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피로’ 유발하는 정쟁 장기화…무당층 증가, ‘총선 투표율’ 영향 가능성
野 대학생층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부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최근의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등 윤석열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의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할 사안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일시현상’ 아닌 무당층 확대…기성정치에 대한 실망 표출?

최근 발표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나란히 하락한 반면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늘어가고 있어 한쪽이 타격을 입으면 반대편이 ‘반사효과’를 입는 형태로 흘러갔던 이전의 여론동향과는 그 양상이 사뭇 달라진 모양새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실시해 24일 밝힌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 33%, 민주당 30%로 직전 조사인 7월 2주차 때와 비교했을 경우 국민의힘은 그대로고 민주당은 2%P 하락한 반면 무당층은 2%P 오른 32%인데, 이는 지난해 5월 윤 정부가 출범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 뿐 아니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실시한 전국지표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시 국민의힘 30%, 민주당 23%로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7월 1주차)보다 4%P 하락했으며 민주당은 동기 대비 5%P 하락한 데 반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거나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7%P 오른 39%로 나왔는데, 이는 지난 반년 간 최고 수준으로 과거처럼 여야 중 한쪽이 확실하게 반사효과를 입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난 총선에서 서울지역 49개 지역구 중 41곳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이번엔 도리어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오고 있어 긴장하고 있는데, 실제로 먼저 언급했던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서울지역에서의 민주당 지지도는 27%로 국민의힘의 동 지역 지지도(39%)보다 12%P 낮았으며 지난주와 비교할 경우 서울에서의 지지율이 7%P나 급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앞서 언급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에선 양당 간 격차가 더 벌어져 7월 3주차(17~19일) 서울지역의 민주당 지지도는 16%에 불과한 반면 국민의힘은 그 2배인 32%로 나왔으며 동 기관의 7월 1주차(3~5일) 정당 지지도 조사 때와 비교할 경우 민주당은 10%P나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목할 만한 부분은 2030 청년층에서 무당층 비율이 유독 높다는 점인데,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무당층이 과반인 53%를 기록했으며 30대도 43%로 나왔고, 이 조사의 서울지역 민주당 지지도 하락세 역시 20대에서 한 주 만에 20%로 5%P, 30대는 25%로 8%P 떨어지는 등 2030세대가 주도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어 이렇게 이탈한 청년 표심이 무당층 확대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고 여당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 이탈층을 흡수하는 것도 아니어서 어느 쪽이든 반사효과는 못 보고 있는 실정인데, 내년 총선을 9개월 앞둔 시점에 무당층이 늘고 있다는 것은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여론이 늘어간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그간 정국을 주도해온 거대 양당으로선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민주당 이원욱 “이 상태 지속되면 서울서 패배할 수밖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특히 수해부터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 등이 벌어져도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여야 간 정쟁이 지속됨에 따라 점증한 무당층이란 점에서 사실상 ‘정치혐오’ 성격이 강한 만큼 일각에선 내년 총선 투표율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 역시 없지 않은데, 역대 선거 결과 중 투표율이 낮을 때 보수정당이 승리한 경우가 많다 보니 이 같은 무당층 증가 현상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에 더 적신호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4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에 여론조사 NBS에 따르면 민주당이 거의 10%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나 서울 지역에선 사례 수가 많지는 않아 그게 얼마만큼 신뢰성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32대 16이 나왔다”며 “국민의힘에 비해 더블로 뒤지는, 2분의 1로 뒤지는 정도의 민주당 지지도가 나온 것은 아주 충격적이다. 응답률이 한 18% 정도 되던데 그러면 신뢰수준이 높은 응답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32대 16으로 국민의힘에 비해 뒤지는 것으로 나오는 것은 서울 지역과 그런 비슷한 지역, 예를 들어 3년 전 선거인 21대 총선 때 3천 내지 5천 표 정도의 차이가 나서 이긴 데를 신승이라고 하는데, 그런 곳은 아마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대부분 패배를 각오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싶다”며 내년 총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민주당을 둘러싼 도덕성 논쟁, 논란들에 대해 이제는 선을 긋고 피해 가야 총선을 치를 것이다. 김남국 사건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민주당은 또 한 번 수렁으로 빠질 것”이라며 “김 의원 제명이 가능하고, 그렇게 가야 한다. 윤리특위가 자문위 권고를 받아들여 김 의원 제명 징계안을 국회 본회의로 넘기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원은 “하루아침에 정당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게 아니듯 정당의 불신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재명 체제 1년 동안 돈 봉투 사건 등등 그 이전엔 의원들의 실언, 그걸 둘러싼 일부 의원들의 방어적 논란, 왜 민주당은 도덕적이어야 되느냐고 하는 이런 말씀들이 다 합해져 있었는데 더 큰 문제는 당이 어떻게 대응했나”라며 “그런 발언한 사람들에 대해 징계절차 밟겠다는 당의 단호함이 있었어야 하는데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 체제 1년 동안 과연 잘해왔나 평가와 반성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이 대표 스스로 결단하지 않는다면 이 대표 체제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이 대표에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같은 당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까지 2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 혁신위를 겨냥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당이 3연속으로 선거에 패배하게 된 이유를 진단해 당 지도부에게 해결을 촉구해주길 바랐는데 혁신위는 첫 선택부터 잘못된 길로 갔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정치적 리더십 부재”라며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의 리더십 혁신에 모든 초점을 맞춰달라”고 한 목소리로 이 대표 압박에 나섰다.

