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레이스, 보수의 심장에서 치열한 표심 전쟁 벌여
당권주자들, 일제히 ‘박정희 전 대통령’ 언급하며 지지 호소
김기현 ‘굳히기’ vs 황교안·천하람·안철수 ‘막판 뒤집기’ 총력
민주당, 이재명 위기감 고조에 김기현 ‘부동산 투기’ 공격 가세

(왼쪽부터)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후보, 김기현 후보, 천하람 후보, 황교안 후보.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후보, 김기현 후보, 천하람 후보, 황교안 후보.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주자들이 오늘(28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에서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표심 굳히기’·‘막판 뒤집기’를 위해 지지를 호소하며 당권경쟁을 벌였다.

◆ TK에 모인 당권주자들, 김기현 “전당대회, 집안싸움과 내부총질하는 자리 아냐”

당권주자들은 이날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TK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열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기현 당대표 후보는 “TK는 산업화의 주역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나라 망친 문재인 정권을 쫓아내고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주인공이 TK의 당원들”이라고 치켜 세우면서 “김기현이 보수를 살려낸 대구·경북지역의 정기를 더 크게 계승하겠다. 윤 정부를 성공시키고 내년 총선에서 압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 경쟁 주자들이 자신의 ‘울산 KTX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한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면서 “전당대회는 하나가 돼야 하는 잔치이지, 집안싸움과 내부총질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저는 대구·경북지역의 ‘먹거리 산업 육성’에 앞장서겠다”고 피력했다.

더 나아가 김 후보는 경쟁 구도의 후보들을 향해 “가짜뉴스, 흑색선전 등 민주당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가는 사람들은 그만하라”고 쏘아 붙이면서 “그 시간에 ‘민주당’·‘이재명’과 싸워 달라”고 핀잔을 주는 모습도 보여줬다.

◆ 오늘도 김기현 때리는 황교안 “김기현 당대표 되면 민주당 쾌재 부를 것”  

반면 김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대방의 후보들은 여전히 김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며 이날도 마찬가지로 공세를 펼쳤는데,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순간 더불어민주당은 쾌재를 부를 것”이라며 “(민주당은) 김 후보의 비리를 총선 시계에 맞춰 주도면밀하게 까발려 우리 당을 총선 참패의 늪으로 떠밀 것인데,이런 절호의 기회를 민주당에게 줘선 안 된다. 그래서 제가 김 후보에게 당과 대통령을 위해 사퇴하라고 하는 것이다”고 공세했다.

아울러 황 후보도 이날 김 후보와 마찬가지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했는데, 그는 “저는 좌파 정권과 싸우기 위해 아스팔트로 나갔었고, 목숨을 걸었다. ‘단식투쟁’·‘삭발투쟁’·‘험지출마’ 모든 것을 저는 다했다”며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정신을 계승해 보수의 가치가 분명한 ‘정통 보수정당’을 제가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그는 “온 나라에 불었던 촛불 광풍 속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시간 연장을 제가 온몸으로 막아냈다. 저는 촛불 세력의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그 시절 여기 있던 후보들은 과연 뭘 했는가. 안철수 후보는 탄핵에 가장 앞장섰고, 김기현 후보도 울산시장으로 있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최대한 앞당기자고 말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더 나아가 황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순간 정통 보수정당의 가치가 떨어지고 우리나라는 조악한 사회주의 나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천하람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이준석 이중대’․‘이준석 시즌 2’가 되고 국정을 돕기는커녕 윤석열 대통령의 발목잡기만 할 것이다”고 지적하며 TK지역 유권자들을 향해 “망설이지 말고, ‘황풍’(황교안의 태풍)에 올라타 주길 바란 바란다”고 호소했다.

다만 그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상황이 될 경우에는 “정통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분을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수의 가치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자신이 탈락된 결선투표 상황에서는 타 후보들보다 김기현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해 주기도 했다.

◆ 천하람, TK지역 의원들 겨냥 “보신주의와 무능함이 문제...지난 연판장 과오 덮길”

