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프’에 당당했던 홍준표, 징계 절차 앞두고 사과 표명
홍준표 징계 여부에 쏠리는 눈, 사과 행보 과연 도움 될까?
징계여부 20일 오후에 열리는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결정

홍준표 대구시장이 ‘폭우 골프’ 논란에 대해 19일 대구 동인청사 기자실을 찾아 공식 사과 표명에 나섰다. 사진 / ⓒ대구시 제공
홍준표 대구시장이 ‘폭우 골프’ 논란에 대해 19일 대구 동인청사 기자실을 찾아 공식 사과 표명에 나섰다. 사진 / ⓒ대구시 제공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집중호우가 내린 주말에 골프를 쳐 논란이 일었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19일 나흘 만에 전격 사과를 하고 나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주말 골프’ 즐기는 홍준표, 비판 목소리에 적극 반박해 눈길

홍 시장은 지난 15일 주말에 오전 11시 20분에 대구 동구 팔공CC에서 골프를 치던 중에 비가 내려 1시간여 만에 중단하고 내려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수해 피해가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골프를 치러간 것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 시작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다만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홍 시장은 당당한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에는 큰비가 오지도 않았다. 팔공산에서 비가 내려 운동을 중단한 시각은 오후 1시쯤이다”고 밝히며 “억지로 결부시킨 것도 문제려니와 당시 대구시는 전직원 비상대기령도 내리지 않았고 재난안전실 직원들만 조를 짜서 일상적인 근무를 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견강부회 해본들 달라질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16일에도 (골프) 운동 약속이 되어 있었으나 팔거천 인명 사고와 경북·청주 사태를 뒤늦게 알고 취소한 바 있고, 내가 맡고 있는 대구시는 지금까지 수해대비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나는 전국을 책임지는 대통령도 아니고 대구시만 책임지는 대구시장이다. 이제 그만 트집 잡아라. 그래도 기차는 간다”고 소신 대응을 했다.

더군다나 홍 시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꼿꼿한 태도는 변함없었는데, 당시 그는 취재진을 향해 “벌떼처럼 덤빈다고 해서 내가 기죽고 ‘잘못했다’고 할 사람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있느냐. 괜히 골프를 이용해 ‘국민정서법’을 빌려 나를 비난하는 것 뿐”이라고 반박하며 단호한 입장을 이어 나갔다.

◆ 당차원 징계 절차 돌입에 홍준표 태도 변화, 논란 나흘 만에 사과 표명

국민의힘 소속의 홍준표 대구시장.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소속의 홍준표 대구시장. 시사포커스DB

그러나 야권의 비난에 이어 여당 지도부에서도 쓴소리가 흘러 나오면서 급기야 해당 문제에 대해 당 차원의 진상조사 지시와 함께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홍 시장에 대한 징계에 착수하게 되는 상황까지로 확산되어 사실상 징계받을 위기에 놓이게 되자 강경했던 홍 시장의 태도가 돌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전날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홍 시장에 대한 징계안을 직권 상정해 오는 20일 오후 4시30분에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징계절차 개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당 내부에서도 홍 시장이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와 위기감이 감돌았다.

특히 홍 시장이 징계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는 국민의힘 윤리강령 제22조에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홍 시장은 ‘폭우 골프’ 논란에 대해 돌연 나흘 만에 태도를 전환하며 자세를 낮추고 나선 모양새였는데, 그는 이날 대구 동인청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말 일정이고 재난대응 매뉴얼에 위배 되는 일도 없었지만,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 들인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홍 시장은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전했다.

이렇듯 홍 시장은 골프의 대중 스포츠화를 피력하기 위해 정당성을 인정받으려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애를 썼지만, 결국 싸늘한 여론과 정치 공세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한발 물러서면서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 됐다.

