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월북 단정할 수 없는데 속단”…감사 발표 규탄한 민주당 “모든 수단 동원해 맞설 것”

북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친형 이래진 씨와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와 함께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박지원 구속 요청과 서욱-이영철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북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친형 이래진 씨와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와 함께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박지원 구속 요청과 서욱-이영철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감사원이 지난 13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결과,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이씨의 자진 월북을 근거 없이 단정했다고 보고 문 정부 당시 고위 공직자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는데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선 전 정권을 표적 삼은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 청와대 안보실 대응 주목한 감사원 “월북으로 속단” 지적

감사원은 “월북을 단정할 수 없는 월북 의사 표명 첩보와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을 속단했다. 실제 정보 내용이 아닌 안보실 방침에 따른 종합분석 및 발표를 했고, ‘자진 월북’ 결론과 맞지 않는 사실은 분석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했다”고 지적했으며 당시 안보실이 해경에 ‘선박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을 발견했고 지방에서 홀로 거주 등 이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자진 월북 정황이 담긴 언론대응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피살 공무원이 월북했다고 판단한 근거로 내세워온 월북 의사 표명이나 CCTV 사각지대에서 슬리퍼가 발견됐다는 것, 타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는 데 대해서도 월북 의사 표명은 거듭된 질문 끝에 나왔고, CCTV는 고장난 상태였으며 슬리퍼 소유자도 확인되지 않은 것은 물론 구명조끼엔 해당 공무원이 근무한 어업지도선을 비롯해 국내에서 유통·판매되지 않는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심지어 해경 내에선 중간수사 브리핑 초안 작성 중 수사팀과 발표자도 월북으로 속단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으나 김홍희 당시 해양경찰청장은 이를 일축했으며 이에 앞서 이씨가 착용했던 구명조끼에 한자가 적혀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고도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고 발언한 것으로 밝혀져 의도적 은폐 가능성에 힘이 실렸는데, 이 뿐 아니라 문 정부 당시 국방부와 국정원이 서해 공무원 사건 관련 내부 첩보 106건을 무단 삭제한 점도 이번 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여기에 통일부도 서해 공무원 사건 최초 인지 시점을 언제로 할지 논의해 국정원으로부터 최초 전달 받은 시간이 아니라 서해 공무원이 피살된 이후 시점을 최초 인지 시점으로 하기로 간부 회의에서 정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한 자료를 국회와 언론에 내놓은 것으로 밝혀져 해당 공무원의 유족인 친형 이래진씨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리고, 국가기관이 동조하고 조작하고 은폐한 일부 정황만 드러났을 뿐인데 충격 그 자체이며 끔찍하다. 국민 상대로 이적행위 했던 지난 정부의 관련자 전원과 이를 악용한 민주당은 그 어떤 설명도, 관용도 필요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이미 검찰도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지난 13일 이 사건으로 불러 조사한 데 이어 14일에는 김홍희 전 해경청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문 정부 시절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했는데, 윗선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어 당장 민주당에선 이번 감사원의 중간 감사 결과 발표를 조작·청부 감사라고 주장하는 등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 민주당, 국정조사 및 고발·감사원법 개정안 발의 등 예고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4일 감사원의 서해공무원 사건 감사 결과에 대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4일 감사원의 서해공무원 사건 감사 결과에 대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먼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에서 “감사원의 기습적인 중간발표는 첩보와 정보도 구분할 줄 모르는 초보 감사였고 군 당국의 첩보에 따라 정확한 정황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은폐로 규정한 막무가내 감사”라며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하려면 월북이 아니라는 근거를 단 하나라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내린 시나리오에 따라 검찰과 감사원이 혼신의 연기를 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정권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파렴치한 정치 감사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내표는 거듭 정치탄압용 ‘하명 감사’로 규정한 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비열한 정치 탄압을 강력히 규탄하며 법에서 주어진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맞대응을 예고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순방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13일(현지시간) “야당과의 협치와 이것은 분리해야 한다. 법을 위반한 게 명확하면 그에 대해선 국가로서 할 것을 해야 한다”고 단호한 자세를 취했다.

