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원장론’ 놓고 與 내 찬반 엇갈려
장예찬 “한 장관 외에 다른 대안 없어 보여”
최재형 “대세몰이 해서 끌고 가려는 것은 좋지 않아”
성일종 “중도 확장성을 가지고 전술 구사할 수 있어야”
2시간 30분 연석회의에도 인선 결론 안 나...“절차 남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데 대해 당내에서 찬반 여론이 엇갈리면서 급기야 친윤, 비윤 간 충돌로 비화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 장예찬 “비윤계, 싸가지 없어…한동훈 외엔 대안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 일원인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18일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데 대해 “(한 장관이) 여러 굵직한 사안에서 자기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랜 신뢰관계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당 입장에서 민심을 받아들여서 본인이 해야 될 말, 쓴 소리 등을 더 가감 없이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한 장관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지만 달리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한껏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장 청년최고위원은 “우리가 아는 정치인들을 비대위워장으로 임명했을 때 아무런 감동도, 임팩트도 없기 때문에 구원투수로서 가장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는 클로저가 필요한 것”이라며 ‘한 장관 추대’에 부정적인 당내 인사들을 향해선 “소위 비윤계나 비주류라고 하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참 싸가지가 없다. 한 장관이 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합리적 근거를 대고 설득하면 되는데 쓰는 단어를 보면 아바타나 김주애가 왜 나오나. 그럼 그렇게 잘난 김웅 의원이 차기 주자 1위하라. 본인은 후보에도 못 들면서 압도적으로 1위 기록하는 사람에게 아바타나 김주애 이런 말을 써야 되는 건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는 앞서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이 한 장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인 김주애에 빗대며 “우리가 국민의힘이냐, 용산의 힘이냐. 왜 짜고 와서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미는가.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면 내년 총선은 어렵다”고 반발한 데 대한 맞불 공세로 풀이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김 의원이 ‘이준석계’로 꼽혀왔기 때문인지 이준석 전 대표까지 싸잡아 “싸가지 없는 것은 특정인과 친한 분들의 특징인 것 같다”며 이 전 대표가 ‘한 장관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서도 “한 장관의 대구 방문 이후 본인 신당에 대한 기대치가 뚝 떨어져 거기에 질투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맞받아쳤다.

◆ 비윤계 “의총서 韓 거론 3명 불과…대세몰이 좋지 않아”

(좌측부터) 국민의힘 이용호, 최재형, 성일종 의원,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이용호, 최재형, 성일종 의원,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당내 일각에선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데 대해 회의적 목소리를 쏟아냈는데,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을지 여부와 관련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고 야당도 그런 프레임을 걸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과연 내년 총선까지 단기간에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건 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될 문제”라며 “어느 한 분이 온다고 이런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보였다.

특히 최 의원은 한 장관에 대해 “정치력이 있구나라는 면을 보여준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본다”며 일각서 일어나고 있는 추대론에 대해서도 “지난번 김기현 당 대표 선출할 때도 그런 분위기로 몰고 가서 결국 결과가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았다. 대세몰이 해서 끌고 가려는 모양을 보여주는 것은 썩 좋지 않다”고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이용호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5일 의원총회 상황을 들어 “의총에서 한동훈이란 이름을 거명한 사람은 세 명이고 대부분은 정치 경험이 있어야 된다, 당정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정치적으로 산전수전 겪고, 충분히 선거라는 전쟁을 치러본 사람이 좋겠다. 내년 선거는 결국 수도권에서 승부가 나고 이런 선거를 이끌어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김한길 위원장도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은 충분히 갖췄다”며 김 위원장 비관론에 대해선 “지금 당이 그렇게 폐쇄적으로 생각하면 내년 총선 진다. 김 위원장 같은 경우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여기서 크게 활동한 사람”이라고 일축했고,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중도확장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를 갖고 있는 분, 정치를 잘 알면서 야당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분이 누구인지 바라보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승부처가 수도권이기 때문에 중도 확장성을 가지고 야당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정치적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김 위원장 쪽에 힘을 실었다.

비록 성 의원은 “한 장관이 됐든 김 위원장이 됐든 누구든 자기 소리를 정확히 내실 분들이다. 한 장관이 대통령의 아바타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면서도 한 장관에 대해선 “당의 좋은 자원이 너무 일찍 등판하면 야당의 집중 공격으로 상처가 날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판단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내놨고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지역 유권자들 만나 얘기 들었는데 반응 대다수가 한 장관을 이렇게 소비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혹시 잘못되면 결국 당도, 정권도 어렵고 한 장관이 가진 잠재력까지 다 없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전 최고위원은 장 청년 최고위원이 한 장관 비대위원장에 반대하는 비윤계를 비판한 데 대해 같은 날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인데 당내에 다양한 목소리를 담지 않겠다는 뜻이고 ‘오로지 권력에 충성하지 않은 자 낙인만 있을 것이오’라는 것”이라며 “장 최고위원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으로 해석한다”고 맞대응에도 나섰다.

