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전 접어든 국민의힘 전당대회, 거세지는 공방전에 눈길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친윤-비윤' 떠나 추격전 양상
KTX 울산 부동산 투기 공세 속 김기현, 안철수-천하람에 반격
안철수측 오로지 김기현 때리기 "영남 선거만 치뤄 본 후보"
'비윤' 천하람 "불분명한 안철수 가볍게 추월해, 오차범위 안"
'친윤' 황교안 "김기현은 권력형 토건비리, 安·千은 가짜 보수들"
비방전에 김기현측, 선관위에 땅투기 의혹 검증 공식 요청까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후보들이 15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 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하람, 김기현, 안철수, 황교안 후보. ⓒ뉴시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후보들이 15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 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하람, 김기현, 안철수, 황교안 후보.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가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당권주자들의 신경전도 더욱 거칠어지는 양상을 보이자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들에게 '비방 자제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주자들은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후보들을 맹추격하기 위해 여전히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하여 날이 갈수록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이다. 

◆ 당권주자들 향해 비방 자제령 내린 선관위, 효과 있었나 없었나?

앞서 유흥수 선관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권주자들을 향해 '근거 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근거없이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행위가 지속될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엄중하고도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실제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제39조 7항'에 따르면 후보자 비방 및 흑색선전, 인신공격 등의 비방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행위 적발시에는 주의·경고를 비롯해 당 중앙윤리위원회 회부 조치도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권주자들은 아랑곳 없이 일제히 자신의 선거전략에 맞춰 서로를 향해 공격의 날을 세운 분위기가 엿보였는데, '친윤 대표주자'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김기현 후보는 추격해 오는 안철수 후보를 향해 '정체성' 논란과 과거 '선거 지휘 결과'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고 천하람 후보에 대해서는 '총선 경험 지휘 부족'을 지적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 김기현 "안철수는 5전 5패, 천하람은 본인 당선도 한 번 못해...잘한 것 없는 분들" 

실제로 김기현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안 후보를 겨냥해 "실제로 어쩔 때는 중간에 철수하고 어쩔 때는 끝까지 뛰어서 지고 이랬지 않았느냐"며 "(더욱이 안 후보는) 자기가 선거를 지휘했던 거 다 졌다. 5전 5패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후보는 천하람 후보를 향해서도 "단 한 번도 총선을 지휘해보지도 못했고 대통령 선거, 지방 선거도 한 번도 지휘해보지도 못했다"며 "(더군다나) 본인도 한 번 당선도 안 되신 분이 선거를 얼마나 잘 아시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으면서 비윤 구도의 두 후보를 향해 "하나도 잘한 것이 없는 분들이 뭘 남을 그렇게 평가하느냐"고 독설을 날렸다.

더욱이 김 후보는 경쟁 상대의 후보들이 자신의 울산 KTX 부동산 투기 의혹을 두고 공격을 해오는 것에 대해 "민주당 정부 시절에 계속해서 수사를 촉구하고 민주당이 지휘하고 있던 시의회가 나서서 특위를 구성해 다 조사를 했던 것이다. 하자가 없다는 것이 최종 확인된 내용이다"고 거듭 설명하면서 "내용을 모르면 그냥 가만히 계시라. 자꾸 민주당이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그러면 '생태탕'이 '생떼 땅'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 안철수측, 오로지 김기현 때리기 "울산 선거 말고 어떤 선거 지휘해 봤는가" 

반면에 안철수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상에서 자신보다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김기현 후보를 오로지 공격하면서 연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언'과 '울산 KTX 부동산 투기 의혹'에 집중 공세를 퍼붓는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실제로 안철수 후보측은 이날도 김기현 후보 때리기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안철수 캠프 측 윤영희 대변인은 김 후보의 '5전 5패' 공격과 관련해 이날 논평을 통해 "김기현 후보는 도대체 지금까지 울산 본인 선거 말고 어떤 선거를 지휘했느냐. 혹시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전 대표의 '수하'로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숟가락 얻었던 간접 경험을 선거 지휘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쏘아 붙이면서 "도대체 어떤 선거를 지휘했었는지 궁금하다"고 반격에 나섰다.

이어 윤 대변인은 "김기현 후보가 자꾸 본인은 민주당과 싸워서 이겨봤다고 하는데, 부디 수도권에 출마로 민주당 의원 단 한번이라도 이겨본 뒤에 허장성세 하시길 바란다"며 "(김기현 후보는) 본인이 총선 경쟁력이 없다고 해서, 본인에게 공천권이 없다고 해서 공천 중요성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고 쏘아 붙였다.

심지어 윤 대변인은 이날 또다른 논평을 통해서도 김 후보가 '공천이 아닌 민생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김 후보는 심지어 '민생에 중점을 두면 국민이 저절로 지지해 준다'는 후방 보급 부대 같은 한심한 주장을 더했는데, 오직 영남 선거만 치러본 당 대표 후보의 한심한 인식이다. 그러나 민생 중점은 당연한 거고, 지금은 어떻게 총선을 이기는 공천을 할 것인지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김 후보를 향해 "공천 중요성을 극구 부인하는 것은 기득권 공천이자 줄 세우기 공천을 하겠다는 것이다. 부디 이미 준비된 리스트가 있는 건 아니길 바란다"고 공세했다.

