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에 ‘사면’ 공 넘긴 혁신위, ‘영남 스타’ 수도권 출마 주장도
인 위원장 “정치인이 희생하고 국민에게 이득 되는 전환 있어야”
신 평 “점점 더 金 대표 용퇴를 바라는 의견이 증가하고 있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인수위원회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대사면’이라는 형태로 손을 내밀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모양새인데다 영남 의원 험지 출마 요구까지 높아지고 있어 향후 김기현 대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연일 김기현 체제 맹폭한 홍준표 “징계 취소하든 말든 상관없어”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른바 ‘대사면’을 지도부에 건의해 김기현 지도부가 긍정적 검토 의사를 보였으나 정작 대상자가 된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이 즉각 선을 그으면서 당내 통합을 목표로 한 카드는 도리어 이들에 대한 주목도만 높이고 당내 파열음은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 지도부를 겨냥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듣보잡들이 당권 잡았다고 설치면서 당원들을 이간질하고 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세상 모르고 날뛰어본들 내년 총선 후면 니들은 국민들이 다 정리해준다. 총력을 다해도 이기기 힘든 총선을 앞두고 갈라치고 한줌도 안 되는 무능한 니들끼리 무슨 큰 선거를 치르겠나”라며 “난 내년 총선 후 새 세력과 함께 다시 시작하면 된다. 혁신의 본질은 국민 신뢰를 상실한 지도부 총사퇴하고 새 판을 짜야 했는데 고만고만한 니들끼리 이 난국돌파가 가능하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시장은 “날 내치면 당권수호와 대권후보가 된다고 착각한 황교안 대표는 지난 총선 때 나를 수도권에 출마하라고 언론에 흘리기만 하고 질질 끌다가 끝내 나를 내치고 막천으로 총선 망치고 정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다”며 “영남 안방 방구석 4선으로 총선 지휘할 역량이 되겠나. 권력의 힘으로 당 대표가 되더니 헛된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날 잠재적인 경쟁자로 보고 상임고문 해촉하고 말도 안 되는 사유를 들어 징계하는 모욕 주고 이제 와서 사면하겠다는 제스처 취한들 내가 그걸 받아주겠나. 분수 모르고 날뛰면 황교안 시즌2”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김 대표를 꼬집어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깐죽거리며 약올리던 자들은 내년에 국민들이 다 심판해 퇴출시켜 줄테니 그때까지 참고 있으려고 했는데 대통령이나 하는 사면 운운하며 주접떠는 바람에 성질이 폭발했다. 하고 싶은 말 여태 참고 있다가 다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며 심지어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당-대구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 직후엔 기자들과 만나 “징계를 취소하든 안 하든 제가 정치하는데 아무 상관이 없다. 제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징계 받은 게 앞으로 정치 역정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홍 시장은 “사면은 죄 지은 자를 용서해주는 대통령 권한인데 당에 대통령이 있느냐. 단순히 징계 취소라고 하면 될 것을 왜 사면이란 용어는 쓰는가”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는데, 다만 탈당 시사를 묻는 질문엔 “저는 이 당을 30년 지켜왔고 4%밖에 안 되는 정당을 되살린 사람이다. 이 당의 본류인데 어떻게 나갔다 들어오는 실개천으로 보느냐”고 일축했다.

◆ 지도부, 洪엔 ‘쉰카콜라’·李엔 ‘교수에 불평’ 맞불…확전 치닫나

(좌측부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뿐 아니라 이 전 대표도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만약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해보고 싶으면 빌드업을 해야 한다. 저한테 ‘사이비 평론가’라고 한 김병민 최고위원, ‘이준석을 내쫓아야 3~4% 지지율이 오른다’는 김민수 대변인 등 정신 나간 사람들부터 정리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현 지도부 인사들을 맹폭했는데, 이에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시장과 이 전 대표를 겨냥 “사면 대상자들은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으로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맞불을 놨다.

그러면서 장 최고위원은 “나만 옳고, 나만 잘났다는 자세로는 그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다.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우며 투정을 부릴 때가 아니다”라며 이들을 비판한 반면 인 위원장에 대해선 “통합을 위한 혁신위원장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추켜세웠고,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을 겨냥 “자중했으면 한다”고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대변인은 “홍 시장의 경우 주말 내내 글을 많이 올렸던데 일부 댓글을 보니 홍카콜라인 줄 알았는데, 쉰카콜라라는 글이 있었다”며 “(지난 7월) 수해가 심했던 상황에서 골프를 쳤던 것을 이제 와서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당시 결정했던 윤리위원들의 의견을 홍 시장이 들어봤는지 반문하고 싶다. 글을 뱉어내듯 막 쏟아내는 것은 자중해줬으면 좋겠다”고 홍 시장에 응수했다.

