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의 민주당, ‘탄핵·입법·국조·예산’ 강행 독주 행보에 눈길
다시 시작된 국회 대치 정국, 여야 ‘신사협정’ 무색하게 만든 野
쟁점 법안 막으려고 필리버스터 준비했던 與, 탄핵에 계획 급변경
다시 시작된 민주당 독주에 뿔난 국민의힘, 정부도 野 비판에 가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탄핵 남발 민주당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탄핵 남발 민주당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민생·경제를 위한 협치’를 외치며 여당과 신사협정까지 맺었던 국회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지닌 무소불위 거야의 더불어민주당이 그간 쟁점 법안이었던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와 함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및 검사의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힘자랑하듯 밀어붙이고 나서 정국을 급랭시켰다.

◆ 정치 양극화 우려 목소리 낸 홍익표, 무소불위 힘 보여주고 나선 민주당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제55주년 대한민국헌정회 창립기념행사에서 “국민께서 걱정하듯 대한민국 정치가 많은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짚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정치권이 얼마만큼 통합적으로 갈 것인지가 숙제인데, 여야 상호 간 너무 공격하다 보니 계속 우리 스스로가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자초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진단하면서 “국회의장과 상의해 가면서 여야 원내대표 간 대화와 만남을 통해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정치에 대한 신뢰 회복과 양극화 극복을 위해 협치해 나갈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섰었다.

하지만 이러한 말이 무색하게도 민주당은 이날 오후 행동으로 보여주고 나선 것은 다수 의석을 앞세운 의회 독주의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민주당은 오후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그간 여야의 의견이 크게 엇갈려 갈등을 벌여 왔던 쟁점 법안들인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여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서 야당 단독으로 강행 통과시켰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이날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이재명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와 ‘친윤’(친윤석열) 검사로 분류되고 있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까지 이들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직후 열린 본회의에 일사천리로 보고까지 강행해 무소불위 권력의 위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민주당 “이동관 등 탄핵소추안 당론 채택”, 국회 보고까지 일사천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 소추라는 것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이고, 국회는 탄핵 소추에 해당되는 대상자들에 대해서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할 책무와 의무가 있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면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범죄검사 손준성, 이정섭 등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으며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윤 원내대변인은 “특히 검사들은 위법한 범죄 혐의나 중대한 비위가 있는데도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처벌받지 않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져 탄핵하는 게 마땅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면서 “위법한 범죄 행위가 분명하고 비위 혐의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정치적 고려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것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의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쟁점 법안을 다시 끄집어내고 이에 더해 정부 인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오송지하차도 참사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순직해병대원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 3개 사안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국정조사요구서 국회 보고까지 동시다발로 산발적으로 꺼내 들어 어쩔 수 없이 소수의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결국 두 손을 들고 일제히 표결 전 집단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퇴장하게 만들었는데, 이는 결국 민주당은 여당과의 극한 대치전의 신호탄을 다시 쏘아 올린 셈이 됐다.

