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의석 확대? 축소?, 선거제 개편 난상 토론
김영주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정치개혁 이뤄 내야”
비례제도 폐지 찬반에서 지방소멸시대 대응 주장까지

국회 본회의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회 본회의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여야가 10일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를 개최한 가운데 논의 첫날부터 비례대표 의석 확대·축소 문제 등의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면서 난상 토론을 이어갔다.

◆ 선거구 개편 주제로 열린 전원위원회, 13일까지 4일간 진행

국회는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해 토론하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에 돌입했는데, 전원위는 지난 2003년 3월에 이라크 파병 문제로 개최된 다음인 20년 만에 열리는 회의이자 헌정 사상 세 번째 진행으로 기록되고 있다.

김영주 전원위원장은 이날 여야의 의원들을 향해 “지난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지 못해 국민들께 실망과 정치불신을 안겨줬다”며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제도개선을 통한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소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면서 합리적인 선거제 개편 방안을 도출해 달라고 주문하고 나섰는데, 이날 토론에 들어간 전원위는 오는 13일까지 4일간 민주당 54명, 국민의힘 38명, 비교섭단체 8명 등 총 100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서게 된다.

다만 이날 토론에서 집권여당 측인 국민의힘에서는 비례제도 축소와 의원정수 감축을 주장하고 나선 반면에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소수야당인 정의당에서는 비례제도 확대를 요구해 첨예하고 극명한 시각 차이를 보였지만, 세부적으로는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른 주장에 따라 선거구 개편을 주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비례제도 의석수 확대 조정 요구 목소리, 60~75석까지 늘려야

특히 비례제도 의석수 조정을 두고 여야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는데,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소한 60석 이상 확보해야 한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지역 균형 비례제도를 검토해야 하고, 비례대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내 경선 의무화법을 통과시키고 개방형 명부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같은 당 윤호중 의원도 “지역구를 7석이라도 줄여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자”며 “비례대표 비율은 총 정수의 4분의 1은 돼야 비수도권의 의석을 늘릴 수 있고 다양한 정치 세력의 국회 진출을 통한 대표성과 비례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전해철 의원도 “현재 비례대표석은 47석으로 300석 중 15.7%에 불과하다”며 “최소 3 대 1 비율인 75석까지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사실상 지역구 의석수를 7~28석을 줄여 비례대표 60~75석까지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욱이 홍영표 의원도 “현재 있는 소선거구제 위주의 제도로는 대량 사표를 막을 수 없다”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 10명 중 4명의 표는 사표가 됐기에 사표를 최소화해 대표성을 보완하는 개편이 첫 번째 원칙이고, 지역별·분야별 대표성과 다양성을 확대하고 정쟁이 아닌 정책 중심의 국회를 구성하기 위해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이 선거법 개정의 두 번째 원칙이다. (그래야 진정한) 비례대표 확대로 귀결될 수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 국민여론도 부정적, 비례대표제 자체를 아예 폐지해야

반면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제 개편 논의가 절대 국민의 뜻과 반대로 가선 안 된다”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국민 인식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의석 증가에 80% 이상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같은당 이헌승 의원도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비례 의석을 늘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여야 하고,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면서 “비례대표제 자체는 아예 폐지돼야 한다”고 비판의 결을 같이 했다.

또한 최형두 의원도 “싸우기만 하는 의원 수를 줄이라는 국민의 함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면서 “위성정당 편법까지 동원한 민주당은 비례대표까지 180석이라는 의석을 차지하자마자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국회의 협치 전통과 원칙을 무시했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방송법 등 최근 민주당이 국회에서 일방적인 입법 독주를 보여준 문제점을 에둘러 비판했다.