또한 천하람 후보는 이날 연설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신지 44년째인데, 그분을 더이상 가볍게 소환하지 말자”면서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각지에서 몰패를 당했지만 가장 뼈아픈 것은 구미시장 선거의 패배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입에 달고 다니는 정당이 그분이 열과 성을 다해 키웠던 구미시장을 빼앗겼다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자부심에 가장 큰 불명예를 입힌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천 후보는 “지금 TK 민심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권력 암투’와 ‘이재명의 부도덕’보다도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보신주의’와 ‘무능함’을 지적하고 있다. 저보고 대구·경북 국회의원 전원 물갈이를 선언하면 제 지지율이 10%는 오를 거라고들 하신다”며 “제 생각에 ‘물갈이’가 항상 답은 아니지만, 고쳐쓸 수 없다면 ‘바꿔쓰자’는 여론이 올라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오공대 총장 출신 김영식 의원님, 그리고 구자근 의원님, 오늘 여기 계신 나경원 (전) 의원을 쫓아내고 권력에 줄서는 연판장에 서명한 과거를 청산하고 저와 함께 대구·경북의 젊은 세대가 좋아할 뉴스거리를 만들자”며 TK가 지역구인 ▲강대식 ▲김병욱 ▲김승수 ▲김형동 ▲박형수 ▲양금희 ▲윤두현 ▲이인선 ▲임병헌 ▲정희용 ▲홍석준 의원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오늘 저와 함께 대구·경북에 일자리가 돌아오고 젊은 세대가 다시 한번 희망을 가지는 더 강력한 리쇼어링 법안을 대통령께 촉구하는 연판장을 쓰지 않겠는가. 오늘의 연판장으로 지난 연판장의 과오를 덮으시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천 후보는 TK지역 현역 의원들을 향해 “대구경북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이라고 이름 지었을 때 만약 무안공항처럼 이용률이 낮으면 그 불명예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저는 바늘허리에 실매어쓰지 않겠다. 구미가 리쇼어링 특구가 되어 다시 한번 산업의 메카가 되었을 때 그때 당당하게 대구경북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명명하겠다”며 “박정희 이름에 집착하지 말고, 왜 사람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고찰하시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반면 그는 연설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기현 후보를 향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는데, 천 후보는 “김 후보가 혁신과 개혁을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김장연대’·‘대통령 탄핵’·‘(바이든) 날리면’·‘울산 땅’ 의혹까지 있는 이런 분이 당 개혁을 얘기하면 국민이 과연 메신저를 신뢰하겠는가”라고 꼬집으면서 “오염된 메신저로는 민주당과 개혁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천하람 만이 유일한 해답이다”고 자신했다.

◆ 안철수, 이재명 체포안 부결 언급하며 “김기현 체제로는 野 공세 막기 힘들어”

뿐만 아니라 안철수 후보도 이날 연설에서 “만일 더불어민주당 스스로 이재명 체제를 붕괴시키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공세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면서 “김기현 체제로는 대통령을 향한 공세도 막기 힘들고, 김 후보에 대한 공세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공격하며 막판 뒤집기에 나선 모습을 보여줬다.

안 후보는 “전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지만, 그 내용은 이 대표의 리더십과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정타를 먹인 것인데, 민주당은 개혁의 걸림돌이었던 이재명을 극복하고 혁신적인 총선을 준비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청렴하고 혁신적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세울 것인데, 이낙연·김부겸·정세균 그 누구라도 이재명보다 무서운 적이 될 수 있다”며 “그렇다면 누가 민주당의 거물 혁신 비대위원장과 맞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 측근 정치인들에 기대 관리형 당대표가 되겠다는 후보가 맞설 수 있겠느냐. 또 신세 진 사람들이 많아 공천 파동을 일으키고 도덕성으로 민주당에 역공을 당하면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느냐”며 “모든 당대표 후보는 대통령과 정권의 성공을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려면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 보수가 진보에 대해서 도덕적 우위를 입증할 절호의 기회다. 구체적인 당 개혁안을 제시하고 당원께서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는 등 혁신적인 시스템 공천으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후보는 저 안철수다”고 호소했다.

◆ 이재명 위기감에 박홍근도 與 당권경쟁 가세 “김기현, 국민 검증 피해갈 수는 없어”

한편 당권주자들이 막판 총력전에 나서며 TK 민심잡기에 한창인 가운데 민주당은 전날(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표(139표)가 많은 ‘아슬한 부결’(부결표 138표)의 결과가 나와 ‘이재명 대표체제’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크게 출렁이자 물타기 차원의 이슈 전환을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엿보였는데, 실제로 이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돌연 유력한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김기현 후보를 향한 공격에 가세해 눈길을 끌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후보의 울산 KTX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온갖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는데, 김기현 후보는 국가수사본부에 고발도 아닌 ‘셀프 수사’를 의뢰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대표 후보로서 국민 앞에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건만,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입막음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오죽하면 의혹을 제기한 당권 경쟁자(황교안 후보)가 의혹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를 고소․고발하라는 주장까지 하겠느냐”고 비꼬았다.

더욱이 그는 “특히 변경된 안은 기존 후보지 3개를 완전히 배제했다. 매입 경위부터 도로 노선 변경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IMF 외환위기로 부도 위기에 처한 교회 지인으로부터 땅을 매입했다더니, 지인이 땅을 산 지 열흘 만에 김 후보가 사들인 기록이 드러났다. 이전에도 해당 지인과 부동산을 거래한 내역까지 불거지면서, 교회 지인이 아니라 ‘부동산업자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그리고) 새로운 설계 변경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본 것 역시 팩트다”고 몰아 붙이면서 “공당의 유력 주자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국민 앞에 제대로 소명하는 것이 마땅한 책무다. 아무리 윤심을 등에 업은 후보라지만, 국민 검증까지 피해 갈 수는 없다. 납득할 만한 계약 경위 등 울산 땅 투기 의혹 전반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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