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에 ‘노인 폄훼’ 논란 반영…尹 국정동력 좌우할 총선, ‘무당층’이 최대 변수

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모습. ⓒ대통령실
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모습. ⓒ대통령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훼’ 발언 논란에 대해 3일 당사자의 직접 사과 등으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여론조사에서 당정에 반사효과를 안겨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도리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엠브레인퍼블릭 조사, 70세 이상에서 민주당 6%P 급락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김 위원장의 ‘여명 비례투표’ 발언 이후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유권자 1001명에게 실시해 3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2주 전 실시된 직전 조사보다 2%P 오른 32%를 기록했으며 민주당은 23%로 나왔는데, 특히 70세 이상 연령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동기 대비 6%P 하락한 11%로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3일 직접 사과한 데 이어 대한노인회에도 직접 찾아갔는데, 다만 이 자리에서 최창환 대한노인회 부회장이 “(노인 폄하 발언은)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사상이 그런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당신은 자격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을 위해서도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의견이 어떤가”라고 김 위원장에게 혁신위원장직 자진 사퇴 의사를 묻자 김 위원장은 “그건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고, 격앙된 최 부회장은 급기야 “민주당 점수 이번에 완전히 떨어졌다. (김 위원장이) 그만두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리를 지키겠다는 김 위원장의 태도를 겨냥해 같은 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혁신위원장 자리에 꿀이 발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좋긴 좋은가 보다. 이재명 대표의 ‘차도살인’에 공을 세우면 차기 국회의원 자리를 꿰찰 수 있을 터이니 절세의 처세술로 그동안 절묘한 줄서기를 해왔던 능력을 발휘할 찬스를 놓치기 싫을 것”이라며 “마지못해 사과하는 시늉을 한들 단지 말 뿐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헐리우드 액션으로 국민을 눈속임할 수 있다는 그 오만이 놀랍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대표는 이 대표까지 겨냥해 “자신이 삼고초려 끝에 초빙해온 보물 같은 인물이 이렇게 현란한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이 대표는 오불관언이다. 상대방의 작은 티끌에도 징계, 파면, 윤리위 회부, 탄핵을 부르짖던 그 호기로움은 어디로 사라졌나”라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우리 당 같으면 이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벌써 중징계를 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상대당의 무너진 도덕성을 반면교사 삼아 도덕 기준을 더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이번 논란으로 인한 반사효과를 극대화시키려는 듯 여당에선 같은 날 문종형 상근부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공당의 혁신위원장이란 사람이 국민적 분노에도 변명 늘어놓기와 사퇴 거부로 일관하는 모습은 민주당의 혁신이 얼마나 처참한 수준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기본 수준의 정치적 판단이 불가능한 혁신위원장에게 혁신을 기대하는 망상을 접고 사퇴로 이 ‘엉터리 혁신 쇼’의 끝을 맺어야 한다”고 김 위원장과 민주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 한편 윤재옥 원내대표는 경로당을 찾아가 어르신들과의 간담회에서 “폭염 대책에 쓰시라고 6만8천여개 전국 경로당에 10만원씩 특별 지원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3일 서울 종로구 동원경로당 무더위쉼터를 방문해 폭염 대비 간담회 전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3일 서울 종로구 동원경로당 무더위쉼터를 방문해 폭염 대비 간담회 전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더구나 김 위원장이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한 만큼 오히려 국민의힘으로선 ‘김 위원장 체제’의 혁신위를 앞으로도 자당 지지율 상승 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당장 3일 김남희 민주당 혁신위 대변인이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의원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지금 200만명의 권리당원들을 잘 대표하고 있나. 중앙위원회라든지 당무위원회라든지 조직도 지금 권리당원들과 연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제도를 다 바꿀 수 없지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 정리하고 있고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점 역시 상황에 따라 여당엔 반사이익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권리당원 영향력 확대를 명분으로 한 대의원제 폐지 주장이 과거 친명계에서 나온 바 있어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비명계에서 혁신위의 행보에 반발할 여지가 없지 않기 때문인데, 심지어 김 위원장이 그간 “국민이 원하면 공천 룰 문제를 안 다룰 수 없다”고 발언했던 데다 한창 ‘노인 폄훼’ 논란에 휩싸여 궁지에 몰려 있던 지난 2일에도 민주당 국회의원 168명 전원에게 공천 룰과 대의원제 관련 항목이 다수 포함된 ‘설문조사’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는 친전을 보내는 등 공천 룰에 손댈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자칫 친·비명계 갈등을 다시 촉발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김은경 혁신위’는 여당엔 ‘꽃놀이패’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양평고속도로·수해 대응 등 이슈에도 오른 尹 지지율, 왜?

