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성 발언’부터 ‘패싱’ 논란까지…사실상 협치 실종된 채 ‘선전성’ 협치 주장만

30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채 야권만 표결에 나선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TV
30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채 야권만 표결에 나선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TV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10총선을 9개월 정도 앞둔 가운데 정부여당과 야권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조차 못하겠다는 듯 수위 높은 극언을 주고받으며 충돌하고 있어 극단적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정치권 상황을 우려 깊게 바라보는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반국가세력’·‘쿠데타’ 극언…상대방 인정 않는 여야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반국가세력’이란 표현을 썼다가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정부라든지 특정한 정치세력을 겨냥한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말씀이다. 실제로 국가이익에 반하는 안보·경제적 주장이나 활동하는 세력이 있는 건 분명해 그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 발언을 보면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표현하지 않나. 종전선언을 추진했던 건 알려졌다시피 문 정부가 추진했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여당에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적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하는 세력이라면 그것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과거 행적을 보면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21년 7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했다. 대체 이 대표와 민주당에게 대한민국은 무엇이며 대한민국의 혈맹인 미국은 어떤 존재냐”라고 보다 분명하게 민주당을 직격하기도 한 만큼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야당을 겨눴다는 논란은 좀처럼 잦아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 문 정권 5년을 되돌아보라. 엉터리 남북군사합의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시키며 우리 군을 사실상 무장 해제시켰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국가 안보마저 위기에 빠뜨렸다면 이게 반국가단체지 무엇이 반국가 단체냐”라며 “무책임한 국가관, 불분명한 안보관으로 자유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굴북굴중하는 것은 반국가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내 말이 틀렸다면 이재명의 민주당은 발끈하는 수준을 벗어나 스스로 정체성을 선명하게 설명하라”고 오히려 한층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 같은 공세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종전선언을 추진했다고 해서 반국가세력이라고 규정짓는다면 남북미 간 합의를 통째로 부정하고 범죄로 몰겠다는 건가. 참 위태로운 폭력적 언동”이라며 “대통령은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의 명령이다. 대통령은 속히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보좌진을 문책해야 옳다. 모든 언론이 전 정부를 겨냥했다고 받아들일 만한 표현을 대통령실의 공식 발언으로 집어넣은 것은 대통령실의 위험한 의식이거나 무지하고 무감각한 무능”이라고 맞대응했다.

더구나 민주당에선 ‘문 전 대통령이 군인 생체실험을 지시했다’는 등의 주장을 편 김채환 전 서울사이버대 전임교수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로 내정한 데 대해서도 30일 박성준 대변인이 “극단적이고 편협한 인식을 공무원들에게 주입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한 데 이어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의 국회 안보토론회에 참석한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이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전을 꼬집어 ‘문재인이가 간첩이라는 걸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70% 이상의 국민이 문재인이 간첩이란 것을 모른다’고 발언한 점도 문제 삼아 박 대변인은 “당 법률국에서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다만 민주당에서도 윤 의원이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을 꼬집어 “사실상 쿠데타 통해 검찰개혁 반대하면서 조국 장관 수사했던 분 아닌가. 그래서 대통령 됐는데 쿠데타 일으킨 장본인들은 체제 정당성이 중요하고 본인의 정당성을 주장하려고 하다 보니 이전 정부를 부인해야 되는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이른바 ‘쿠데타’ 발언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당도 강력하게 반발했다.

당장 문종형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30일 논평을 통해 “1600만이 넘는 국민에게 선택 받은 대통령에게 고작 조국 수사와 엉터리 검찰개혁 비판을 위해 쿠데타 운운하는 윤 의원의 발언은 정치적 패륜이자 자폭행위”라며 “문 정부에서 국민소통수석까지 지낸 인사가 이런 막가파식 발언을 일삼는 것은 지금 민주당의 정치가 극단을 향해가고 있다는 반증이며 국정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부를 음해하고 무너뜨리려는 반정부세력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맹폭했다.

◆ 여론 의식했나…꽉 막힌 정국 상황엔 서로 ‘네 탓’ 공방

한 발 더 나아가 문 상근부대변인은 “윤 의원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조국 전 장관 수사가 진정 쿠데타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옹호일 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며 “민주당은 온갖 극단적 표현을 동원해 국민을 선동하는 80년대식 정치를 그만두고 제1야당으로서 상식에 부합하는 협치의 길로 나서주기 바란다. 국민의힘은 윤 의원의 ‘윤 대통령 쿠데타’ 발언에 대해 강력 규탄하며 이와 같은 막장 발언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즉각적 조치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2022년 대선, 국민의 선택이 어떻게 쿠데타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하다하다 이제 선거 결과까지 내로남불식으로 취사선택하는 모습에 기가 찬다”며 “윤 정권의 탄생은 바로 민주당의 위선과 내로남불, 오만함, 지독한 무능에 대한 심판이었고 조국 사태는 문 전 대통령이 초래한 것이다. 민주당의 쿠데타 발언은 대선 불복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민주당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민주당에 경고했다.

