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선거사범이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복권 없는 사면이 결정되어 지난 28일 창원교도소에서 출소하여 석방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친문계'(친문재인계)의 구심점 역할론이 급부상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실제로 김 전 지사의 출소 현장에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영배 의원을 비롯한 친문계 의원들이 마중을 나와 있어 '친문적자'임을 확인시켜 줬는데, 특히 마중 나갔던 김영배 의원은 2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정치인이기 때문에 복권되지 않아도 (정치 활동 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김영배 의원은 "김 전 지사가 당분간 한반도의 미래라든지 기후 변화, 일자리와 4차 산업 혁명 등의 근본적 한반도 대전환에 대응하는 시대정신의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다"며 "당분간은 김 전 지사를 정쟁의 가운데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김 전 지사의 입장을 대변하며 그를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김 전 지사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해결해 나가야 할 시대적 과제 같은 부분에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준비하고 함께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당장 당내 현안이나 정치 현업에 복귀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날 김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에 출연해서도 김 전 지사에 대해 "여러 경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근본적 전환과 미래에 대해 고민도 나누면서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다"며 "지난번 면회 갔을 때도 보니까 대한민국 미래라든지 미중 갈등과 한반도 상황이라든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와 기후 변화 이런 부분에 대한 굉장히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거듭 치켜 세웠다. 

더욱이 민주당에 복당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어쨌든 우리 민주당의 큰 인물이라 크게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다만 '친문계'의 김경수 역할론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당장은 아닐 것이라며 내다보면서 "지금 그런 것을 따지면 민주당의 패배를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전날 김 전 지사는 출소 후 젓 일정으로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참배하며 석방 후 첫 공식 행보를 보였는데, 김 전 지사는 조만간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계신 경남 양산 사저에도 인사 차원에서 방문할 계획임을 예고하여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가 정치 일선 복귀를 위한 활동 재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지면서 친문의 구심점으로 '김경수 역할론'이 급부상하는 분위기라고 관측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김 전 지사의 석방 후 행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편한 심경을 엿보였는데, 실제로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은 범죄로 감옥을 다녀오면 파렴치범도 민주화 운동을 한 인사 행세를 한다"며 "성(姓)도 다르고 양자로 간 일도 없는데 적자라고 하고 한 술 더 떠 남의 가문의 후손 행세를 하기도 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홍 시장은 "수오지심(羞惡之心,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진 뻔뻔함이 판치는 사회가 됐다"며 "세상이 이상해졌다"고 씁쓸해 했다.

급기야 국민의힘의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기현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주의의 핵심 기반인 대통령선거를 조작했던 반(反)민주 중범죄자로서 그야말로 헌정 농단의 주역인 자가 자기 죗값에 대해 백번 천번 반성하고 사과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마치 영웅처럼 행세하고 있다"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하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의원은 "온갖 범죄혐의에도 불구하고 '방탄의원단'을 내세워 당대표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어쩜 이렇게 판박이인지, 민주당은 마치 후안무치 양성소 같다"며 "세상이 바뀐 줄도 모르고 그냥 화석으로 굳어버린 86세대 운동권 논리에 함몰된 한 민주당에는 희망이 없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고 맹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