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카드 놓고 험지 출마 ‘갑론을박’
김종인 “강력한 후보와 붙어보는 용기가 필요해”
유승민·이준석 신당 창당 시 영향력도 촉각
국민의힘 26.1%, 이준석·유승민 신당 17.7%
이준석·유승민 신당, 민주당 지지도에 더 악영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내년 총선까지 6개월도 안 남은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신당론’이나 ‘험지출마론’이 거론되고 있는데 총선 승리의 견인차가 될 것인지, 아니면 당내 갈등을 초래할 부정적 변수가 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하태경이 쏘아올린 ‘험지출마론’…한동훈으로까지 확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부산을 떠나 서울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화두가 된 험지출마론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면 전환을 위해 한동훈 법무부장관 등판을 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자당의 승부수로 띄울 만한 또 다른 카드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한 장관에게 종로구 출마하라는 얘기까지 나온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국민의힘 우세 지역에 출마하는 것은) 총선에 뛰어들려고 한다면 의미와 취지, 명분이 분명하지 않다. 쉬운 데 가서 본인 원내 진출하기 위한 그거는 우리 당 차원에서 관심 대상이 아니다”라며 “본인의 영향력 때문에 다른 민주당 지역에서 우리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무조건 해야 된다”고 답했다.

즉,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기 쉬운 지역보다는 민주당과 일전을 벌여야 하는 험지에 나가 열세지역 판세를 전반적으로 뒤집는 ‘선봉’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 같은 주장은 앞서 지난 9일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도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나와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원희룡, 한동훈, 박민식 장관은 출마할 필요가 있어 보이고, 다만 험지로 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비슷한 목소리를 낸 바 있으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강력한 후보와 붙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시도를 해야 정치인으로 클 수 있다”고 한 장관에 충고하기도 했다.

또 국민의힘과 합당 절차를 밟고 있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장관이 정치1번지라는 상징이 있는 서울 종로로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선 “올드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만약 한 장관을 조할 수 있는 위치라면 종로는 아니다”라며 “의미 있는 험지여야 한다. 나가면 무조건 죽는 건 안 되고 어려운 지역인데 한동훈이라는 인물 경쟁력으로 당선될 수 있는 지역(에 나서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반면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한 장관에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당내 일각을 겨냥 “한 장관이 출마한다면 그 지역에 대한 선택이나 이런 것들은 의미에 맞게 결정하는 거지, 밖에서 험지 안 나가면 큰일 날 것처럼 프레임 만들기 전에 선배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줘야 한다”며 “왜 영남에서 3선, 4선하신 분들은 험지 못 나가는 거냐. 험지출마 (주장)하는 분들 지역구 보면 다 양지”라고 일침을 가했다.

(좌측부터)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또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 역시 23일 YTN 뉴스나이트에서 “그냥 (험지출마) 프레임 전쟁으로 휘말려 들어가선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게 된다면 당 입장에선 조커이고 히든카드라 절대 버리는 카드로 만들어선 안 된다”며 “철저하게 계산되고 정략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한 군데 딱 특정해서 하는 것보다는 당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전략적으로 맞는 평가, 그리고 살리는 카드로 만들어야 한다. 조금 여유로운 곳으로 투입된다고 하면 다른 지역들을 지원할 수 있는 형국이 나올 거여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 깊이 있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어디가 험지인가? 서울 종로부터 호남까지 주장 제각각

특히 김 대변인은 한 장관의 출마지로 종로를 꼽는 데 대해 “지난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함으로 인해 당력이 종로에 집중버렸던 상황이 있고 서울 경기 다른 지역들에 지원해야 할 많은 당력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왔었으니까 이게 과연 바람직한지는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대한민국 창립 이래 종로가 정치 1번인지인가 하는 물음표는 그려봐야 한다. 기존에 청와대가 존재했었지만 이제 용산으로 옮겨갔고 정치1번지라는 수식어를 뗄 때도 되지 않았는가”라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여기에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지난 20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종로든 어디든 가서 그 지역민과 생활하면서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표를 달라고 해야지 갑자기 내려가서 뭘 하겠다는 선거는 지양해야 한다. 요즘 선거는 유명인을 어떤 지역에 갑자기 꽂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하 의원의 서울 출마로 촉발된 ‘험지 출마론’에 대해서도 “좋은 곳 버리고 서울로 온 것에 국민이나 당원들이 환영할 수는 있으나 당선이 가능하냐는 또 다른 문제다. 내년 선거의 목적인 당선인데 당선 안 되는 곳에 그냥 옮기자는 선언은 미흡하고 하 의원의 발언이 당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 절하했다.

