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해기간이지만 정부 실패 지적할 것”…與 “국민적 슬픔을 정쟁에 이용하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좌),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좌),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사망자 수가 17일(오전 11시 기준) 40명을 기록한 데다 아직도 비 예고가 끝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책임공방을 비롯한 정쟁이 불거질 모양새다.

◆ “적극 협력” 외쳤던 민주당, 약속 ‘무색’? “책임 물을 것” 맹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도 국가적 재난 수습에 적극 협력하겠다. 복구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 국난 극복에 정부와 정치권 모두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박광온 원내대표도 “재난이 지속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가적 역량을 모을 때”라고 한 목소리를 내 이번 재난을 계기로 오래간만에 정치권에서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곧바로 “대통령실이 국민과 국정을 대하는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이 연장됐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국정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실의 상식적이지 않고,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 일단 수해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지만 앞으로 국회에서 발언 경위를 확인하고 책임을 묻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공세를 예고했다.

심지어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가 말한 ‘앞으로’가 아니라 같은 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국민께서 역대급 집중폭우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윤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했나. ‘국민 안전은 국가가 무한책임’이라던 대통령의 약속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이 고통 받을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대통령은 대체 왜 필요한가. 이번에도 우리 국민은 극심한 재난 상황 속에서 각자 살아남아야 했다. 언제까지 정부가 없는 재난 속에서 각자도생해야 하나”라고 즉각 윤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권 수석대변인은 앞서 이날 비공개 최고위 직후에도 “수해 기간이기는 하지만 정부의 명백한 대응 실패에 대해선 강력하게 지적할 것”이라며 “최근 12년 내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 국가가 없다는 것을 이재민이 실감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정부여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집중호우로 수해 위기에 내몰려 있고 국민이 고통 받고 있으면 조기 귀국해야 하는데 연장해가며 거기에 머무르고 있지 않나. 재해 재난 때 컨트롤타워가 대통령실인데 이때 대통령이 안 보인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위기 상황에서 진두지휘하면 하급 공무원도 더 열심히 하는데 그런 공백이 보이지 않았나. 이것은 인재라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회 국방위·외통위·정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재난에는 보이지 않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가 우리 안보를 위기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으며 김의겸 의원은 아예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마치 범람하는 강과 같은데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한 행동과 말은 우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 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건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민주당 국방위, 외통위,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민주당 국방위, 외통위,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민주당에선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토부가 재난 대책부서인 것을 감안해 (17일) 국토위 전체 회의는 적어도 최소한의 수해 부분이 정리된 이후인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하자는 것을 국민의힘에 제안하겠다. 그전까지는 국토부에서 수해 예방·복구에 전념하겠다”고 밝혀 적어도 재난수습기간 동안엔 정쟁이 잠시나마 잦아들까 싶었지만 정부를 성토하는 데에 민주당 의원들이 여럿 나서면서 하루 만에 공염불이 된 모양새다.

급기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까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할 수 있고, 마땅히 해야 하는 데도 하지 않는 부작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무원은 면피성 문자 날리기 외에 한 것이 없고, 도지사와 국토부 장관은 사후 현장 방문해서 사진 찍는 것 외에 한 것이 안 보이고, 대통령은 해외에서 종이 한 장 들고 지시하는 척하는 사진 한 장 전송한 게 전부”라며 “수많은 문자와 사진으로 책임을 다했음을 증명하지 않는다. 거듭된 직무유기에 의한 대형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소할 때 적용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재난 살인’이라 해야 한다”고 대정부공세에 가세했다.