한편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1%P 오른 34%로 나왔으며 부정평가는 그대로 54%를 유지했는데, 국정운영을 잘한다고 평가한 이유로는 ‘결단력 있음’이 17%로 가장 높게 나온 반면 국정운영을 잘못한다고 본 이유로는 ‘경험과 능력이 부족함’(19%), ‘독단적이고 일방적’(16%) 등 순으로 나왔다.

비록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높게 나온 계층은 60대 이상 연령층, 대구·경북, 보수층 등 전통적 지지기반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은 직전 조사인 2주 전보다 1%P 오른 39%, ‘산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1%P 하락한 56%로 집계됐다.

최근 김 위원장의 ‘설화’가 그간의 정국 이슈를 모두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한 영향도 없지 않겠지만 한편으로는 야권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처가 특혜 의혹’이나 ‘집중호우 수해 대응’ 지적 등 여러 이슈를 통해 파상공세를 펼쳤음에도 정권에 결정적 타격을 줄만한 지속적 효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정이 야권의 의혹 제기 등 공세에 수세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초기부터 즉각 ‘맞대응’하는 형태로 나섰기 때문이기도 한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안의 경우 의혹 제기한 야권에 이목이 쏠리던 여론을 국토부가 사업 백지화 선언이란 초강수로 맞불을 놔 정부에게로 관심을 집중시킨 뒤 ‘대안 노선’을 지지한다는 해당 지역 주민 등을 초반부터 적극 내세운 반면 민주당에선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진상규명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강득구 의원이 ‘국정농단’이라고 외치거나 안민석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순실 씨가 해먹은 것보다 수십 배”라고 주장하는 등 기시감이 드는 방식의 공세를 이어갔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구나 이 사안에 있어선 민주당이 국민의힘에게 국정조사를 하자고 촉구했지만 반대로 여당에서 ‘철근 누락 부실시공 아파트’ 사안으로 국정조사 추진 필요성을 거론한 데 대해선 민주당은 수용 가능성을 일축한 채 도리어 자당이 불신을 드러내온 조직인 ‘검찰’에 맡기자는 일관성 없는 반응을 내놓은 점도 해당 이슈를 단순 정쟁 소재로 비쳐지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불거진 논란 역시 사건 발생 초기엔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이다 보니 국회의원 학부모의 갑질이라는 ‘가짜뉴스’가 퍼져 여당에 악재로 작용하는 듯 했으나 한기호 의원이 발 빠르게 ‘허위사실 및 명예훼손 혐의’ 고소로 대응하고 여당에선 ‘교권 추락’에 방점을 두며 야권에서 지지해온 ‘학생인권조례’ 등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이슈 주도권을 차지함에 따라 3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에서도 ‘학생인권 조례가 교권침해 요인이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34%에 그친 반면 ‘동의한다’는 비율은 과반인 52%로 나오는 등 여론전에서도 여당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 與 지지율보다 높은 ‘무당층’ 향방 주목…‘외연 확대’가 승부처

아울러 지금처럼 여러 이슈로 여야 간 정쟁이 장기화 될 경우 통상 집권여당의 ‘책임’이란 측면에서 국민의힘에 더 불리하게 작용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당 지지율이 상승한 반면 제1야당이 반사이익을 보지 못하는 데에는 민주당은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한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게 불가능한 ‘여소야대’ 처지라는 상황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급기야 동 기관이 내년 총선과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정부지원론이 43%로 직전 조사보다 1%P 올랐고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2%로 1%P 하락했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었는지 윤 정부에선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3일 취임 이후 첫 공식 행사에서 “윤 정부는 종전선언을 정책으로 추진해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전 정부와는 색채가 달라진 정책 기조를 분명히 드러내는 등 자신감을 드러내는 모양새인데, 다만 이번 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 비율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보다 더 높은 37%로 나왔다는 점은 당정에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깊다.

사실상 기성 정당에 거리를 둔 이들이 내년 총선 전까지 어떻게 움직일지 여부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여당의 당장의 지지율 상승에만 안주할 수 없는 실정인데, 더구나 이번 조사에서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27%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했고, 20%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점도 정치권이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향후 민주당이 고정 지지기반인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무게를 싣거나 이들의 의사에 영합하는 공세보다는 중도로의 외연 확장에 중점을 두면서 무당층을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일 경우 현재 전통적 지지층의 결속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에 위기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조사에서 여당 지지율이 올랐어도 고령층이 아닌, 30대(21%)와 50대(29%)에선 민주당 지지율과 동률로 나왔다는 데에 비추어 윤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 동력을 좌우할 ‘총선’을 두고 벌이는 양당 간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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