심지어 홍 의원은 “호남을 우리가 정말로 험지로 보는데 그런 곳을 피하고 다른 곳을 가려는 것은 험지를 잘못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호남에 애정을 갖고 투입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는데, 반면 하 의원은 24일 채널A라디오 ‘정치 시그널’에 나와 “당 대표가 결단해줬으면 좋겠다. 떨어지더라도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 수도권 승리가 당 대표의 목표기 때문에 그걸 온몸으로 보여줘야 당의 혁신 분위기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김기현 대표가 수도권에 출마하는 게 험지 출마라는 주장을 펼쳐 입장차를 보였다.

◆ 이준석·유승민, 총선 미칠 영향 따라 與 포용 여부 갈릴까

연말을 결행 여부를 판단할 시한으로 잡고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친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이준석 전 대표 등 국민의힘 내 ‘비윤석열계’ 인사들의 총선 전 행보 역시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당내에선 이들을 포용할지 말지 여부를 놓고 저마다 의견이 다른 상황이다.

김무성 전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승민·이준석 전 대표는 탈당해선 안 된다. 신당을 만들어서는 의미 있는 표를 얻지 못하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릴 정도의 표만 얻어 선거 패배의 누명만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헌당규에 있는 상향식 공천을 통해 모두를 품어 분열 없는 공천으로 이기는 선거를 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통합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이 뿐 아니라 윤상현 의원도 23일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의 약한 부분인 중도와 청년, 호남을 일정 부분 대변해주고 있다. 이 전 대표에게 나가라며 내모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이준석과 정부여당 내 지도부와 대통령이 갭을 축소시키고 서로 단합해 원팀을 만들어가는 게 정치”라고 한 목소리를 냈는데, 이는 당내에서 이 전 대표 등을 배제하려는 자당 정치인들을 직격한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좌측부터) 국민의힘 윤상현, 권영세, 하태경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윤상현, 권영세, 하태경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실제로 권영세 의원은 23일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당과 윤 정부가 망하기를 기대하면서 공격하는 사람들과는 같이 갈 수 없다”며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포용론에 선을 그었고 심지어 지난 16일 당 윤리위원회에 이 전 대표 제명 징계를 요청한 안철수 의원은 이 전 대표 제명운동을 ‘혁신’이라고 내세우면서 24일엔 이 전 대표 제명 서명에 쉽게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홈페이지까지 만들었다고 SNS에 공개할 만큼 윤 의원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3일 윤 의원은 지난 2016년 안 의원의 신당 사례를 들어 이 전 대표의 신당이 국민의힘 표를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2016년 4월 안 의원이 민주당에서 탈당해 만든 신당(국민의당)의 총 의석수가 35석인데 당시 수도권 의석은 딱 2석이었다. 안 의원이 민주당에서 나와 신당을 차려도 타격이 없다는 것은 민주당에 호응하는 유권자들의 충성도가 아주 높다는 것”이라며 “이준석 신당이 민주당의 표를 잠식하겠나. 국민의힘 표를 잠식할 것이고 (여당의) 수도권 선거에 정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24일 하 의원은 동 라디오(정치시그널)에 나와 “총선 승리 전략 중 하나로 이준석이 서울선대본부장, 유승민은 경기선대본부장으로 써야 한다. 내부총질한 사람들을 앞세워야 선거에서 이긴다”며 혁신위 과제로도 ‘통합’을 꼽은 뒤 “다름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연합으로 가야 한다. 이준석과 유승민이 핵심적 통합 대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의 우려처럼 여당이 끝내 이준석·유승민 전 대표를 품지 않아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1~22일 전국 유권자 1015명에게 실시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38.1%, 국민의힘은 26.1%로 나왔고 이준석·유승민 신당이 17.7%, 정의당 3.1%순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이 조사기관이 함께 실시한 ‘윤석열 신당 창당 시 정당 지지율’과 비교했을 때 민주당 47.5%, 국민의힘 19%, 윤석열 신당 14.2%, 정의당 2.7%로 나온 데 비추어 ‘이준석·유승민 신당’이 ‘윤석열 신당’보다 내년 총선에 미칠 파괴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는데, 다만 윤석열 신당이 창당할 경우 민주당 지지도는 0.9%P 오르고 국민의힘 지지도는 11.4%P 떨어지는 반면 이준석·유승민 신당이 창당할 경우 민주당 지지도는 신당 창당 전과 비교해 8.5%P 하락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4.3%P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준석·유승민 신당은 상대적으로 국민의힘보다 민주당 지지도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

이 기관의 현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이준석·유승민 신당 지지층의 23.9%만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데 반해 이 신당 지지층의 47.3%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인데, 이번 조사대로라면 ‘이준석·유승민 신당’의 출현을 한층 경계해야 할 쪽은 정작 국민의힘이라기보다 민주당이란 점에서 내심 ‘보수 분열’을 통한 반사효과도 기대하던 민주당으로선 머릿속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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