다만 선거를 앞둔 지도부 교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지금 국민의힘은 무능·무책임하고 민주당은 부패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국민들의 상식에서 벗어난 비상식적 양당 구도다. 여기에서 비판적 여권과 비판적 민주당 지지자들이 반 정도, 한 20%는 그런 무당층이라 폭발력이 간단치 않다”며 “양당이 지금 당장 총선 전에 뭘 바꿀 수도 없는데 이 대표 눈치 보는 쪽 하나하고 용산 대통령 눈치 보는 쪽 있는데 이대로 가는 수밖에 없잖나. 국민 불신은 더 커질 텐데 양당이 뚜렷한 돌파구가 안 보이는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 무당층 증가해도 정쟁 ‘여전’…‘집토끼 결속’ 전략에 무게?

24일 고민정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24일 고민정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한편 무당층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정치권에선 여전히 정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 국민의힘에선 24일 자당에 ‘가짜뉴스’, ‘허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나 그 지지층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소·고발에 나서자 민주당에서도 여러 사안으로 맞대응에 나서는 등 상호 공방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유포한 누리꾼 등 10여명과 방송인 김어준씨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24일 오전 서울경찰청을 찾아가 고발했으며 “아직도 가짜뉴스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2차, 3차 고발을 또 할 것”이라고 추가 대응을 예고했는데, 같은 날 오후 민주당에서도 서영교 최고위원이 자신을 겨냥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댓글 작성자들이 있다면서 똑같은 사유로 서울경찰청 민원실을 방문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비단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 뿐 아니라 이슈별로 여야 간 신경전은 이날 곳곳에서 진행됐는데,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법정 구속된 점을 꼬집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 선언 직전인 지난 2021년 6월 ‘내 장모가 사기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의 본인의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이제라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윤 대통령 압박에 나섰다.

반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씨가 법정 구속되게 만든 계기를 자신이 만들었다고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주장하자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고 의원이 극좌 유튜브에서나 하고 있는 저에 대한 가짜뉴스를 오늘도 어김없이 퍼날랐다. 고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호시탐탐 노리는 분이 많아 마음이 많이 조급한 모양”이라며 “2018년 10월 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장모 사건을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2019년 7월 윤 검찰총장 청문회를 준비하면서도 장모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탐문했지만 어떤 정황이나 근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혹 제기와 고발 등 정치권 내 진흙탕 싸움은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무당층 증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들의 이탈로 인해 향후 거대 양당은 각자 어느 당이 더 ‘고정 지지층’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지 집토끼 결속을 통해 ‘세 대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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