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사퇴에 비대위 체제 전환 준비 작업 본격 돌입
與 “사즉생의 각오와 재창당 수준 개혁할 것, 비대위長 선임에 박차”
비대위원장 놓고 격론 벌어진 與 의총, 계파 갈등 양상 신경전 치열
김재섭 “현상유지위원회 꾸리는 것 아냐, 친윤 인사 오면 어려워져”
홍준표, 비대위원장 갈등에 “아직도 덜 다급한 모양, 정신들 차려라”
원희룡 “위태 상태, 철저한 반성과 변화 위해 뭐든 해야 하는 상황”

(왼쪽 위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위 사진), 이 훈 기자(아래 사진)
(왼쪽 위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위 사진), 이 훈 기자(아래 사진)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김기현 전 대표의 당대표직 전격 사퇴로 인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한 국민의힘이 비대위원장 후보군에 대한 갈등이 벌어지면서 인선 과정부터 난항을 겪는 모습을 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 與, 비대위 체제 전환 작업 돌입···“사즉생의 각오, 재창당 수준의 개혁할 것”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 작업과 관련해 “하루 속히 혼란을 수습하고 지도체제를 재정비해 총선 승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면서 “사즉생의 각오와 재창당 수준의 개혁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나갈 것을 약속드리며, 변화를 주도할 비대위원장 선임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윤 대변인은 “대한민국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대내외적 복합 위기 속에서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은 날로 커지고 사회적 갈등은 극에 달해 있는데, 우리 당은 정치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반성하면서 “국민께 희망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윤 대변인은 “국민의힘에게는 집권여당으로서 민생을 살필 의무와 함께 국민께 약속한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으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는데, 이를 위해 총선 승리는 필수”라면서 “국민의힘은 뼈를 깎는 혁신으로 ‘담대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비대위원장 선임과 관련하여 여러 추천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주면 될 것”이라고 전하면서 “전체적으로 인선 관련 여론을 수렴하고 있고 여러 가지 평들을 듣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윤 권한대행은 당 비대위 출범 시기에 대해서도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 내로 당 체제가 정비 되어야 하겠지만, 당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선임 관련하여 당헌·당규 절차가 있다”며 “그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 있다”고 말해 사실상 온전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당장은 힘든 상황임을 시사했다.

◆ 비대위원장 인선 난항 예고?, 與 의총에서 비대위원장 놓고 격론 벌어져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비대위는 이르면 다음 주 공식 출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렇듯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모습을 보였고, 실제로 이날 국회에서 당 비상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내년 총선을 이끌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내부 논의에 돌입했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열린 의총에서 “김 전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사퇴하면서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김 전 대표와 장제원 의원의 결단이 우리 당의 변화와 총선 승리를 위해 진심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더욱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당을 정비하고 총선을 대비하는 것에 있어 국민께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윤 권한대행은 “우리 당이 신속한 회복력을 갖기 위해서는 당내 구성원이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며, 다 같이 해결 방안을 찾는 데 함께해야 한다”고 협조를 구하면서 “국민의 기준에 맞춰 당이 변화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벌어지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는데, 특히 비대위원장 후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등의 여러 인물들이 거론되면서 격론이 벌어진 분위기였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성원 의원은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서면서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이 판을 흔들어야 하는데, 이 위기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분은 여권에 있는 한동훈 장관”이라며 “삼고초려(三顧草廬,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해 참을성 있게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뜻)해서 모셔와야 한다”고 호소했고, 이에 친윤계(친윤석열)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들도 줄을 이어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윤계(비윤석열)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은 한 장관을 “윤 대통령 아바타”라고 표현하면서 반대 입장을 피력했는데, 김 의원은 “우리가 국민의힘인가, 용산의힘인가. 왜 짜고 나와서 한동훈 장관을 밀려고 하는 것인가. 당이 다 망가지게 생겼는데, 정말 100석 이하로 가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꼴을 보고 싶은 것이냐”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비대위원장은 중도 외연 확장을 할 수 있고, 정치를 아는 사람이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이밖에도 서병수 의원은 ‘대통령에게 당당히 말을 할 수 있으며, 중도층과 20·30세대, 수도권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으며, 김학용 의원은 원희룡 장관을 추천했고, 이태규 의원은 ‘원희룡 장관이냐, 한동훈 장관이냐를 내세워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총선은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의 프레임으로 가면 안된다. 대선 연합전선의 어벤저스를 복원해 혁신 경쟁 프레임으로 이끌어야 승리할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논의 방향의 전환을 촉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는 비대위원장으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함께 언급되고 있는 분위기였는데, 특히 김한길 위원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조력자 역할을 해 온 전력이 있기에 하마평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 결국 계파 갈등 양상으로 진화, 비윤계 “친윤 성향 인사는 절대 안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논평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논평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놓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계파 갈등 양상을 파열음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대체적으로 친윤계에서는 한동훈 장관을 비롯해 김한길 위원장과 인요한 위원장을 주로 언급하고 있는 반면에 비윤계에서는 친윤 성향의 인물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준석 전 대표 및 안철수 의원까지 추천하며 팽팽하게 대립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다.