여기에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을 문제 삼는 민주당을 겨냥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이 국민 분열을 시킨다고 비난했는데 대통령 말씀은 대결·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대결·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를 꾸짖고 그걸 해소하려는 것이다. 통합의 길을 가려는 것”이라며 “경찰이 도둑을 잡는 게 나라다.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하냐. 스스로 반국가세력임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면 소모적 분쟁은 그만해야 할 것”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단독 처리에 나서려고 한다면서 “본회의가 민주당 의총이냐”라고 공세를 펼쳤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대해선 이날 오후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폭주하고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당은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표결 불참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민주당 등 야권이 강행하는 노란봉투법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 토론을 한 뒤 항의의 의미로 표결 직전에 본회의장을 퇴장했는데, 이주환 의원은 “불법파업조장법, 민주노총 맞춤법은 야당이 환노위 법안소위와 안건조정위원회, 전체회의 2번 만에 걸쳐 날치기 통과한 법안”이라고 꼬집었으며 김형동 의원은 “차라리 전원위원회를 열어 공개토론하는 게 국민들에게 이 법의 장단점을 알리는 데 더 유용하다. 직회부보다는 상임위원회에서 다시 머리를 맞대서 충실히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민주당에서도 협치 없이 일방 통행하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의식한 듯 박광온 원내대표가 이날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 특위 구성과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하고, 선관위 채용 비리와 관련한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한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그 이행 방안을 놓고 여전히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고 정국이 사실상 꽉 막혀 있다”며 “정국이 이렇게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지금 이뤄지고 있는 장·차관 인사와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 등이 정국을 더 꼬이게 하는, 국민도 동의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겹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정부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수적 우세인 민주당의 쟁점 법안 표결 처리에 반발해 입법폭주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을 성토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캡처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수적 우세인 민주당의 쟁점 법안 표결 처리에 반발해 입법폭주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을 성토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캡처

그러면서도 박 원내대표는 “여당과 대화는 회피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는데, 하지만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게 반드시 ‘협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듯 이날 본회의에선 노란봉투법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뿐 아니라 이태원참사 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 건도 여당의 반대에도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해 격앙된 국민의힘에선 표결에 불참한 채 입법폭주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을 성토했다. 

다만 노란봉투법의 경우 전날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바로 법안을 상정하기보다 법안 내용에 대해 협의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발언한 대로 일단 이날 본회의엔 부의(본회의에서 안건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의미)하는 것까지만 결정했는데, 다만 여당과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결국 이번과 마찬가지로 수적 우위를 통한 강행 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 대치 국면 속 ‘백중세’인 양당 지지율…무당층 비율 ‘주목’

이렇듯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자당 지지층만 바라본 채 상대방은 존중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표면상 대치 정국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지적하면서 협치하자고 외치거나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에는 지지층 결집에 집중한 행보 끝에 양당 모두 지지율이 엇비슷해진 상황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6~27일 전국 유권자 1008명에게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국민의힘은 40.4%, 민주당은 36.6%,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은 17.2%로 나왔으며 내년 총선 지역구 정당 후보 지지도 조사에선 반대로 민주당 40.3%, 국민의힘 38.7%로 나왔는데, 모두 오차범위 내 격차로 어느 쪽도 안심하기 힘든 실정이고, 이런 상황은 한국갤럽이 27~29일 전국 유권자 1007명에게 실시해 30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더 분명하게 나타나 민주당 34%, 국민의힘 33%, 무당층 28%로 집계됐다. (두 기관의 여론조사 모두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무엇보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보수층의 70%가 국민의힘, 진보층의 59%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가운데 중도층에선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38%나 나온 점도 양당 간 우열을 좌우할 총선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주목할 만한데,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양당 간 격차가 어느 쪽도 압도한다고 보기 힘든 오차범위 이내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은 양당이 자신의 지지층에 집중하는 목소리를 내는 한편으로 무당층이나 중도층의 향배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보니 갈등 책임을 상대에게 묻는 동시에 자당엔 협치 의지가 있음을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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