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최고위원 “‘책임’ 느낄 고강도 쇄신” 촉구
원외위원장 “그냥 슬쩍 넘어간다면 연판장을 받을 것”
尹 “선거 결과서 교훈 찾아야...내실있는 변화추진해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의힘이 여전히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당내 인사들 간 갑론을박만 벌어지는 등 혼돈 상태로 치닫는 모양새다.

◆ 혁신안 내놓으려던 김기현, 연기한 채 ‘의견수렴’ 나서며 고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더불어민주당에 큰 격차로 패한 뒤 수도권 민심을 확인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당초 13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미래비전특별위원회 발족,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등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이를 취소하고 최고위원들과 1대1 면담을 통해 의견수렴에 나서는 방향으로 방침을 급선회했다.

김 대표는 새 인재 영입 뿐 아니라 당내 중진에게 인재영입위원장직을 맡기는 것은 물론 수도권 당협위원장을 대폭 교체하는 방안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하지만 이 같은 쇄신책만으로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넘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여서 오는 15일 의원총회를 통해 의원들 여론 수렴에도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13일 오전 김 대표와 면담을 가진 최고위원들 중에선 지도부 책임론을 의식한 듯 강도 높은 쇄신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장예찬 최고위원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적당히 넘어가는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누가 봐도 지도부가 어려운 결단을 하고 ‘먼저 함께 책임지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고강도 쇄신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다”며 “책임을 덜 지자,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자는 분들의 일부 의견에 대해선 단호히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드렸다”고 밝혔다.

특히 장 최고위원은 “이 결과를 위기로 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는데 충격 받았다”며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는 쇄신이 필요하지 않나. 대표도 쇄신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이 분명하다는 것을 저희가 확인했기 때문에 어떤 결단을 할지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는데, 강대식 최고위원도 김 대표와 면담 이후 “당에서 전체적으로 (지도부 책임) 이야기가 나온다면 당원으로선 다 수긍해야 되는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심지어 지도부 일각에선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 방안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임명직 당직자에는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해당되지만 사무총장만 해도 통상 총선기획단장을 맡기 때문인지 김 대표는 13일 최고위원들과의 개별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명직 당직자 사퇴론’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총선이 반년 앞으로 다가온 데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에선 이미 전날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이행해달라는 청원에 “당원의 바람을 이해하고 있다. 뜻을 받들 수 있도록 혁신의 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김은경 혁신안’을 당 혁신안으로 수용할 의사를 보이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이런 상황 속에 김 대표도 촉박해진 듯 ‘언제쯤 (쇄신안) 윤곽을 알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데 이어 “이번 보선에서 나타난 민심 변화에 우리 당 체질을 어떻게 개선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 것인지가 핵심 과제라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잘 담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같은 당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15일 열릴 긴급 의원총회와 관련해 “의총 주제가 한정된 게 아니고 전반적으로 이 시점에 선거 결과를 포함해 당이 총선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해야 되고,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모두 들을 생각”이라며 한 목소리로 당내 여론 수렴에 우선 무게를 실었다.

◆ “색깔 다른 사람 와야 혁신”·“전체 수술해야”…쓴 소리 ‘분출’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좌), 윤상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좌), 윤상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지도부가 총선 체제로 조기 전환하려는 혁신안을 발표하기 직전 연기하고 당내 의견수렴에 들어간 데에는 보선 패배에도 현 지도부 인사들이 총선 지휘에 나서는 데에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4선 중진인 홍문표 의원은 1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어제 오늘 원외 위원장 7~8명으로부터 전화 받았는데 이번에 개혁을 최소화하고 그냥 슬쩍 넘어간다면 연판장을 받겠다고 하더라”며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고 적당히 넘어가선 안 된다. 선거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 이름이 거의 나와 있고 그분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구청장 선거에서 패한 것을 대통령이 책임진다는 것은 논리상으로나 현실적으로 맞지 않고 우선 우리 당이 책임지는 솔선수범의 카드를 내놔야 된다. 누가 내는가 하면 이 선거에 개입하고 만들었던 분들이 용단을 내려줘야 된다”며 김기현 지도부를 압박했고, 같은 날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얼굴 전체를 바꾸는 성형수술을 해야지 분 바르고 화장한다고 그 얼굴이 달라지겠나. 근본적인 당정쇄신 없이 총선 돌파가 되겠나”라며 당력을 총동원한 총선 바로미터 선거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내년 총선은 암담하다”고 한 목소리로 지도부를 몰아붙였다.

