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원희룡의 ‘명룡대전’부터 김두관·김태호 간 ‘리턴 매치’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속속 단수추천 결과를 발표하는 등 일부 지역에 대한 총선 후보 공천을 확정지으면서 여야 간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어 ‘빅 매치’가 이뤄질 곳에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계양을, 민주 ‘이재명 vs 국힘 원희룡’ 대선잠룡 간 맞대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지난 15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을 단수공천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른바 ‘명룡대전’이라는 이번 총선 최대 빅 매치가 사실상 확정됐는데, 비록 윤형선 전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당협위원장이 원 전 장관이 공천 받은 데 반발해 이의신청을 하기로 했으나 당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원 전 장관 측에선 “계양 시민을 또다시 속이려는 민주당 대표를 향한 표적 출마가 맞지만 계양과 대한민국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라며 이 대표를 겨냥한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최근 게시하는 등 이 대표와의 맞대결에 앞서 일찌감치 결기를 내비치고 있는데, 원 전 장관 본인도 지난 15일 단수공천 직후 “반드시 승리해 대한민국 정치와 계양의 발전을 가로막는 거대한 돌덩이를 치우고 깊게 뿌리 내리겠다”고 역설했다.

특히 인천 계양을의 경우 2010년 보궐선거를 제외하고 지난 2004년 14대 총선 때부터 현재까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에게는 분명한 열세지역인 만큼 여당에선 대선잠룡급인 원 전 장관을 내세우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지역의 중요성에 대해선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원 전 장관을 소개하던 지난달 인천시당 신년회 당시 “이 대표가 출마하는 곳에서 우리가 승리하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한 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보니 무작정 승리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3~14일 인천 계양을 거주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실시해 16일 공개한 ‘이재명 vs 원희룡’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대표에 투표하겠다는 비율은 49.1%, 원 전 장관을 찍겠다는 응답은 41%를 기록해 양자 간 격차는 오차범위 밖(8.1%P)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4·10 총선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느냐고 물었을 경우에도 민주당 45.4%, 국민의힘 35.2%, 개혁신당 6.5%, 녹색정의당 2.1%순으로 나올 정도로 민주당에 유리한 모양새이기는 한데, 하지만 ‘이 대표가 이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은 조사에선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 49.6%, ‘다시 한 번 더 하는 게 좋겠다’ 46.2%로 교체 여론이 오차범위 안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왔다.

그런 만큼 이 대표로서도 마냥 안심할 수만 없는 실정인데, 오히려 원래부터 야권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보니 국민의힘으로선 패배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데다 주요 대권주자와의 ‘맞대결’로 원 전 장관 본인도 몸값을 한층 높일 수 있는 반면 이 대표는 이 지역에서 패해 원내 입성에 실패할 경우 대선후보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것은 물론 당 대표 리더십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관련 압박에도 직면하는 삼중고를 겪게 된다는 점에서 여당 후보보다 부담감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 ‘낙동강 벨트’ 결전인 김두관 vs 김태호 ‘양산을’ 승부 관심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좌),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좌),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이번 총선에서 낙동강벨트를 놓고 벌이는 여야 간 핵심 격전지 중 한 곳인 경남 양산을에는 지난 15일 민주당이 이 지역 현역의원인 김두관 의원을 내세우기로 단수공천 확정하면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과의 맞대결이 이뤄질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비록 국민의힘에선 이 지역 공천 결과를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이 지역구인 김 의원이 지난 8일 양산을에 출마해달라는 당의 요청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결국 김두관 의원과 김태호 의원 간 맞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태호 의원은 32·33대 경남도지사, 김두관 의원은 34대 경남도지사를 지내 ‘전직 경남지사’ 간 대결이라는 점 역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데, 심지어 김두관 의원은 일찍이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란 이번 총선의 핵심 의제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선 상징적인 싸움이 필요하고, 이곳 경남 부·울·경에서 김두관, 김태호의 대결은 지역민 모두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영남 싹쓸이를 위해 양산 험지론이라는 동정표 작전을 쓰고 있는데 민주당에는 영남 어느 지역에도 양지가 없다”고 주장했던 김두관 의원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선 김태호 의원을 겨냥 “18년 전에도 한 번 선거를 치른 적이 있어서 리턴매치가 되는데 그때는 운동장이 많이 기울어졌었고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양산 선거는 해볼 만하다”며 “김해, 양산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하고 연고가 있는 곳이라서 부·울·경에서는 그나마 해볼 만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두관 의원은 “언론에서 주목도를 높여서 중량감 있게 보도해주지만 저는 경남에 오래 있어서 김태호 의원의 지역구인 함양·산청·합천·거창 군민들 정서도 잘 알고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맡은 밀양·창녕·함안·의령 지역도 잘 아는데 어떻게 보면 그쪽(국민의힘)에서 공천 받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어 당에서 희생을 요구하는 면이 있다. 국민의힘 계파 투쟁에서 밀린 사람들”이라며 “경남 민주당은 낙동강 벨트 수성이라는 수세적 목표가 아니라 전체 16석 중 절반 승리를 목표로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15석, 두 자리 숫자 당선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 같은 김 의원의 발언과 별개로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를 받아 지난 13~14일 경남 양산을 거주 성인 501명에게 ‘4·10 총선서 김두관 의원과 김태호 의원이 맞붙는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태호 의원은 48.7%, 김두관 의원은 40.6%를 기록했으며 이 지역에서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국민의힘 46.8%, 민주당 34.2%로 나왔고, 총선 성격에 대해선 ‘정권안정론’ 49.6%, ‘정권심판론’ 41%로 집계됐다.