게다가 윤상현 의원도 “국민의 70%가 현재 비례대표제 폐지를 원하고 있다”며 “비례대표제는 오랜 기간 공천헌금, 밀실거래 등의 폐단으로 인해서 무용론이 제기됐다. 다양성·전문성을 보충시켜 뽑힌 우리들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오히려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는 각 당 지도부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례대표제의 기능은 이미 소실됐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전주혜 의원도 “2019년 12월 제1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이 배제된 채 선거법 개정이 야합으로 이뤄졌는데, 그 결과 저는 미래통합당이 아닌 미래한국당 소속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됐다”며 “경위를 떠나 지난 총선 때 자행된 꼼수 위성정당 논란은 변명의 여지 없는 모두 부끄러워해야 할 과오인 것이다. 제도의 탄생부터 결과까지 논란만 거듭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번 한 번의 실험으로 그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 지역구 대표성 높여 달라 주장까지, 지방소멸시대에서 인구 기준 안돼

또한 이날 토론에서 지역구 의원의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국회 정개특위 소위원장이자 부산이 지역구인 조해진 의원은 “현행 선거제는 합의 처리의 대원칙을 깬 헌정사의 오점이 남긴 정치적 사생아”라면서 “특정 제도의 설계를 통해 다당제, 양당제를 만든다는 건 국회 재량을 넘어선 일이고 국민에 대한 월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지방의 정치적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2대1 기준 안에서 지방 의원 정수를 최대한 보강해야 한다”며 “지역별로 의석표를 배분할 때 단순히 인구만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면적과 교통, 취락 구조, 행정 체계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홍석준 의원도 “우리나라는 지역의 대표성과 인구의 비례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데 지역의 대표성을 더 고려해 지방소멸 시대에 그 지역의 이익을 대변토록 해야 한다”며 “선거구 획정에 있어 수도권과 지방 인구 비율을 차등화해 지역 대표성 좀 더 키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더욱이 이용호 의원은 “인구 50만 이상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고 농어촌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도농 복합 선거구제를 도입해 볼 만하다”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타협의 정치 문화가 촉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구가 넓어지면 현행 보다 지역구민들의 이념적 성향이 좀 희석될 수 있다”며 도농복합선거구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 소선거구제 vs 중대선거구제, 여야 막론한 난상 토론 이어져

뿐만 아니라 이날 토론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안에 대해서도 난상토론이 벌어졌는데,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내각책임제에서는 중대선거구제도를 검토해 볼 만 하지만 현행 대통령직선제에서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장섭 민주당 의원도 “소선구제에서 그나마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 마련이 가능한데, 중대선거구제에서는 정치인의 책임 소재가 흐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소선거구제 역사는 한마디로 거대 양당제의 싸움판 역사였다”면서 “물론 중선거구제도 완벽한 제도는 아니고 단점도 많지만, (지금까지) 소선거구제에 문제가 많았으면 방향을 틀어서 중선거구제를 채택하는 게 순리가 아니냐”고 반론을 펼쳤다.

더욱이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진보 성향의 소수당뿐만 아니라 보수성향 소수정당과 중도실용정당 등 이념 스펙트럼이 다양한 정당이 출현할 것”이라면서 “지역구민 성향이나 인구 분포 하나만 믿고 큰소리치는 양극단 팬덤 정치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고 기대감을 내보였다.

◆ 국회 밖도 선거구 개편에 뜨거운 관심, 농어촌 지역 ‘도농차별선거구제 안돼’

이렇듯 선거구 개편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는데, 국회 밖에서도 선거구 개편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듯한 기류였다. 실제로 논의가 시작된 이날 민주당 경북도당·대구시당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는 일당 독식 지역 구도를 외면하는 ‘도농차별선거구제’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 확대 또는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경북도당·대구시당은 “일당 독식 지역 구도 최대 피해 지역은 농어촌 지역이다. 여의도 일부 정치인은 농어촌에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가 마치 농어촌을 배려하는 제도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며 “여야가 비례성 확대라는 대원칙을 준수하면서도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지역구 의석수를 대폭 축소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이중 등록제가 반드시 함께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 소수야당, 심상정 “비례대표 숫자 확대, 다당제 연합 정치로 전환해야”

한편 이날 소수야당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는 45년 대한민국의 철옹성이었다. 단 한 표가 당락을 가르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절반에 가까운 표심이 버려졌다”면서 “이번 선거제도(논의)의 핵심은 비례대표의 숫자를 확대하고 정당 지지율에 의석수를 수렴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심 의원은 “외람된 말씀이지만 내년 총선에서 어느 당의 압도적인 승리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곧 정치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며  “승자도 패자도 공존할 수 있는 다당제 연합 정치로 전환하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동료 의원들이 함께 초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