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쟁점 법안 ‘노란봉투법·방송3법’, 尹이 답할 차례
거부권 놓고 여야 신경전 치열, 경제·노동계도 강경 대응 나서며 강력 반발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에 쏠린 눈, 민주당이 의도한 ‘尹 거부권’ 수순?
신중 태도 취하는 용산, 소통강화 의지 내비쳐 “노사 양측과 충분한 대화를”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입법 독재’를 벌이는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항의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좌), 윤석열 대통령(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우). 사진 / 이훈 기자(좌), ⓒ대통령실(중), ⓒ뉴시스(우)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입법 독재’를 벌이는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항의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좌), 윤석열 대통령(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우). 사진 / 이훈 기자(좌), ⓒ대통령실(중), ⓒ뉴시스(우)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무소불위의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여 쟁점 법안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여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서 강행 처리되어 예상대로 정치권을 비롯해 노동·경제계까지 대혼돈에 빠진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 윤 대통령 압박하는 민주당, 이재명 “거부 정권, 거부 정치 이제 그만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단 ‘방송3법’에 대해 “후보 시절 언론 자유가 민주주의 사회 기본이라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 와 방송3법 입법을 거부하면 언론 자유 신봉자라고 주장하며 언론 통폐합과 숙청에 나섰던 과거 독재 정부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며 “언론 탄압 정권 혹은 거부 정권, ‘말 따로 행동 따로 정권’ 같은 오명을 씻으려면 방송3법을 즉각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특히 이 대표는 “(미국 언론 매체인) 뉴욕타임스가 ‘윤 대통령의 언론 장악에 대한 열의는 한국의 군사 독재 시절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한국 검찰이 정권 비판적인 언론을 겁박하고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을 비판한 것”이라며 “방송3법 공포는 그야말로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윤석열 정권의 그릇된 언론관을 바로잡고 언론 자유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공세했다.

이어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의 매서운 심판 앞에서는 달라지겠다고 해놓고 뒤에선 거부권을 행사하는 ‘말 따로 행동 따로’ 이런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민심도 거부하고, 국회도 거부하고, 거부권도 남발하고, 보고서 채택도 안 된 인사들을 마구 임명하고, 이런 거부 정치를 이제 그만하라”고 쏘아붙여 사실상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을 부각하려는 의도의 ‘거부권 프레임’ 전략을 꾀하는 듯한 분위기라고 일각은 관측했다.

아울러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같은 회의에서 “지난 토요일(11일) 여의도에 노동자대회가 있어 제가 직접 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단장으로 현장에 참석했는데,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피켓을 들고 ‘노조법 거부권을 윤 대통령이 행사할 때는 사회적 타협은 없다’고 강조했다”며 “대통령이 진짜 달라졌는지 이번에 한 번 보겠다. 노조법, 절대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도 서 최고위원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합법적인 노조 운동을 보장하는 법으로, 노조 활동을 하고 노동 활동을 했을 때 엄청난 손해배상으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는 아주 소중한 법”이라고 피력하면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반노동, 반민생으로 가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지난번 대통령이 국회에 왔을 때 (저는 대통령에게) 분명히 얘기했다.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면 ‘신중해 달라’고 말씀드렸다”며 “대통령이 거부권만을 생각하고 야당과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는다면 매우 유감일 것”이라고 압박에 가세했다.

더욱이 홍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믿고 지금 여당이 전혀 협상하지 않고 있다. 어떠한 협상안도 가져오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저희는 지난 주에 여당 측에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모두 수정안을 직접 제시했다. 저희가 원하는 법이 100% 통과가 안되도 조금이라도 진전될 수 있다면 국민을 위해서 좋다고 봤기 때문에 수정안도 제시하고 또 여당이 수정안을 가져오면 협의하겠다고 했었지만 하나도 가져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공식 건의 나선 與, 온라인 ‘필리버스터’ 진행까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반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대통령을 향해 야권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건의하고 나섰는데, 실제로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숨통을 끊어놓을 노란봉투법과 공영방송이 민주당 사내 방송이 되는 방송3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면서 “국민과 나라를 위해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실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그 법률이 그렇게도 필요하고 중요했다면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 내내 입법을 하지 않고 있다가, 야당이 되자 갑자기 날치기까지 동원해 입법을 강행한 속셈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거대 귀족노조의 불법행위에 무작정 관대했던 지난 정권의 책임자들이 그동안 파업을 잠시나마 고민하게 했던 최소한의 제어장치마저도 완전히 없애버리겠다고 나섰다. 거대 귀족노조의 불법 파업 프리패스를 갖다 바쳤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김 대표는 방송3법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편향된 방송 환경을 계속 누리기 위해 민노총의 노영방송 영구화 법률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을 향해 “충성심과 결집력이 높은 집단의 표를 소거하기 위해 거대 귀족노조에 머리를 조아렸다”고 질타했다.

