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의 장점 살린 외교, 경제, 문화적 영향력 알릴 절호의 기회
개최도시는 국제무대에 알려지지 않은 경제발전의 전초기지나 관광도시 선정

주낙영 경주시장이 경주화백센터에서 열린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범시민위원회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경주시
주낙영 경주시장이 경주화백센터에서 열린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범시민위원회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경주시

[울산ㆍ경주 취재본부 / 김대섭 기자] 2025년 대한민국에서 개최될 APEC 정상회의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유치전이 한창인 경주는 다른 경쟁 도시인 인천, 부산, 제주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유치 홍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은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로 아시아와 태평양 공동체의 경제발전과 번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약 40%, 교역량은 50%, GDP는 무려 62%에 달한다. 사실상 이 경제협력체가 세계 경제를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중·일·러 4강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1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개최 도시가 얻게 될 유무형의 사회경제적 유발 효과는 상상 이상일 전망이다. 2005년 부산 개최 이후 20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에서 열리게 된다면 APEC 정상회의는 그야말로 메가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각국 정상을 비롯해 6,000여명이 넘는 정부각료, 기업인, 언론인이 참가하는 정상회의 기간 중에는 전 세계의 매스컴을 통해 개최도시가 집중 조명된다. 지방 소도시인 경주가 사활을 걸고 유치전에 나선 이유다. 여러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역사문화관광도시 경주를 세계에 알리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각국 정상이 참가하는 정상회의는 단순히 회의만 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개최국의 국격은 물론 외교·경제·문화적 영향력을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특히 세계 매스컴과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될 개최도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 문화적 특성을 대표하고, 경제발전상과 미래 핵심기술을 세계에 선보이는 교두보가 되어야한다. 이런 사유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국내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국제 무대에서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경제발전의 전초기지나 글로벌 관광도시를 선정하고 있다.

해오름동맹(경주, 울산. 포항) 단체장들이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를 함께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 사진/경주시
해오름동맹(경주, 울산. 포항) 단체장들이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를 함께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 사진/경주시

정부에서 유치도시 선정을 위한 공식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뜨겁다. 지금 경주와 경쟁하고 있는 도시는 인천, 제주, 부산이다. 경주만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이고 다른 경쟁도시는 모두 광역지자체다. APEC 정상회의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이 APEC의 관례이기도 하다.

사실 정상회의가 처음으로 열린 미국 시애틀에서부터 올해까지 수도에서 정상회의가 열린 경우는 11차례에 불과하다. 그것도 도시국가인 싱가포르(2009)와 2001년 상하이에서 한 차례 정상회의를 가진 중국 베이징(2014)을 제외한다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태국, 칠레, 페루, 베트남, 파푸아뉴기니 등 7개 개도국이 전부다.

이는 지방도시의 국제회의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정으로 수도에서 열린 것으로 보인다. 그간 개최된 정상회의 중 멕시코 로스카보스(2002),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2012), 인도네시아 발리(2013), 베트남 다낭(2017) 등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사례를 보면 소규모 지방도시인 경주 유치의 당위성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진다.

특히 2002년 멕시코 로스카보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멕시코 3대 관광지로 부상한 이 도시는 정상회의 개최 당시에는 인구 7만에 불과한 소규모 지방관광휴양도시였다. 멕시코의 중요한 관광지와 역사적 유산을 갖고 있는 로스카보스는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광 인프라 개발에 큰 투자가 진행됐으며, 이는 현재 인구 34만의 국제적 관광도시로 변모하는 계기가 됐다. 인도네시아 발리와 베트남 다낭도 모두 유사한 경우라 할 수 있다. APEC이 아니더라도 다른 정상회의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당연시 되고 있다.

지난 2021년 G7 정상회의가 영국 콘월에서 열렸다.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에 위치한 이 도시는 수도인 런던에서의 거리는 450km로 차로 이동하면 6시간 정도, 기차로 가도 5시간 이상 걸린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촬영지이기도 한 콘월은 영국에서는 가장 아래쪽에 있는 지역으로 온화한 기후로 관광과 휴양으로 유명한 도시다. 물론 이 뿐 아니라 이 도시는 영국 녹색기술 분야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영국의 녹색정책을 세계에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었다.

주낙영 경주시장. 사진/경주시
주낙영 경주시장. 사진/경주시

경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유산의 보고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시로 한국의 찬란한 문화를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가장 한국다운 도시인 것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첨단산업기술을 선보이기 위한 적지다. 경주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자력발전소, SMR 연구개발의 전초기지가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양성자가속기센터, 경주 e-모빌리티 연구단지가 있다.

특히 최근 SMR 국가산업단지 선정은 세계에 우리 원자력에너지산업을 세일즈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탄소중립과 청정에너지산업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을 세계에 알리는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다.

또한 인접한 산업도시인 울산의 완성차·조선분야, 포항의 철강·2차전지를 비롯해 도내 구미의 전자·반도체산업과 안동의 바이오산업 등과 연계한 다양한 산업시찰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하기에도 최적이다.

덧붙여 국제적인 정상회의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경호와 안전이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할 경우 경호와 안전에 대한 요구사항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이로 인한 각종 교통통제와 보안 요구는 시민의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 물론 일시적인 불편을 감수할 수도 있겠지만 경호와 안전이 정상회의 개최에 있어 핵심적인 고려사항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경주에서 정상회의가 열릴 경우, 경주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시설이 밀집해 이동 동선이 매우 짧을 뿐 아니라 다른 경쟁도시와 달리 바다에 접해있지 않아 해상을 봉쇄할 필요가 없다. 또한 지형 특성상 호리병처럼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있으며, 높은 고층건물이 없어 정상 경호와 안전에 있어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다. 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됐을 때도 한미정상회담은 경주에서 열렸는데 회담장소인 보문단지 일대가 경호에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경주시민들이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경주시
경주시민들이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경주시

한편, 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라는 원대한 비전을 품고 1989년에 탄생한 APEC은 1994년 제2차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보고르 선언’에서 보듯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통한 경제발전과 번영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이며 균형 있는 성장이라는 도전과제를 안고 있었으며, 2020년 제27차 정상회의에서는 ‘보고르 목표’를 완성하고, 앞으로의 20년 미래비전을 담은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채택했다. 이 비전의 3대 핵심요소에는 무역·투자, 혁신·디지털경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았다.

여기서 눈여겨 볼 핵심요소가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포용적 성장의 가장 간명한 정의는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 성장’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구성원에게 경제적·사회적·제도적 환경이 공평하게 제공되는 지속적인 성장을 의미하는 이 용어는 국내적 측면에서 보면 지방 균형발전으로 치환된다.

앞서 밝혔듯이 현재 APEC 정상회의 유치 의사를 피력한 도시 가운데 경주는 유일한 기초자치단체로, APEC이 채택한 ‘비전 2040’의 포용적 성장을 실천하고, 정부의 국정목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잘사는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서 지방도시인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할 충분한 명분과 당위성을 내세워 경주시와 시민들이 함께 2025년 APEC정상회의 경주유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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