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원희룡·김한길 등 비대위원장 거론
최재형 “중도의 입장을 고려해야”, 안철수 “중도층 확장성에 의문”
김무성 “우리 당 내부 사정과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 해야”
윤재옥 “거명되는 분들 외에도 누구든 가능”

(좌측부터) 한동훈 법무부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한동훈 법무부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을 4개월 앞둔 시점에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물러나자 국민의힘에선 새 지도체제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을 이끌어나가기로 14일 결정했는데, 누가 이 자리에 오를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한동훈 비대위? 정치 경험·중도확장력 부족 등 지적도

국민의힘을 이끌어갈 비대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등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는데, 비록 지난 13일 이만희 사무총장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이나 원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들에 대한 총선 역할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데다 특히 한 장관의 경우 인지도는 물론 당내 지지도도 높다는 점에서 계속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심지어 한국갤럽이 앞서 지난 5~7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장관 지지율은 지난달 이뤄진 직전 조사 때보다 3%P 올라 역대 최대치인 16%를 기록했으며 선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동기 대비 2%P 하락한 19%에 그쳐 한 장관과의 격차가 처음으로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지기도 했다.

다만 당내에선 새 비대위원장이 사실상 내년 총선을 책임지게 되다 보니 막강한 권한도 갖고 있어 아직 정계 입문도 해본 적 없는 한 장관을 세우는 데 대해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은데,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비대위원장은 ‘가오 마담’ 자리가 아니다. 정치 경험이 없고 이미지만을 위한 사람이 오면 그동안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나름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총선) 이길 수 있는 시나리오 가진 분이 오셔서 판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고, 도리어 원 장관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에 대해선 “정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 장관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란 반응을 보였다.

또 같은 당 선임대변인인 윤희석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동훈, 원희룡 두 분은 후임자가 취임한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내각에 계신 분들”이라며 “지금 이 시점에 비대위원장으로 오려면 바로 사퇴 처리돼서 오셔야 되는데 그건 좀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지 않나”라고 시간상 윤 정부 인사가 비대위원장으로 오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14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우리 당 지지층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중도에 있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더 신중히 고려해봐야 된다. 지금 윤 정부 인사가 검사에 편중된 인사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부분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될 문제”라며 사실상 반대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는데, 중도 확장성을 우려한다는 지적은 앞서 지난 13일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지층 확장성에 있어선 좀 의문”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비대위로 간다면 이런 분들도 필요하지만 중도 확장할 수 있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같은 분도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하실 수 있다”며 인 위원장과 여권 인사가 공동으로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하지만 윤재옥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 뒤 가진 백브리핑에서 “정해진 바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한 명이 맡는 게 조직을 운영하는 데 효율적”이라며 공동비대위 구상엔 선을 그었다.

한편 야권에서도 한 장관 비대위에 대해선 냉소적 시선을 보냈는데,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원장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제일 좋은 호재는 당연히 한 장관이다. 정권심판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오만한 태도로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고 법무부 장관이면서 국민의힘 대변인인 것처럼 사사건건 시비 걸고 정쟁만 일삼았기 때문”이라며 “‘한동훈=윤석열=>정권심판론x10’. 그가 윤 대통령을 아주 사실적으로 떠올리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에서도 전날 오후 권칠승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제 용산이 준비한 비대위원장이 등장할 것이다. 한 장관이 여의도로 출근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비꼬았다.

아울러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지금 정치 입문도 안 한 상태인데 갑자기 들어와 정당의 비대위원장을 하거나 이럴 수는 없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 대선 카드이기 때문에 (여당의) 선거 패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패배에 책임져야 되는 자리에 앉히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며 한 장관 비대위원장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 김한길 비대위엔 “기회주의 탐욕에 악용 안 된다” 주장도