더욱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부터 국민과 함께하는 무제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항해 우리 당 소속 60여 분의 국회의원들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부당함을 온라인을 통해 설명할 것”이라며 오는 17일까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개정안의 부당함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온라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정부·여당과 경제계에서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불법 파업을 조장하여 결국 산업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보는 반면에 야당과 노동계에서는 파업에 돌입한 노조에 대해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막아주는 노동권을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며 싸우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방송3법에 대해서는 정부·여당 측은 공영방송사의 이사 수를 늘려 한국방송공사 등 사장 추천권에 대한 지배 구조를 야권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바꾸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한 반면에 야당 측에서는 언론 장악을 위해 여권에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 경제계 vs 노동계, 극단 대치전 돌입···경제 6단체 “거부권 행사 안하면 한국 떠날 것”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해당 쟁점 법안들을 두고 사회적 갈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는데,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이날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경제 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갈 것이라고 경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특히 경제 6단체는 “개정안은 원청업체에 대한 쟁의행위를 정당화시키고 노조의 극단적인 불법 쟁의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해 우리 기업과 경제를 무너뜨리는 악법”이라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산업 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리게 될 것이기에, 대통령께서 거부권 행사로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시길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경제계에서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그동안 경제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노사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르고 우리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음을 수차례 호소한 바 있음에도, 야당이 경제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략적 판단으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개악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더군다나 대학생 단체인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에서도 이날 성명을 내며 “노란봉투법 안에는 청년도 미래도 없다. 노란봉투법은 사실상의 ‘불법 파업 조장법’이자,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노란봉투법은 민법의 3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국제적으로 보편타당하지도 않으며, 불법 파업을 일상화시킬 것이다”며 “여당이 부득이하게 철회한 필리버스터를 청년·대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서 장외에서라도 하겠다. 대통령은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악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호소하며 정부·여당과 경제계의 손을 들어주며 힘을 보탰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 노동계에서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치면서 “노동자와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촉구하고 나섰는데, 이들 노조는 일제히 “진짜 사장이 교섭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손해배상 가압류 폭탄을 막을 노조법 2·3조는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오늘도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은 손해배상·가압류로 노동자들의 삶을 파탄 내는 일을 막아서, 안정적인 교섭을 통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 법의 취지다. 윤 대통령은 개정된 노조법을 하루라도 빨리 공포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면서 “무엇보다도 거부권은 법률안이 위헌적이거나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만 발휘될 수 있는 권한인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 고심 깊어지는 대통령실, 신중한 태도 보이며 노동계와 소통강화 의지 내비쳐

용산 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용산 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한편 강행 처리된 두 법안이 쟁점 법안임을 잘 알고 있는 민주당이 사회적 갈등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밀어붙인 의도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인 만큼 정치적 유불리 셈법에 따라 대통령의 불통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거부권’ 프레임을 덧씌우기 위한 정략적 의도라고 분석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관측되는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법안이 아직 정부에 넘어오지 않았다”고 잘라 말하면서 “(법안이 넘어오면) 기본 원칙이 있기에, 해당 부처나 관련 단체의 의견을 들어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말해 일단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즉, 대통령실에서도 민주당 측이 의도하는 것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임을 간파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입장을 밝혀 민주당의 의도대로 움직이지는 않겠다는 점을 보여준 셈인데, 그래서인지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설문조사’를 발표하면서 “노동현장의 실태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서 노사 양측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서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소통을 강조했다.

특히 이 대변인은 근로시간제도에 대해 “근로시간제도가 국민의 생활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매우 크다. 이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까지 보여 주면서 “근로시간 제도는 물론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저출산 고령화 등 중요한 노동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 단절은 노·사·정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노총이 조속히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근로시간 등 여러 현안을 함께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노동계와 거듭 대화에 나서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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