더욱이 비윤계 측에서는 한동훈 장관을 비롯해 김한길 위원장 등 친윤 성향의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김재섭 서울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이 지경인데 아직도 한가로우신 모양”이라고 핀잔하면서 “우리 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이지 현상유지위원회 꾸리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또 다른 비상상황을 만들 뿐이고, 선거 실패 후 또 다른 비대위가 들어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김 당협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입장만 대변해서 김건희 특검이나 채상병 사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과 관련해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오면 수도권 선거는 어렵다”고 비판하면서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근혜라는 정치인이 이명박 대통령을 치받을 수 있는 여당 인사였고 비대위 구성에서 20대의 이준석, 경제민주화를 외친 김종인 같은 파격적 인사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울러 허은아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로 알려져 있는 김한길 위원장 및 인요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면서 “공천 학살의 서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친윤 인사) 누가 오셔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의 변화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인선’ 다툼에 쓴소리 나선 홍준표 “사용들 버리라”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비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당내 갑론을박을 벌이며 파열음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의원들을 향해 “아직도 틀튜브(틀딱+유튜브) 보고 갈팡질팡 하느냐. 사욕들 버리고 정신들 차려라”면서 “적절한 말은 등소평의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인 것”이라고 일침했다.

이어 홍 시장은 “뇌물 전과자, 민주당 비대위원장 출신도 비대위원장으로 받아들여 1년간 모신 정당이다”며 “주류 출신이 아니라고 비토하는 부류들은 코메디 대행진 하는 건가. 자기 지역구 사정 때문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지금 그걸 가릴 때인가”라고 되물으면서 “경륜 있고 큰 선거 경험 있는 분들을 삼고초려 모셔와도 될까 말까 한 절박한 시점에, 자신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중구난방 하는 모습들을 보면 아직도 덜 다급한 모양”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KBS ‘특집 1라디오 오늘’에 출연하여 ”한동훈 장관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한 장관이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한 장관 본인의 선택과 또 당의 요구가 맞물려 있는 만큼 그 내용들을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사실상 당을 향해 신중한 판단을 할 필요성이 있음을 에둘러 인식시켰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한 장관이 보여주는 말과 정치적 행동이 기존 여의도의 낡은 정치 문법과는 다른 새로움이 있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왜냐하면 한동훈 장관이 기존 정치권에서 소화하지 못했던 지지를 끌어내는 역량들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최고위원은 “세간에서 우리 국민의힘을 바라봤을 때 너무 용산 대통령실에 종속적인 관계를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이런 비판들도 있기에, 건강한 당정 관계, 또 당이 주도적으로 대통령실과 정부가 국민적 눈높이에 어긋나는 일들이 있다면 강력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리더십도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꼬집으면서 “단순하게 적절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한 사람을 앉히기보다는 모든 걸 뒤바꿀 수 있는 쇄신과 혁신형 비대위원장이 와야 하는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 비대위원장 물망 오른 원희룡 “철저한 반성과 변화 위해 뭐든 해야 하는 상황”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또 다른 한편 국민의힘의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원희룡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열린 ‘커피챗 플러스 행사’에 참석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의 비대위원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말을 아끼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주면서도 “국민들이 이 정부를 출범시킨 대선 때의 그 기대가 지금 많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상황을 짚으면서 “철저한 반성과 변화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더욱이 원 장관은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한다’는 부분에 대해 드릴 말은 없지만, 저를 희생하는 역할까지 포함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그런 자세를 가지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지 임해 나갈 것인데, 주어지는 역할을 떠나 무엇이든지 간에 이런 반성과 변화에 저 자신부터 몸을 던질 생각이고, 구체적인 것은 그것을 말해야 할 때가 오면 그때 가서 제가 분명히 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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