◆ 천하람 "지금 선거 구도, 혁신이냐 구태냐 자리 잡고 있어...안철수 가볍게 추월해" 

또한 천하람 후보도 김기현 후보의 '울산 부동산 투기 의혹' 공세에 가세하면서도 자신의 지지층과 겹치는 '비윤'(비윤석열계) 구도에 있는 안철수 후보의 표를 흔들기 위해 '안철수 때리기'에 열을 올리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실제로 천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오늘 투표하면 제가 안 후보를 가볍게 추월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선거 구도 자체가 혁신이냐 구태냐 자리를 잡고 있는데, 당원들을 보면 천하람-김기현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고 주장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더 나아가 천 후보는 "안 후보가 인지도가 워낙 높아서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특별히 생각나는 후보가 없으면 안 후보를 찍는 분들이 꽤 계실 것 같다"며 "그런데 당원 투표 데이터를 보면 이미 저와 안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 이 이야기는 실제 당원 투표에서 천하람은 올라가고 입장이 불분명한 안철수는 떨어진다는 것이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천 후보는 김기현 후보를 겨냥해서도 "김 후보가 말하는 공천 개혁은 굉장히 공허할 수밖에 없다"며 "윤핵관의 영향력도 제대로 배제하지 못하고 손을 잡고 그것을 이용하려고 하시는 분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봤자 설득력이 있겠는가"라고 문제 제기를 했다.

급기야 천 후보는 김기현 후보가 '윤핵관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윤핵관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말에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하겠는가"라고 반문하듯 의구심을 내비쳤고, 특히 이날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30여명으로 구성된 바른정당 전 당협위원장들이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을 한 것과 관련해서도 천 후보는 "바른정당에서 '유승민 찍어달라'며 사자후를 토하시던 분과 김장 담그신다고 한 게 언제인데, 또 바른정당 출신과의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냐"고 공격했다.

더욱이 천 후보는 "심지어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한 32명의 당협위원장 중에 공개를 희망한 건 단 8명이었다. 나머지는 익명을 부탁했다는데, 이제는 익명 인터뷰도 모자라 익명 지지선언까지 하느냐"며 "이제 김기현 후보께서도 연대에 숨지 말고 자기 콘텐츠를 드러내시기를 기대한다. 그런 정치인은 장제원 의원 하나로 족하다"고 직격했다.

◆ 황교안 "토건 비리 김기현은 사퇴해야...안철수·천하람은 뜻이 전혀 다른 사람들"

'친윤' 구도의 또 다른 당권주자인 황교안 후보도 당권경쟁을 위해 비방전에 뛰어든 건 마찬가지 상황이었는데, 황 후보는 이날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자신과 지지층이 겹치고 있는 김기현 후보를 겨냥해 "김 후보의 KTX역세권 연결도로 변경 문제는 전형적인 권력형 토건 비리"라고 규정하면서 "어떻게 결격 사유를 가진 분이 당대표 후보로 나올 생각을 했단 말인가. 김 후보는 더 험한 꼴 당하기 전에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반대로 황교안 후보는 이날 공개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비윤' 구도의 안철수 후보와 천하람 후보에 대해 "우리 당에 와 있지만, 뜻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라면서 "가짜 보수들"이라고 규정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황 후보는 "보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나 보수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헌법 가치에 입각해 선출된 대통령을 시도 때도 없이 공격한다"며 "당 안에 이런 사람들을 정리해나가야 한다. 그러면 우리 당이 정말 똘똘 뭉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비윤 구도의 후보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 비방전 가열에 김기현측, 선관위에 '울산 부동산 투기 의혹' 조속한 검증 공식 요청까지

한편 네거티브의 '비방전'이 가열되는 조짐을 보이자 김기현 후보 측은 당 선관위를 향해 '울산 KTX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조속한 검증을 요청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는데, 김 후보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울산KTX 역∼삼동 간 도로계획'과 관련한 황 후보 측의 근거 없는 비방 및 의혹 제기에 대해 금일 당 선관위 '클린선거 소위원회'에 위 사안을 조속히 검증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기현 캠프 측 김시관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서도 경쟁 후보들을 향해 "마타도어와 흑색선전을 일삼아 놓고, '건강한 검증'이라고 우기면 안 된다"고 쏘아 붙이면서 "악의적 가짜뉴스가 전당대회를 먹칠하고 개인의 명예훼손을 넘어 당 전체를 진흙탕으로 내몰고 있다. 지속적으로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확대 재생산하며 심지어 '사퇴'까지 운운하고 있어 황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 수석대변인은 "KTX 울산역 연결도로 의혹은 민주당이 만든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재차 반박하면서 "악의적 가짜뉴스로 전당대회 품격을 훼손시키는 황 후보와 안 후보에게 다시 한번 거짓 주장과 사실 왜곡 구태정치를 멈추시라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