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 신청했던 남원ㆍ합천고분의 정치체명에 문제 제기돼
유네스코, 임나일본부설의 남원 ‘기문’, 합천 ‘다라’...실체적 오류 수용
당사국인 한국 문화재청에서 ‘운봉’과 ‘쌍책’ 정치체로 수정 등록해야

지난 9월 유네스코에 등재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南原 酉谷里와 斗洛里 古墳群)  (사진 / 문화재청)
지난 9월 유네스코에 등재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南原 酉谷里와 斗洛里 古墳群)  (사진 / 문화재청)

학계와 시민단체가 첨예하게 대립되었던 임나일본부설의 ‘기문’, ‘다라’ 지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동안 시민단체는 기문, 다라의 두 지명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용어인 동시에 이 지명의 근거가 된 임나일본부설 자체가 거짓이라는 이유로 삭제를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유네스코가 이를 수용한 것이 홈페이지 자료(WHC,/23/45.COM/INF.8B4)에서 확인됐다.

지난 9월 17일 한국의 7개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되었지만, 남원과 합천 고분의 경우는 일제 식민지 지명인 기문(기문국)과 다라(다라국)로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표기돼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등재확정 이후에도 이 지명의 존부(存否)문제로 관심이 고조되었는데, 결국 유네스코가 기문, 다라 지명에 ‘실체적(사실) 오류’(FACTUAL ERRORS)가 있다는 것을 수용하고, 편집수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당사국인 한국의 문화재청이 기문, 다라로 표기된 많은 문서들을 수정(삭제)하여 등록하게 된다.

유네스코는 자체 홈페이지에서 한국의 가야고분군에 대한 평가를 담은 ‘자문 기관 평가의 사실 오류 제출 양식(운영지침 제150조에 의거)’을 밝혔다. 이 평가는 유네스코 자문 기구인 이코모스에서 한 것이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국제적인 문화재를 보호ㆍ보존하기 위해 세워져 세계유산위원회와 유네스코의 자문기관으로 활동하는 권위있는 비정부기구이다.

한국의 가야고분군에는 오류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기문, 다라 지명에 관한 지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원과 합천의 지명은 기문, 다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설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코모스는 “(87페이지에서) 다라국과 기문국 정치체의 이름이 지명 서류 전반에 걸쳐 (서로 다르게) 다양한 경우에 사용되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편집 변경을 인정한다”(ICOMOS acknowledges this editorial change)고 밝혔다.

10일 본지의 취재에 의하면, 라자르 에룬두 아쏘모(Lazare Eloundou Assomo)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센터 위원장도 “대한민국의 ‘가야고분’ 지명 등록 제안 평가 과정에서 다라국과 기문국 명칭에 대해 여러분(시민단체)이 문제를 제기한 사실도 주목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네스코 내에서 기문, 다라의 지명에 주목한 것은 침략 전쟁을 반대하는 유네스코의 정신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기문과 다라의 삭제를 두고 문화재청과 시민단체간에 오랫동안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문화재청은 가야사전국연대 등 시민단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유네스코에 ‘다라국’을 ‘쌍책지역 일대의 가야 정치체’로, ‘기문국’을 ‘운봉고원 일대의 가야정치체’로 (수정)표현하겠다”(2023년 5월 9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어 지난 6월 2일에는 문화재청이 남원시청, 유네스코추진단과 시민사회연석모임(가야사전국연대, 전라도민연대 등)과의 면담에서 기문과 다라를 삭제해서 ‘최종국가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측에서는 이런 수정 제출안이 유네스코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질지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정부가 노력하는 한편으로 시민단체 차원에서도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유네스코 본부에 지속적으로 수정 건의를 진행한 결과 최종적으로 이코모스가 ‘수정을 인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모든 유네스코 관련문서에서 기문은 ‘운봉 고원 지역의 가야 정치체’로, 다라는 ‘쌍책지역 일대의 가야 정치체’로 편집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식민사관청산가야사전국연대 등 시민단체는 내일(11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문, 다라 삭제에 관한 유네스코 등재 경과를 보고하고 향후 대책을 밝힐 예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라도천년사’에도 이번 유네스코의 수용 권고가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가야고분군에 대해 유네스코가 밝힌 원문자료 일부 발췌부분이다.  (자료명 WHC,/23/45.COM/INF.8B4)
 한국 가야고분군에 대해 유네스코가 밝힌 원문자료 일부 발췌부분이다.  (자료명 WHC,/23/45.COM/INF.8B4)

다음은 한국 가야고분군에 대해 유네스코가 밝힌 원문자료(일부 발췌)와 번역이다.

<원문1> Page 87, Research at approximately 780 burial grounds as well as the historical records point towards the existence of seven polities belonging to the Gaya Confederacy: Geumgwangaya, Aragaya, Daegaya, Sogaya, Bihwagaya, and the Gaya polities respectively located in the present-day Ssangchaek area and Unbong Plateau area.

* As explained in the documents the and State Party has additionally submitted, names referring to the Gaya polities responsible for the formation of the Okjeon Tumuli and the Yugok-ri and Durak-ri Tumuli differ across historical records (because place names were variously described during the process of oral transmission and of producing manuscripts).

Given this, the State Party proposes to describe these two polities more flexibly as suggested above. The State Party considers that the existence of diverse names for referring to the individual Gaya polities has no bearing on any attributes of the property that convey its Outstanding Universal Value.

▶(87쪽), 약 780여 개 매장지 및 사료 조사 결과, 금관가야, 아라가야, 대가야, 소가야, 비화가야, 그리고 현재의 쌍책 지역과 운봉고원 지역에 각각 위치한 가야의 7개 세력이 가야연맹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당사국이 추가로 제출한 문서에 설명된 바와 같이, 옥전 고분군과 유곡리 고분군, 두락리 고분군을 조성한 가야 정치체를 지칭하는 명칭은 사료에 따라 다릅니다(구전과 사본 제작 과정에서 지명이 다양하게 기술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여 당사국은 위에서 제안한 것처럼 이 두 정치체를 보다 유연하게 설명할 것을 제안합니다. 당사국은 개별 가야 국가를 지칭하기 위한 다양한 명칭의 존재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는 유산의 어떤 속성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문2> (Page 87), ICOMOS notes that the names of the Daraguk and Gimunguk polities have been used on different occasions throughout the nomination dossier.

ICOMOS acknowledges this editorial change.

▶ICOMOS는 (87페이지에서) 다라국과 기문국 정치체의 이름이 지명 서류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우에 사용되었다고 지적합니다. ICOMOS는 이러한 편집 변경을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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