여기에 일찌감치 ‘수도권 위기론’을 언급해온 ‘수도권 지역구’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를 겨냥 “혁신위원장을 당 대표가 맡는 것은 임팩트가 없을 것”이라며 “색깔이 다른 사람이 들어와야 혁신의 이미지가 난다. 수도권 민심을 잘 읽고 중도층, 젊은층의 민심을 잘 읽고 그에 맞는 전략이나 메시지 정책이나 공약을 발굴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또 윤 의원은 “작년에 우리가 원팀으로 뭉쳤을 때 24만 7천표로 간신히 이기지 않았나. 그런데 원팀의 소위 말해서 다리들이 정권연합을 하는 그게 다 빠져나가서 그걸 다시 복구해야 된다”며 “‘원팀’ 이준석 대표 문제에 대해 지도부가 잘 판단 내리겠지만 이준석 문제든, 안철수 문제든 이런 걸 포함해서 어떤 방향으로 그림 그려야 되는지 빨리 진단내리는 게 중요하지 않나”라고 ‘이준석 역할론’을 띄우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하태경 의원의 선언을 계기로 관심이 집중된 ‘영남권 중진들의 험지 출마’에 대해서도 “하 의원의 경우 수도권에 먹힐 이미지를 형성해왔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영남권 중진들에게 수도권 나가라는 것은 정치적으로 죽으라는 이야기”라며 “수도권에 몇 개월 와서 수도권 중도층,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 변신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도권 정서에 맞는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 수도권 정서에 맞는 후보들을 공천하고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단 윤 의원만이 아니라 김성태 국민의힘 강서을 당협위원장도 1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권에서의 총선 승리를 위해 이 전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의견과 관련해 “당을 떠나고 나서 욕하면 쳐다볼 이유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돌아올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모두 녹여내서 국민들에게 우리 당이 갈등 구조를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공감을 표했고, 이번 보선 패배에 대해서도 “지도부가 수도권 유권자에 걸맞은 선거운동 전략과 전술보다는 당 기반인 영남권 정서로 선거 치른 게 패인”이라고 윤 의원과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 당내 ‘충돌’ 양상까지…尹 “차분하게 변화 추진하는 게 중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이번 보선의 득표율 차를 거의 적중시켰음에도 불구하고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그게 꼭 전략이라고 볼 수 있나. 지난번 20대 총선 결과 그 정도 나올 거라 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정도 차이가 날 수 있겠다 생각했었던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으며 김재원 최고위원도 전날 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점수 많이 나온다고 훌륭한 학생이 아니잖나. 이걸 맞혔다고 해서 현인도 아니고 오히려 ‘고소하다, 내 말 맞지 않느냐, 너희들 다 죽었다’ 이런 표정은 좋지 않다”고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심지어 안 의원의 경우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제명과 당이 확장정치로 거듭나야 한다는 제 의견 이후 폭발적 지지와 격려를 받고 있고 이준석 제명에 동의하는 분들의 자발적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내부총질로 당을 침몰시키는 이준석을 제명해야 민심이 살아나고 당이 살아나니 제명 지지하는 국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란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그러자 이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의원을 겨냥 “총선 패배의 선봉장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 선거 끝나고 분풀이하는데 이제 이 사람들이 어디까지 나락으로 가는지 궁금해진다”고 맞받아쳤다.

이렇듯 보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당 내부에선 격한 공방이 이어지며 총선이 머지않은 시점에 통합은커녕 점점 갈등만 심해지고 있는데, 이언주 전 의원만 해도 지난달 15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계속 가면 총선은 더 힘들어질 것이고 거의 폭망일 것”이라고 경고했다가 당 윤리위로부터 ‘주의 촉구’ 징계를 받게 되자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심을 경고했더니 당은 징계로 입막음하려 했다. 양심이 있다면 명분 없는 공천을 강행한 윤 대통령과 김기현 지도부가 셀프징계를 하기 바란다”고 지도부를 직격하는 등 보선 패배 이후 이제는 여당이 내홍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해 13일 공개한 ‘내년 총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은 39%에 그친 데 반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8%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는데, 무엇보다 중도층에서 야당 승리를 원한다는 응답이 과반인 54%로 나왔으며 무당층에서도 야당 승리가 42%로 여당 승리(26%)란 답변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여론 동향을 의식한 듯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에 대해 말을 아끼던 윤 대통령도 13일 오전 일부 참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내실 있는 변화를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대통령실은 전했는데, 김대기 비서실장이 국민의힘에 이 같은 대통령의 당부를 전하기도 한 만큼 오는 15일 의총 이후 김 대표가 선거 참패 후 혼란한 당 상황을 수습할 만한 의미 있는 대책을 내놓거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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