또 그는 대사면을 학폭 가해자의 사과에 비유한 이 전 대표를 향해서도 “윤리위원들의 결정사항을 돌아봤으면 한다”며 “다시 시험을 봐서 다른 학교 가려 하는지, 아니면 다시 학교 계속 다녀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지난 학기 교수님이 평점을 안 줬다거나 조교나 선생님이 학사 지도를 잘 안 해줬다고 불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우선 큰 것을 정리해놓은 다음 나머지 것들 얘기하는 게 옳지 않나”라고 맞받아쳤다.

이 같은 박 수석대변인의 공세에 같은 날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쉰카콜라라는 말이 당 대변인 입에서 나오는 게 말이 되나. 이준석한테는 몰라도 홍 시장에게는 그러면 안 된다”며 “‘제발 사면 받아줘’는 이제 그만하라.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일침을 가했으며 홍 시장은 아예 이날 여당-대구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수석대변인의 발언과 관련해 “애들하고 싸우지 않는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혁신위는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에 대한 러브콜을 멈추지 않았는데, 오신환 혁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그동안 제3의 길이거나 민주당 쪽과 함께 길을 걸어온 적이 없다. 보수가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계속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기에 혁신위에서 얘기한 다양성의 철학에서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같은 날 서울현충원 참배 직후엔 ‘내달 2일 최고위에 대사면 안건을 올릴 예정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합을 위한 대사면을 최종 1호 안건으로 당 지도부에 건의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밝히면서도 “범죄행위를 했거나 지금 형사소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은 사면을 함부로 못하게 돼 있어 그렇지 않은 부분들에 한해서 하기 때문에 누구부터 누구까지 (사면)할 거냐는 지도부가 판단할 문제”라며 ‘최고위에 들어가 설명하는 기회를 가져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목요일에 하라든지 그 다음주 월요일에 하든지 아니면 지도부가 못 받는다든지 얘기가 있을 것 아니냐”라고 현 지도부에 공을 넘겼다.

◆ 혁신위의 ‘영남 스타’ 서울 출마 주장도 부담? 말 아낀 김기현

26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1) [사진 / 오훈 기자]
26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1) [사진 / 오훈 기자]

이처럼 혁신위에서 통합 카드로 내세운 ‘사면’에 대한 판단이 혁신위를 넘어 김 대표에게로 넘어갔지만 대상자들은 여전히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당초 의도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인 실정인데, 여기에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앞서 지난 27일 SBS와 채널A, TV조선 등 여러 TV방송에 나와 “영남 스타들, 굉장히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영남권 의원들의 서울 출마도 압박해 ‘영남 중진’인 김 대표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비록 인 위원장은 30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경상남·북도의 훌륭한 국회의원들이 경쟁력 있으면 서울에 와서 도왔으면 좋겠다. 이름을 거명한 것도 없고 더 큰 의미도, 작은 의미도 아니다”라고 수위는 일부 조절했지만 “많은 경우에 국가와 국민이 희생했고 정치인이 득을 봤는데, 이제 문화를 바꿔서 정치인이 희생하고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사상전환이 있었으면 한다”고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 지도부 소속인 김병민 최고위원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직 총선까지 긴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본인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될지는 고독한 김 대표의 결단이다. 김 대표를 자꾸 뒤에서 등 떠밀 듯 하게 되면 대표의 권위도 서지 않을뿐더러 거기에 대한 감동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으며 박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론’을 묻는 질문에 “논의하지 않았다. 밥을 짓는데 쌀이 있고 물을 부어 열을 가하면 끓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따뜻한 밥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너무 다그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되는데, 영남권 3선인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 뒤 영남 중진들의 험지 출마론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혁신위가 공식적 논의를 거쳐 의결한 안건이 아니어서 개인 의견을 표명할 단계가 아니다. 혁신위에서 당 혁신을 위한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라며 말을 아꼈고, 김 대표 역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서 아직 제안해온 바 없어 정식으로 제안 오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하면서 ‘험지 출마론이 국민의힘의 영남권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는 질문엔 침묵을 지켰다.

이런 가운데 앞서 지난 28일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인 위원장의 ‘영남 스타 험지출마론’에 대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국민 상식으로 볼 때 인 위원장의 말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한껏 힘을 실어준 데 이어 3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선 “여러 상황으로 볼 때 보수 쪽에서도 점점 더 김 대표 용퇴를 바라는 의견이 증가하고 있다. 그 빈 자리는 비대위가 들어선다면 인 위원장이 잘해나가는 경우 바로 비대위원장 역할을 또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 지도부가 물러나고 ‘인요한 비대위’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해 김 대표로선 현재 혁신위에서 내놓는 여러 건의에 속내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오는 31일 당무감사 종료 뒤 지난 2주 동안 실시한 현장감사 결과를 정리하는 첫 회의를 중앙당사에서 열 예정인데, 내년 총선 당선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당 조직 정비에 나선 당무감사위가 당내 수도권 위기론이 높아져가는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도 벌써부터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어 이 역시 수도권 험지 출마론에 직면한 김 대표 등 영남 중진들의 정치행로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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