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오아시스, 상장 철회·컬리, 지난달 상장연기…적정가치 미평가 탓
투자업계, “새벽배송 경쟁 격화, 퀵 커머스 환경 확대 등 경쟁력 의문”

새벽배송 선도 기업들이 상장에 연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다. 사진은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사진 상), 김슬아 컬리 대표 ⓒ시사포커스 DB
새벽배송 선도 기업들이 상장에 연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다. 사진은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사진 상), 김슬아 컬리 대표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새벽배송 시장 선행 플레이어들이 상장 연기를 하거나 상장 철회를 결정하면서 업계 암운이 감돌고 있다. 쿠팡이 뉴욕거래소에서 상장할 때까지만해도 계획적자의 엑시트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러-우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 선제 대응에 따른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등이 국내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끼쳤다. 투자의 시대에서 실적 중시 경향으로 돌아서면서 계획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는 비단 새벽배송 시장뿐 만이 아닌 벤처 투자업계에도 마찬가지다.

15일 이커머스 및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IPO 과정에서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회사가 희망한 공모가에 비해 투자자들은 많게는 2배 이하로 제출하기도 했다. 수요예측에서 참패한 것.

알려진바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수요예측 흥행실패에도 불구 상장 강행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제고와 자본시장 접근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일부 재무적 투자자의 반대로 상장 철회에 이르게 됐다.

오아시스는 흑자를 유지하면서도 외형적 성장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향후 적정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고려해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적자가 나더라도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으면 상장이 가능하도록 특례가 만들어지자 국내에서 상장을 결정했던 컬리는 지난달 상장을 연기했다. 컬리는 당시 “글로벌 경제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한다”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한다”라고 밝혔다.

또 작년 말 국무조정실과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이 지난 28일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으면서 대형마트가 새벽배송 시장에 진입할 환경이 만들어졌다. 

당시 이정원 국조실 국무2차장은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전면 허용하는 데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협약 실행을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나선다.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은 한 달에 2번인 일요일 의무휴업일에도 배송할 수 있게 됐다. 새벽 시간에도 오프라인 점포에서 배송이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새벽배송 시장은 경쟁이 더 격화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는 새벽배송 시장에서 흑자를 내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시장은 대단히 경쟁적이고 힘겨운 싸움이 지속되고 있는 벼랑끝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쿠팡이라는 대형 플레이어와 네이버가 시장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며 새벽배송 시장을 연 컬리가 여전하고 대형마트도 새벽배송 시장 진입이 가능해지면서 오아시스가 흑자기업이더라도 현 경제상황하에서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새벽배송시장에서 빅 플레이어 지위를 보유한 기업 중 한 곳인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지난 2021년 3월에 상장했다. 15일 현재 쿠팡 주가는 14일(현지시각) 종가 기준 15.54 달러를 기록중이다. 상장당시 시초가 63.5 달러에 비하면 75.5%가 하락했다. 쿠팡은 상장 첫해에 유상증자만 4번 진행했다.

주가가 하락과 횡보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쿠팡은 작년 3분기 처음으로 분기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쿠팡 측은 물류센터 운영 효율화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추세적인 마진 개선을 이뤘다고 밝혔다. 아울러 광고·제트배송 사업을 통해 수익성 개선 여력에 대해 자신했다. 또 쿠팡은 CJ대한통운 등 물류배송 기업 내부 갈등 때문에 경쟁력이 악화 되는 등 영향으로 3자 물류배송이 확대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쿠팡와우 회원가 인상에 따른 단기 실적 상승이라고 의견도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작년 4분기에도 흑자를 점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흑자로 인해 계획적자 엑시트 희망이 살아났었던 컬리였지만 시장이 평가를 좋게 내리지 않았고 오아시스도 마찬가지인데 더 이상 새벽배송 혁신적인 서비스가 아니게 됐고 투자업계 전체 공기가 예전과 달라졌다”며 “국내 유통 관련 스타트업들이 작년말부터 연초까지 투자를 받지 못하는 등 옥석가리기에 휘청대고 있는 현실에서 유통환경 고도화를 완벽히 이루지 못한 경우 투자업계를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은 편의점과 슈퍼마켓이 언제라도 MFC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당일배송 등 퀵 커머스 분야에 더 집중하기 위해 새벽배송을 포기했다. 또 B마트를 통해 퀵 커머스 시장을 시작한 우아한형제들은 도심지 MFC를 지속 확충하고 있어 퀵 커머스와 새벽배송, 당일 배송경쟁 격화가 예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 “새벽배송은 도심지 중심으로 서비스가 전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며 이 시장은 향후 퀵 커머스 시장과도 중첩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며 “퀵 커머스를 영위하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MFC를 확대하고 있고 인프라가 완충되면 새벽배송은 빅플레이어가 되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전망이 아주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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