◆ 국민의힘 “힘 모으기는커녕 수해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나” 맞불

이 같은 제1야당의 총공세에 정부에선 이번 수해 피해 중 단일사건으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에 대한 책임 규명에 들어갔는데,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실은 이날 “원인 규명하는 감찰에 착수했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모든 관련 기관이 예외 없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께 신속하고 투명하게 알려드리겠다. 징계·고발·수사의뢰·제도개선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뿐 아니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책임과 원인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면 국정 최고 지휘자로서 대통령의 엄격한 문책이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충북경찰청도 17일 송영호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88명의 수사관을 배치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담수사본부를 구성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정치권의 의무는 무한대다. 인재에 해당되는 사항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문책을 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와 다른 패턴으로 발생하는 천재지변에 대해선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민주당에선 박성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사고가 일어나면 일선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감찰부터 펼치는 후안무치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제일 먼저 책임져야 할 사람은 공무원들을 지휘·통솔하는 대통령과 각료”라며 “일선 공무원들이 적극 수해 대응에 나서도록 독려해도 부족할 상황에 책임 회피만 할 생각인가. 국민 분노 피하겠다고 공무원들 감찰해서 꼬리부터 자르려는 얄팍한 행태는 그만두고 후속대책부터 세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도 이날 연이은 민주당의 공세에 전혀 맞대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황규환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은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의 이준석 선장을 언급했다가 인권위에 진정이 제기됐고, 이태원 참사 당시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윤 정부가 떼죽음을 당하게 만들었다’며 정부 공격에 이용하더니 ‘공포탄이라도 쐈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며 “국민적 슬픔을 정쟁에 이용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한 두 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황 수석부대변인은 김의겸 의원의 이날 발언도 꼬집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폄훼하고 싶다지만 어떻게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를 정쟁에 이용할 수 있나. 김 의원은 목숨을 잃은 고인들의 유가족 앞에서도 이렇게 말할 수 있나”라고 일침을 가했으며 강사빈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추 전 장관의 이날 발언을 겨냥 “정부는 피해 복구와 실종자 수색 등에 가용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데 피해 복구에 힘을 모으지는 못할지언정 자신만의 정략적 이익을 위해 계속된 막말로 정쟁만 부추기고 있다. 수해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 홍준표 ‘골프’ 논란 등 지자체까지로 여야 ‘수해 대응’ 공방 확산

홍준표 대구시장. ⓒ시사포커스DB
홍준표 대구시장. ⓒ시사포커스DB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 수해를 계기로 벌어진 여야 간 공방은 지자체 단위로까지 확대됐는데,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5일 골프를 치다가 중단한 점을 꼬집어 민주당 대구시당은 17일 “전국이 물난리를 겪으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 홍 시장은 골프를 치러갔다. 대구시도 지난 14일부터 대구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서 가동하고 있는 와중에 본부 꾸려진 바로 다음 날인 토요일에 골프 치러 간 정신 나간 시장”이라며 “이번 폭우로 대구에서도 실종 1명이 발생하고 경북은 무려 2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홍 시장은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 트집 잡아본들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내놨던 홍 시장은 재차 같은 날 오후 자신의 SNS에 “대구에 있었던 수해 인명사고는 13일부터 출입제한 조치를 한 도심 하천 팔거천에서 15일 16시 08분에 60대 한 분이 자전거를 끌고 출입제한 조치를 한 가드레일을 밀치고 무단으로 하천변에 들어갔다가 미끄러져 빠진 사고”라며 “당시에는 큰 비가 오지도 않았고 내가 그날 오전 10시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에 갔다가 팔공산에서 비가 내려 운동(골프)을 중단한 시각은 오후 1시”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그걸 억지로 결부시킨 것도 문제려니와 당시 대구시는 전직원 비상대기령도 내리지 않았고 재난안전실 직원들만 조를 짜서 일상적인 근무를 하고 있었을 따름인데 견강부회 해본들 달라질 것 없다. 내가 맡고 있는 대구시는 지금까지 수해 대비 철저히 하고 있다”며 “나이 들고 운동 안 하면 건강 유지가 안 되기 때문에 난 주말엔 언제나 등산, 골프를 하고 전국을 책임진 대통령이 아니라 난 대구시만 책임지는 대구시장이다. 일도 못하는 사람들이 입만 살아가지고 걸핏하면 트집이나 잡고, 이제 그만 트집 잡아라”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민주당 대구시당에선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총리실 공직기강팀에 즉각 명령해 홍 시장에 대한 직무감찰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홍 시장은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로부터 ‘골프 논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집 잡지 말라. (주말에 골프 해온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라 십수년간 내가 했던 원칙이다. 대구시에 상황 자체가 없었고 (골프) 그만두고 난 뒤 집에 와서 팔거천 (실종) 보고를 받았다”며 ‘주말에 관용차를 사용했는지’ 묻는 질문엔 “개인 활동하는 데는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는다. 권위주의시대 정신으로 그런 식의 질문을 하나”라고 직접 맞받아치기도 했다.

반면 정쟁 양상으로 치닫는 대구 상황과 달리 민주당 경북도당에선 국민의힘 소속인 박순득 경북 경산시의회 의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며 경산시청 앞에서 일주일 넘게 이어오던 천막농성을 중단하기로 17일 선언해 대조를 이뤘는데, 민주당 양재영·이경영 경산시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국가재난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천막농성을 중단하고 수해복구와 민생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혀 재난 앞에선 일단 힘을 모으는 이런 분위기가 정치권 내 확산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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