아울러 정부와 함께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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