아울러 현역인 김두관 의원에 대한 재신임도를 묻는 질문엔 과반인 55%가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답했으며 ‘다시 한 번 더 하는 게 좋겠다’는 응답은 오차범위 밖인 38.9%에 그쳤는데, 일단 김태호 의원이 지난 15일 경남양산시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가 양산을 예비후보 등록을 해 승부를 예고한 만큼 둘 중 이 ‘빅 매치’에서 승리하는 쪽은 향후 당내 권위나 정치적 체급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광진을 오신환 vs 고민정…공주·부여·청양 정진석 vs 박수현

(좌측부터) 오신환 전 의원,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오신환 전 의원,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밖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연이은 단수공천 결과 발표로 양당 간 맞붙을 후보가 확실히 정해진 지역구도 16일 현재 서울 광진을, 경기 이천, 충남 공주부여청양, 서산태안 등 4곳에 이르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리턴 매치’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지난 14일 국민의힘 공관위가 서울 광진을에 오신환 전 의원을 단수 공천한 바로 다음 날인 15일에 민주당 공관위가 현 지역구 국회의원인 고민정 최고위원을 광진을에 단수공천하면서 양자 간 대결이 성사됐는데, 앞서 지난 21대 총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승리한 고 최고위원이 오 시장 때 정무부시장을 지낸 오 전 의원과 맞붙게 됐다는 점에서 오 전 의원이 오 시장을 대신해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요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또 민주당 공관위가 지난 7일 현역의원이 없는 지역구 24곳의 원외 후보자 단수 공천을 확정해 경기 이천 후보로 나서게 된 엄태준 전 이천시장은 이 지역구 현역 의원인 송석준 의원이 16일 국민의힘 공관위로부터 단수공천을 받으면서 8년 만에 ‘리턴 매치’를 하게 됐는데, 앞서 지난 20대 총선에선 송 의원이 4만3154표를 얻어 엄 전 시장을 9456표차로 제치고 승리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충남 부여·공주·청양에서는 5선 중진에 국회 부의장도 지낸 이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단수공천을 확정 받아 민주당 후보인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과 3번째 맞대결을 펼치게 됐는데, 20대·21대 총선 모두 정 의원이 승리했던 만큼 정 의원이 6선에도 성공할지, 아니면 박 전 비서관이 19대 국회 이후 오랜만에 원내 입성하게 될 것인지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충남 서산태안에서도 재선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단수공천을 받으면서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3번째 대결을 하게 됐는데, 앞서 20대 총선 당시 조 후보에 1.76%P 격차로 이긴 데 이어 21대 총선에서는 그보다 더 벌린 8.49%P 차이로 재차 승리한 성 의원이 3선 고지에 오를 것인지, 혹은 조 의전비서관이 설욕전에 성공할 것인지 여부에도 벌써부터 양당 유권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전국 253개 지역구 중 단수공천 47곳, 전략공천 4곳 등 51명의 후보를 확정했으며 국민의힘은 62명을 단수공천한 상황인 만큼 양당 간 대진표가 실제 확정된 지역은 아직 4곳에 불과하지만 향후 공천 확정 지역이 속속 발표되면 여전히 누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주요 격전지의 대진표가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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