◆ 쟁점 법안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 준비했던 與, 탄핵 추진에 계획 급변경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더군다나 국민의힘은 당초 노란봉투법 및 방송 3법의 쟁점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추진할 방침을 세웠으나, 민주당 측이 돌연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탄핵안까지 급진하여 국정의 안정적 운영 고려 등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려 필리버스터 추진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실제로 민주당에서 정부 인사 3인의 탄핵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당내 의원들과 긴급 회의를 거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필리버스터라는 소수당의 반대토론 기회마저도 국무위원 탄핵에 활용하겠다는 정치적 악의적 의도를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네 가지 ‘악법’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필리버스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포기하는 이유는 민주당에서) 방통위원장을 탄핵해 국가기관인 방통위를 장시간 무력화하겠다는 나쁜 정치적 의도를 막기 위함”이라고 분명하게 설명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되면 그 후로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되는데, 만약 72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않는다면 자동 폐기되는 것이기에 국민의힘은 어쩔 수 없이 정무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즉, 민주당 측이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강행 처리한다고 할지라도 ‘대통령 거부권’(재의 요구권)이라는 방어 카드가 살아 있기에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탄핵안 표결을 방어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얘기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방통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져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통위원장의 자리가 공석이 되기 때문인 것인데, 게다가 내년 총선을 앞둔 선거 국면인 상황 등도 이번 판단에 고려된 것으로 보여진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측이 이렇게 다시 여야가 대립하는 전선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와 관련해 최근 민주당이 메가서울론 및 공매도 등 초대형 총선 이슈를 선점하지 못해 정책 주도권을 놓치고 게다가 이재명 대표의 재판리스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방어를 하기 위한 방탄전이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여 ‘정권심판론’을 다시 띄워 국면을 전환해보자는 심산일 수 있다고 분석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 민주당 힘자랑에 뿔난 국민의힘, 박정하 “민주당식 나쁜 정치, 부디 멈추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한편 민주당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던 7000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도 단독 강행 처리로 증액시키는 우를 범하고 말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행안위 회의에서 여야는 지역화폐 예산 증액 문제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고 결국 예산 증액에 반대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측의 표결 강행에 반발하며 집단 퇴장했는데, 다만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지역화폐 예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야 최종 결정되고 무엇보다도 예산안의 증액은 정부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에 지역화폐 예산안의 증액 여부와 규모 등 그 향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렇듯 민주당은 이날 돌진에 돌진을 거듭하며 수적으로 우세한 거야의 힘자랑을 제대로 보여주고 나섰는데, 다만 이런 민주당의 모습에 대해 정부·여당 측에서의 쓴소리는 이어져 다시 대치 정국이 시작됐음을 실감케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개정안을 기어이 오늘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겠다고 하는데, 모두 충분한 숙의와 토론이 병행되어야 하는 쟁점 법안임에도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이려고만 하고 있다”며 “정쟁을 자제하자던 신사협정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정책 경쟁을 하자던 약속도, 민생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던 다짐도 사라져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이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오히려 면죄부를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방송3법 개정안으로 인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 공정성 훼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외면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두 법안 모두 문재인 정부 때 국정과제로 채택됐거나,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엔 추진하지 않다가 정권이 바뀌자 태도를 바꾼 것에 ‘꼼수’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국정조사 요구 역시 정쟁용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힘의 뉴시티 프로젝트, 주식 공매도 금지 등 민생 정책에는 대응하지 않더니, 국민 삶과 직결되지 않은 쟁점 법안처리에는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모습은 정책 경쟁을 피하려는 민주당식 나쁜 정치”라고 꼬집으면서 “민주당이 적어도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민생과 경제를 생각하는 야당이라면 브레이크 없는 입법 독주를 부디 멈추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었다.

또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의 신사협정 체결을 언급하면서 “대통령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야당 인사들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이어졌고, 국민들도 모처럼 국회에서 상생과 협치의 싹이 트나 기대했지만,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국민적 기대를 처참히 짓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대선 패배 이후 걸핏하면 나오는 탄핵 주장에 이제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었다.

같은당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집권당일 때도 추진하지 않은 법을 이제 와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명분 없는 ‘내로남불’ 행태”라고 질타하면서 “민주당은 협치와 민생을 던지고 다수 힘으로 법 통과시키면 국민 고통이 민주당에 대한 심판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민주당 ‘탄핵’ 공세에 정부도 비판 가세, 한동훈 “착각 말아야”·이동관 “황당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좌)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우). 시사포커스DB
한동훈 법무부 장관(좌)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우). 시사포커스DB

심지어 자신을 향해 탄핵을 하겠다고 공격해 온 민주당에게 ‘탄핵을 하려면 하라’고 맞대응을 펼쳤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자신에게 ‘관종’(관심종자)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분노감을 표출하기도 해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다.

실제로 한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고 최고위원의 ‘관종’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여당 의원 질의에 대해 “나도 그 얘기를 들었는데 이 말은 억지로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사람을 모욕적으로 비하하는 욕설에 가까운 표현”이라면서 “그런데 매번 국민을 대표하신다는 분들이 국민과는 달리 이런 말을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좀 당황스럽긴 하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고 최고위원과 민주당을 겨냥해 “착각하시는 것 같다”고 반격에 나서면서 “지금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다. 불법 탄핵을 남발해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민주당이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계신 것”이라고 응수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으로부터 탄핵 공격을 받은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이날 국회 예결위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탄핵 대상이 될 만한 헌법·법률 상의 중대한 위반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법률 위반이 없는데 거대 야당이 숫자를 앞세워서 방통위원장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의 판단에 따른 민심의 탄핵을 받을 행위”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더 나아가 이 위원장은 “야당의 탄핵 추진 사유를 보면 방통위의 가짜뉴스 심의·단속을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가짜뉴스의 폐해를 막기 위한 정부 기관의 대처는 전 세계적인 흐름인 것인데, 야당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가짜뉴스 단속을 본인들 선거운동에 방해되는 행위로 보는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참으로 부당하고 황당한 탄핵 사유”라고 맞대응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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