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책임론부터 김행 사퇴까지 ‘보선 후폭풍’
홍준표 “참패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해”
홍익표 “정부여당의 실정과 독선을 바로잡아야”
민주당, 강성 당원들 ‘물갈이론’… ‘당내 통합’ 과제 남아

김행 여가부장관 후보자(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행 여가부장관 후보자(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고 국민의힘이 참패하는 결과가 나온 가운데 여야 지도부 모두 ‘당 혁신’, ‘쇄신’을 거론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선거 참패 여파 일파만파…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 자진사퇴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 큰 격차로 패하자 12일 오전 가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한 끝에 그간 주식파킹 등 여러 논란으로 부정적 여론 확대의 원인 중 하나가 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대통령실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윤 정권의 임기 후반기 국정동력을 좌우할 수 있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패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되는데, 결국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김 후보자도 지명된 지 한 달 만인 12일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께 누가 되어 죄송하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이전에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자세로 후보자직을 자진사퇴하기로 결심했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 입장문에서 김 후보자는 “어제 늦게까지 강서구 보궐선거를 지켜봤다. 윤 정부와 국민의힘을 위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길 뿐이란 결론에 이르렀고 본인의 사퇴가 윤 정부와 국민의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한편으로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이 회사를 운영했고 불법을 저지른 적은 결코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해 자당이 선거에 패하니 마지못해 물러나는 모양새여서 단지 이런 ‘사후약방문’격 행보만으로 여론이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당장 민주당에선 강선우 대변인이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 입장 표명을 꼬집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게만 미안하나. 여가부 장관이 국민의힘 당직인 줄 아는가. 돈도 벌고, 장관도 해보겠다던 김 후보자의 뻔뻔함과 상스러움을 지켜본 우리 국민이 가장 큰 피해자”라며 “사퇴로 면죄부가 생길 거라 생각 말라. 주식파킹, 일감 몰아주기, 코인투자, 회삿돈 배임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한 점 부끄러움’이 있는지 없는지 사법적 판단을 받고 책임지기 바란다”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보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이날 여당 지도부 역시 “더 분골쇄신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이번 패배에 대해 사과하거나 책임지겠다는 발언은 전혀 나오지 않아 당내 일각에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는데,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도봉갑 당협위원장은 1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오늘도 벌써 비대위 얘기가 여기저기서 솔솔 나오기 시작하는데 비대위는 일단 지켜본다 하더라도 지도부가 여기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어떤 식으로든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격차로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일단 보궐선거에 책임 있는 국민의힘이 다소 무리한 방식으로 후보를 냈다는 그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느낌이라 이미 책임이 있고 반쯤 지고 가는 선거에서 우리 정당의 대응이 잘했느냐,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너무 세 과시를 하는 느낌처럼 됐고 여러모로 전략 실패나 이런 것들이 다 있었기 때문에 지도부 책임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 커지는 與 지도부 책임론…尹 대통령 책임론으로 확대될까

(좌측부터)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김 위원장은 “일단 지도부가 변할 수 있는 기회도 줘야 될 뿐 아니라 지금 국감이 진짜 전쟁터라 그걸 관리 잘해야 되는 게 지도부의 지금 가장 큰 숙제”라며 당장 지도부를 교체하는 큰 폭의 변화에는 거리를 뒀는데, 반면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보선 결과와 관련해 “한 마디로 망했다. 원래 같으면 지도부는 사퇴해야 될 거라고 보이지만 그렇게 할지 의문”이라고 현 지도부의 사퇴 필요성 쪽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천 위원장은 “강서구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싹쓸이했다고 하지만 사실 무당층과 중도층이 많아 잘 하면 이기는 지역인데 (선거 결과는) 대통령 지지율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 거고 대통령 지지율을 보완해줄 역할을 해줄 당 지도부도 없었던 것”이라며 “우리가 민주당보다 좀 더 나은 미래 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지도부가 아니기 때문에 선거연합이 대부분 붕괴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거듭 지도부를 직격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당내에서도 용산에서 세운 지도부를 또 용산 스스로 내려야 되는지, 또 그걸 가지고 당내에 시끄러운 일들이 있는지 이런 부분들을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 (강서는) 원래 험지가 아니고 지금 정부여당이 험지 메이커”라며 “정부여당을 심판하기 위한 분노 투표 성격이 굉장히 강했고 서울 수도권 선거를 험지로 만들고 있다. 지금 이런 분위기로 가면 수도권 선거에서 좋은 인재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비대위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시점이 이르다. 지금은 지도부 책임론보다 선거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게 우선”이라며 현 지도부 사퇴에 선을 그었는데, 김 대표도 미래비전특별위원회 발족과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등을 혁신안으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을 뿐 현 대표직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그래선지 앞서 보선 이전인 지난 2일 KBS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 나와 “18%P 차이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가 자신이 예상한 수치에 거의 근접한 17.15%P로 패배한 결과가 나오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의 결과는 17.87%란 21대 총선 강서구 합산 득표율 격차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 중간에 이기는 길을 경험해 봤음에도 그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자들이 그걸 부정해왔던 것”이라며 “더 안타까운 것은 이제부터 실패한 체제를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 등장할 것이란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에 힘을 싣듯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강서 보선의 역대급 참패는 총선 6개월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고 이 참패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당정쇄신이 시급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이대로를 외치는 것이야말로 기득권 카르텔에 갖혀 있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를 향해선 “내공이 쌓였으니 성공하리라 믿는다. 이제부터는 부디 평론가에서 우리당의 전 대표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손을 내밀기도 했다.