특히 그는 “(조사 여부) 이게 협치의 전제조건이 돼버리면 국가의 사법적 절차를 무시하자는 것인가. 남미에 와서 우리가 아시아의 대표적 민주국가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데 우리가 그런 걸 ‘적당히 하고 갑시다’ 할 수는 없다”고 역설했는데, 다만 윤 대통령은 ‘하명 감사’ 아니냐는 민주당의 의심 때문인지 14일 대통령실 출근길에 서해 공무원 사건 관련 감사원 발표에 대해선 “저는 바빠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감사 중간발표를 한다는 보도는 봤는데 기사나 이런 것들을 꼼꼼하게 챙겨보지는 못했다. 언론에 자막으로 나가는 것은 봤는데 한번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윤 정부를 겨냥한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는데, 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실 기획의 감사원 정치감사와 헌법유린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대책위는 감사원의 헌법유린과 감사원법 위반에 대해 즉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위법사항에 대해 추가로 고발조치 하겠다”며 “10월19일 감사원 개혁방안 범국민 토론회를 개최하고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 당론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에서 파악한 사실관계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고 꼬집었는데, 대책위원 중 한 명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입장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020년 9월 24일 국방위 당시 비공개 회의록을 열람하고 왔다면서 “회의록엔 국민의힘 소속 고위장성 출신 의원 복수가 ‘월북이란 점의 판단이 흔들릴 이유가 없고 우리 정보자산 취득한 SI는 믿을 만 하다’, ‘우리가 다르게 판단할 이유가 없다’ 등의 얘기가 있다. 9월24일 비공개 회의록을 국방위 의결로 국방위원장 결정으로 공개하자는 제안을 한다. 거부하면 거부하는 쪽이 숨기려는 것”이라고 국민의힘에 역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고민정·김의겸·윤영찬·진성준 등 문 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들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우리 해역에서 일어난 게 아니며 당시 정부가 확인한 모든 내용들이 우리 군의 정보자산을 통한 것이었다는 근본적 조건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감사원이 밝힌 팩트들 중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고 사건 당시 문 정부가 국회와 국민들께 밝힌 내용들”이라며 “정책 감사하는 목적은 정책 집행과정에서 오류나 문제점 등을 확인해 이를 고치기 위한 것이지만 이번 감사는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목적에서 진행됐다. 국민이 아니라 권력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은 개혁이란 태풍을 만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 전·후반기 국방위원들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위 국감 질의를 통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신범철 차관이 올해 5월 24일과 26일 NSC회의에서 서해 공무원 사건 관련 수사 종결 논의가 오갔다고 인정했다며 “감사원은 전 정부 인사를 조사할 게 아니라 당정대 기획해 수사번복을 주도한 윤 대통령,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제1차장, 이 장관,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민의힘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유족과 국민 향한 사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이 같은 민주당의 반응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북한을 위해 자국민의 죽음을 매도하고 명예 살인까지 저질렀다.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법과 정의를 정치탄압이라고 모욕하는 정치공세가 아니라 유족과 국민을 향한 진심 어린 사죄”라고 일침을 가했으며 같은 당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진상 규명을 위한 본격적인 수사로 국민의 뜻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정의가 곧 보일 것”이라고 감사원 쪽에 한껏 힘을 실어줬다.

또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가 회복되길 기대한다”고 한 목소리로 논평했으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목숨을 북한과의 거래수단으로 삼은 월북몰이 사건, 과학에 대한 거부인가. 양심에 대한 거부인가. 민주당은 항상 과학과 경험을 무시한 정치를 해왔다”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이번 사안 뿐 아니라 감사원이 현재 감사 진행 중인 문 정부 시절 다른 사안들도 감사가 진행 중임을 의식한 듯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뿐만 아니라 탈원전 정책, 소득주도성장 모두 마찬가지”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는데, 서해 공무원 유족 측도 이날 서욱 전 국방부장관은 위증 혐의,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하고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선 구속수사 요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밝혔다.

이밖에 김홍희 전 해경청장에 대해선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을 요청할 예정이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전 통일부장관 등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수사도 촉구했는데, 이씨가 월북 했다는 정부 발표를 보도한 언론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린 윤건영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혀 유족 측의 법적 대응에 향후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재직한 이화영 전 부지사를 이날 검찰이 쌍방울그룹에서 수억원의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를 들어 재판에 넘겼고 같은 날 대북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안씨 자택과 쌍방울 전 간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주당으로선 오직 서해 공무원 사건에만 매달려 대응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내심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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