◆ 홍문종 ‘수해 골프’ 제명 사례 소환, 김병민 “홍준표 징계 가능해”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좌)과 홍준표 대구시장(우).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좌)과 홍준표 대구시장(우). 시사포커스DB

무엇보다도 당 내부에서는 홍 시장에 대한 중징계를 전망하는 관측이 높았는데, 이는 지난 2006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윤리위가 똑같은 사례로 수해 골프 논란이 일었던 홍문종 전 경기도당위원장을 당에서 제명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 지도부인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홍문종 사례’를 언급하면서 “전적으로 윤리위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수해 속 골프를 치다가 제명된 전례가 있다”며 당 윤리강령을 설명하고 나섰다.

아울러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현행 법령 및 윤리 규칙을 위반하여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징계가 가능하다”면서 “홍 시장의 수해 골프도 논란이지만 그 이후에 있었던 사후 대응, 해명들이 국민의 눈높이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는 “우리 동네는 괜찮다'고 골프를 치러 가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허용된다면 대한민국의 공직기강이 어떻게 정립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특히 대권 주자까지 지낸 당의 원로이고, 또 광역자치단체장이라면 솔선수범하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건 상식이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이용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일요일 자유시간에 테니스나 등산은 괜찮고 골프는 왜 안 되느냐는 홍 시장의 말이 타당성과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구시장으로서 전 국민이 주목하는 시기에 사과는 못하더라도 발언 수위는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고 비판의 결을 함께 했다.

뿐만 아니라 막말과 태도 논란으로 이미 당원권 1년 정지 징계를 받은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지방자치단체장은 관할 구역에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무한 책임이 있는데 골프에 대해서 두둔하는 게 국민 보기에 모양이 좋지 않다. 당의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히고 있다”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지난 홍문종 사례보다) 이번은 더 충격적”이라고 맞장구치며 징계를 촉구하고 나선 듯한 모습이었다.

◆ ‘홍문종 vs 김진태’ 정반대 징계 사례에 홍준표는 어느 쪽?

황정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이 과거 국회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황정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이 과거 국회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더군다나 ‘정치 9단’이라고 불리고 있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홍 시장을 향해 “우정으로 충고한다”며 “큰 꿈, 대통령 후보가 되는 길로 가려면 ‘사려 깊지 못했다’고 사과하고 넘어가는 것이 굉장히 좋다. 지금까지 홍 시장은 정치를 하면서 잘못된 것에 대해서 과감하게 사과했었다”고 말해 사실상 홍 시장에게 빠른 사과 표명에 나서야 정치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점을 에둘러 인식시켰다.

다만 홍 시장이 주말 골프를 친 것과 관련해 실제로 징계를 받을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은 반반이 상황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지난 3월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사태 당시에 김진태 강원도지사도 당시 골프연습장에 있어 논란이 됐었지만 그때 국민의힘 측에서는 당 차원의 경고나 징계가 없었기에 홍 시장에게 징계가 내려질 경우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김진태 지사는 자세를 낮추며 즉각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홍 시장의 행보와 달랐기에 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일각은 분석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렇기에 홍 시장은 징계 개시 논의가 윤리위에서 시작되기 전에 발 빠르게 급사과 표명을 하고 나선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잇따랐다. 즉, 홍 시장이 자세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틴다면 되려 괘씸죄가 적용되어 오히려 징계 수위만 높아질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라는 얘기이다.

더욱이 홍 시장은 김기현 대표와도 그다지 사이가 돈독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당내 지형상 유리한 위치가 아니기에 징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는데, 다만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리위는 독립돼서 움직이는 기관이고 어떤 누구의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며 “윤리위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는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홍 시장의 징계 개시 여부는 내일 오후에 열리는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인데, 홍 시장의 이번 사과는 이번 징계 경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분석도 나왔는데, 실제로 지난 태영호·김재원 최고위원들의 발언 논란 사태에서 윤리위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 최고위원직을 내려 놓은 태영호 의원에게는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으며, 끝까지 최고위원 자리를 고수했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는 당원권 정지 1년 처분을 내린 바가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시장의 이번 폭우 골프 논란에 대해 여권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논란과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시선들도 나오고 있다고 관측했으며, 또다른 일각에서는 홍 시장이 김기현 대표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을 짚으면서 당내 힘겨루기이자 치킨싸움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고 감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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