심지어 유승민 전 의원은 여당 지도부 사퇴 요구를 넘어 윤 대통령 책임론까지 주장했는데, 1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그는 “이번 선거는 김기현 지도부에 대해 책임을 물을 생각이 저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며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윤 정권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민심이 확인된 선거였고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 상당히 책임이 있어서 윤 대통령의 패배다. 대법원 확정 판결 받은 후보를 3개월 만에 사면 복권시켜 선거에 내보낸 것은 대통령의 의지”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유 전 의원은 “정부여당이 앞으로 어떤 변화와 혁신을 갖고 오느냐 그게 문제”라면서도 “이제까지 했던 걸 보면 윤 대통령은 절대 책임을 안 지고 자기 과오와 오류를 인정하지 않지 않느냐. 안 바뀌면 총선이 참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어물쩍 지나갈 일이 아니고 지난 대선 때는 이겼는데 1년 반 만에 왜 이리 됐을까에 대해 주변에 늘 아부하고 아첨하는 사람들 말만 듣지 말고 정말 철저하게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쓴 소리를 쏟아냈다.

◆ 승리한 민주당, ‘李 체제’ 굳혔지만 ‘내부 통합’ 난제 남아

(좌측부터)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 홍익표 원내대표, 조응천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 홍익표 원내대표, 조응천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여당이 총선 전초전 격인 이번 선거 패배로 수도권 위기론에 휩싸여 뒤숭숭한 분위기인 반면 모처럼 ‘압승’이란 성적표에 크게 고무된 민주당에선 한껏 힘을 받은 친명계의 목소리가 보다 커지는 한편으로 이를 경계하는 비명계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어 일단 내부 통합 문제가 급선무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이 대표도 전날 선거 승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가겠다”며 우선 당내 단합 의지부터 드러냈는데, 이런 메시지 속에 홍익표 원내대표도 1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현재 당내에 다양한 형태의 갈등 구도가 있는데 다행히 이번 재보선을 통해 상당 부분 의원들이 마음을 모았다고 생각하고 좀 수습돼 가고 있다”며 “앞으로 총선까지 우리가 에너지를 정부여당의 실정과 독선을 바로잡는 데 더 집중한다면 우리 당의 화합과 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기류에 찬물을 끼얹듯 같은 날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과 통합? 당원들은 더 가열찬 혁신을 원하고 국회의원은 허울 좋은 통합을 원한다”며 “당원들은 국회의원 물갈이를 원하고, 국회의원은 고인 물을 원한다. 당원은 변화를 원하고 국회의원은 안주를 원한다. 누가 옳은가”라고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를 내세워 ‘물갈이론’을 주장했는데, 강성 친명계의 이 같은 강경한 행보에 비명계는 이 대표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불신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전날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강서구청장 보선 승리에 대해 “오히려 총선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이 변화를 선택하지 않고 현재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약속한 데 대해서도 “이 대표가 어떻게 (강성 지지층을) 단절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과연 하고 행동으로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이 뿐 아니라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승리 요인을 분석해보면 구속영장 기각 받은 거 외에 잘한 게 뭐 있나. 수박 오적, 당내 분열, 잘한 게 뭐 있나”라며 “우리가 도취해가지고 그냥 ‘이재명 체제로 이렇게 이겼어. 이 상태로 내년 총선 해도 압승이야’라고 하면 이제 (유권자들의) 대걸레가 우리 쪽으로 온다. 그때는 대걸레 없이 바로 쇠몽둥이가 날아올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는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최근 한 달여 간의 위기 상황 속에 이 대표가 매우 잘 헤치고 나온 것 아닌가”라고 이 대표 리더십에 호평을 보냈는데, 그가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당)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공언한 만큼 당내 친·비명계의 반응에 온도차가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 혁신의 방향이 어떻게 향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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