하지만 또 다른 후보군 중 한 명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부정적 반응이 나왔는데,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한길 비대위원장 설이 무성한데 오보이기를 바란다. 이렇게 거론되는 것 자체가 당이 우스워졌다는 증거”라며 “이러라고 김기현 대표가 사퇴하지 않았다. 당 대표의 헌신이 누군가의 기회주의적 탐욕에 악용되어선 안 된다. 도덕이 없는 것”이라고 혹평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허 의원은 “답은 정해져 있다. 바뀌어야 할 것은 용산이고 대통령이며 그에 비대위원장이 와야 한다”고 덧붙였는데, 같은 날 이준석 전 대표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비대위원장설과 관련 “예전에 이런 상황이 생기면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던 분들은 보통 당 대표를 지냈거나 국회의장, 대선주자 분들이 보수정당 내에서 물색됐는데 그런 것도 아니구나”라며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 사태에 있어서 김 위원장의 영향이 있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인데 그런 이름이 비대위원장에 언급된다는 것을 보고 헛웃음만 나온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는 김 대표 사퇴를 권고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김 위원장과 자주 통화하는 관계라는 의혹을 꼬집은 지적으로 보이는데, 더구나 김 위원장이 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민주당 출신 인사란 점에서 공천이나 인재영입 등 총선 지휘라는 중책을 맡는 비대위원장직을 맡기기엔 당내 보수 성향 인사들의 반감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은데다 아예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민정부 출범 30주년 기념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내부 사정과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나경원 전 의원이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밖에 비대위원장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던 나경원 전 의원은 14일 신촌의 한 카페에서 가진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합동 북콘서트를 마친 뒤 기자들로부터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당의 요청이 있으면 수락할 것인가’란 질문이 나오자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스피커가 좀 커야 하지 않을까. 한 마디로 존재감 있는 분이 비대위원장을 하는 게 맞다”고 입장을 내놨다.

◆ 당정관계 지적에 대통령실 “비대위원장, 관여할 문제 아냐”

특히 나 전 의원은 “어떤 분이 해도 좋겠지만 지금 여권의 정치 작동 시스템에 변화가 있어야 비대위원장도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정관계 재정립 같은 게 전제돼야 비대위 구성이라든지 당 지도체제 확립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그는 앞서 지난 3·8전당대회에 출마하려 했다가 사실상 윤 대통령 측과 갈등한 끝에 출마 의사를 접은 바 있어 비대위 전환 이전에 당정관계 정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급기야 그는 “선거를 앞두고 모두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중진들도 필요하지만 초선도 필요하고 장관과 수석을 한 분들도 희생하고 헌신하는 경향이 필요하다. 최근 장관이나 수석, 정부 요직을 거친 분들의 지역구 쇼핑 이야기는 본인들에게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장관이나 대통령실 수석들의 희생까지 요구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압박 속에 대통령실 한오섭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윤 원내대표와 비공개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여당 지도부 만나려고 생각했는데 당 사정이 이래서 공개적 면담은 안 이뤄지고 그냥 인사차 방문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무엇보다 그간 수직적 당정관계라는 지적 뿐 아니라 대통령실이 당무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잦아들지 않아온 상황을 의식한 듯 한 수석은 “비대위 관련 얘기는 없었다. 어차피 권한대행께서 당내 중지를 모으지 않겠나”라고 밝혔으며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서도 “당이 해야 될, 중지를 모아야 될 일이지 대통령실이 관여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거리를 뒀고 현직 장관들이 비대위원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데 대해서도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이런 가운데 권한대행을 겸하고 있는 윤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국회에서 중진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중진 의원 대부분이 국민 눈높이에 맞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당내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를 골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런 분을 모시기 위해 의총이라든지 당 안팎의 여러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줬다”고 밝혔으며 당내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새겨야 할 키워드는 미래와 변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또 다른 중진인 김영선 의원은 이날 “구체적으로 사람에 대한 얘기는 안 나왔다”고 밝혀 아직 특정인이 거명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윤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눈높이와 현직 장관 (비대위원장 임명을) 선 긋는다는 것은 인과관계가 정립이 안 된다. 국민 눈높이라는 것은 ‘저런 분이 우리 당 간판으로 선거 치르면 좋겠다’ 같은 상징적인 분이 좋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인인지 아닌지는 (비대위원장직) 선택 결정 기준이 아니다. 지금 거명되는 분들 외에 그 누구도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해 오는 15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과연 누가 하마평에 오를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