◆ 내홍 번질까 의식? ‘친윤’ 이철규 “한동훈 민다고 밀어지나”

국민의힘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당정협의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당정협의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이렇듯 비대위원장직을 놓고 자칫 친·비윤 간 내홍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자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당정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자신이 직접 원내외 인사들에게 한동훈 비대위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는 설이 제기된 데 대해 “얘기할 것 하나도 없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내가 그렇게 통화한 사실이 없다. 밀기는 왜 미나. 민다고 밀어지나”라고 단호히 일축했다.

또 이 위원장은 당협위원장과 접촉해 ‘한동훈 비대위’를 언급해달라고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도 “(그러면 당협위원장이) 하수인밖에 더 되나”라고 응수했는데,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주재하면서 “김기현 대표가 사퇴한 후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지도체제 정비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됐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당내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국민이 공감하는 대안을 찾고 더욱 ‘하나 된’ 모습으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나경원 전 의원도 비대위원장 문제가 확전되길 원치 않는다는 듯 같은 날 페이스북에 “비대위와 관련한 이런저런 생각이 있지만 말을 아끼고 싶다. 우리 모두 내려놓고 반성하며 생동감 있는 정당을 만들어 가길 기원한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으며 급기야 안철수 의원은 이날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나와 “양지에 있는 일명 친윤이라고 하고 좋은 지역구가 있는 분들, 음지에 있는 비윤에다가 당선 확률이 떨어지는 지역구에 있는 분들을 모아서 공동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당 화합’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여권에선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정치 혁신을 위해 ‘대통령 당적 박탈’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상황을 꼬집어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추종할 때는 언제고 대통령을 내치라니, 그냥 집단 배은망덕하려나 보다. 비겁한 자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처럼 비대위원장직 관련해 자신을 둘러싸고 당내 찬반 격론이 일고 있는 상황 때문인지 당사자인 한 장관은 이날 예정된 외부 일정을 갑자기 취소하고 오후에 열리는 ‘마을변호사 10주년 기념식’엔 이노공 법무부차관이 대신 참석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는데, <동아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장관은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이 바라지 않는다면 비대위원장은 물론 국민의힘에 입당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장관 입장에서 비대위원장은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큰 부담을 혼자 짊어지게 되는 셈”이라고 한 장관 측 의중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 내부에서 자신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데 반대하는 기류가 우세하면 입당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비쳐지지만 윤 대통령이 이미 법무부장관까지 교체하는 개각에 나서려는 수순인 만큼 한 장관의 거취 관련 고민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또 다른 비대위원장 후보로서 전날 ‘한 장관 비대위원장 추대론’에 대해 “어떤 의견이든 당원으로서 전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밝혔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천안시청에서 충남 국가산단 조성을 위한 현안 회의 및 상생 협약식 참석 뒤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는 바 전혀 없다. 국민 기대를 되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당이 어렵고, 국정 지지기반을 회복하고 확장하기 위해 앞으로 어려움이 큰 만큼 어떤 희생도 각오하고 헌신하겠다는 입장이다. 누구도 어려워하고 꺼려하는 부분을 저부터 떠맡아야 된다는 생각”이라며 “특히 정권교체 당시 국민들의 기대를 되살리기 위해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성은 구체적이고, 국민의 눈높이에 찰 때까지 구체적인 변화의 행동을 앞장서 보여드릴 생각”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덧붙여 그에게도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이런 상황 속에 윤 권한대행은 이날 33명이 나서서 발언한 현역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견이 모아졌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중요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필요한 절차가 조금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친 연후에 제가 판단하겠다”며 회의 주제였던 비대위원장 인선 문제가 여전히 결론 나지 않았음을 에둘러 밝혔는데, ‘필요한 절차’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공개적 절차일 수도, 비공개적 절차일 수도 있다”며 ‘추가적인 의견 수렴 여부’와 관련해선 “더 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비공개 회의이기 때문에 내용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사람에 대해 말한 분도 있었고 인선 기준에 관한 얘기를 한 분도 있었는데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라며 ‘(내일 모레 있는) 예산안 통과보다 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는지’ 묻는 질문엔 “당의 지도체제 정비라는 게 오래 미룰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시간을 많이 끌지 않겠다”고 강조해 당에 상당한 후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 비대위원장 인선이 조만간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