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종횡무진’ 김기현과 TK 간 안철수…유승민은 ‘SNS 정치’ 재시동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좌), 안철수 의원(중), 유승민 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좌), 안철수 의원(중), 유승민 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에 한층 힘이 실린 재판부 결정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차기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당심잡기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 與, 가처분 인용돼도 이준석 체제로는 안 돌아가겠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성상납 의혹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음에도 차기 당권주자들은 이와 별개로 벌써부터 당권 경쟁에 돌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징계 처분이나 지도체제 전환을 비롯한 당 내홍이 불거지지 않았을 경우 이 전 대표의 임기는 당초 내년 6월까지지만 국민의힘에선 법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미 이 전 대표 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엔 선을 긋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정진석 의원과 나눴던 ‘이준석 징계’ 문자가 지난 19일 포착돼 논란이 휩싸인 유상범 의원이 결국 윤리위원직을 자진 사임하기는 했지만 국회사진기자단이 21일 성명서를 통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주장대로 과거의 문자였다 하더라도 윤리위 징계에 관해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듯 이미 적잖은 의원들 사이에 이 전 대표 체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핵관’ 후보 격인 주호영 원내대표를 상대로 원내대표 선거에서 선전했던 이용호 의원조차 지난 20일 오후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인터뷰에 나와 “그동안 감정이 쌓이고 다시 서로 화합해 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힌 데 이어 YTN 뉴스라이더에서도 그는 “이제 이 전 대표 문제는 거의 거의 의원들의 마음으로는 가부간에 정리된 것 같다. 대다수는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라며 “지금 법적으로 가처분 신청이 여섯 번 제기했을 건데 이런 상황까지 온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화해하기에는 불가역적인 상황이 됐고 이제 헤어질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또 홍준표 대구시장도 21일 “당 대표를 징계하는 것도 한국 정치사상 처음이고 징계당한 당 대표가 밖에 나가서 당을 모질게 공격하는 것도 한국 정치사상 처음, 징계당한 당 대표가 매일같이 가처분 신청하는 것도 한국 정치사상 처음이다. (윤핵관과 이 전 대표 중)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 한다”고 전망했는데, 일단 정 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가진 일부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오는 28일 있을 이 전 대표가 건 정진석 비대위에 대한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에 대한 결과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인용되면) 3차 비대위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라면서도 “정진석 목이 달아난다면 (원내대표인) 주호영 원톱체제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정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증거인멸교사와 같은 혐의 등이 무혐의로 밝혀지더라도 6개월 중징계를 받은 당 대표가 근신해야 할 기간 중에 퍼부은, 해당행위에 속하는 막말 시리즈에 대해선 또 다른 판단을 당원들이 요구할 것”이라며 “당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당원들은 격앙된 상태”라고 윤리위의 추가 징계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는데, 이미 가처분 사건의 담당 재판부를 바꿔달라는 국민의힘의 요청을 법원이 거부했을 정도로 법적 공방에서도 이 전 대표 측에 유리한 분위기지만 주 원내대표의 대표대행 체제로 운영할망정 어떻게든 이 전 대표 체제로 다시 되돌리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 발 더 나아가 정 위원장은 이날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 “전대 당일로부터 50여일 정도가 필요하다. 전국을 돌면서 광역 단위 합동연설도 해야 하고 TV토론도 해야 하고 그런 걸 역산해서 보면 전대 준비위가 연말에 발족되는 등 빨라도 내년 2월에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그래선지 차기 당권주자들은 슬슬 몸 풀기에 나서면서 당권경쟁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 與 당원 27% 차지하는 핵심지역인 TK, 당권주자들 앞다퉈 방문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는 당원투표 70%, 일반여론조사 30% 비율로 반영해 선출되는 만큼 그간 공개적으로 보폭을 넓혀온 당권주자들은 우선 당심 확보에 주력하는 모양새인데, 당장 김기현 의원은 이미 지난 7일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를 찾아 “사회 첫 발을 디딘 곳이고 첫 신혼살림을 낸 곳이어서 어찌 보면 제2의 고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지난 18일 정치입문 10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 안철수는 윤 정부의 연대보증인이고 윤 정부 성공에 가장 절박한 사람이 안철수”라며 사실상 당권 도전을 선언했던 안 의원 역시 첫 지역행보로 대구·경북 지역을 찾았는데, 조상인 영주 순흥 안씨 제단 참배에 이어 금오공대, 경북대에서 강연을 이어가면서 지역표심 잡기에 부심했다.

대구경북의 국민의힘 당원 수는 전체의 27%를 차지하고 투표율도 높아 당 대표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아예 안 의원은 21일엔 대구시청을 찾아가 홍준표 시장과 직접 30여분간 현안 관련 이야기를 나눴고, 여기서 홍 시장이 “당이 빨리 좀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운을 떼자 안 의원도 “저도 마찬가지”라고 호응한 데 이어 당 내홍 상황에 대해서도 홍 시장이 “매일 조롱정치 속에 허우적거리고 모든 사안을 법원에 끌고 가 해결하면 정치가 아니다.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하니 안 의원이 “지금 정도를 넘은 것 같다. 정기국회 마무리 짓고 빨리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의원들과 이야기하고 설득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당 내홍을 해결하는 방향에 대해선 차별화를 두려는 듯 안 의원은 “주 원내대표라든지 아니면 비대위원장으로 뽑힌 정 위원장이 나름대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 같다”며 이 전 대표를 상대로 타협에 나서서 가처분 취소를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비록 홍 시장은 “그건 안 될 것”이라며 안 의원과 일부 온도차를 보였으나 안 의원이 자신과 공개 간담회를 가진 데 대해선 “김기현 의원은 비공개로 왔다갔는데 안 대표님은 확실히 감각이 있다”고 치켜세운 데 이어 “대구와 경북에서 안 대표 지지세가 상당하다”고 띄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지역 주요 현안인 TK신공항 건설에 대해 거론하기도 했는데, 안 의원이 “특별법 발의 때 저도 했다”고 하자 홍 시장도 “안 의원이 앞장서서 해주면 저도 기회가 되면 도와드리겠다”고 발언하는 등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고 이처럼 김 의원에 이어 안 의원까지 대구를 순회하자 또 다른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도 이달 말 특강을 위해 대구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 SNS로 현안 입장 쏟아내며 경쟁도…유승민까지 등판?

나경원 전 의원(좌),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나경원 전 의원(좌),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이미 대구를 방문했던 김 의원은 연일 여러 현안 관련 입장을 밝히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려는 자세도 취할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공세도 펼치는 등 다방면으로 존재감 과시에 나서고 있는데, ‘신당역 사건’에 대해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폭력적 대응을 한 것 같다’고 발언했던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을 문책하라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시한 데 대해 이 대표의 조카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이 대표가 변호했던 전력을 꼬집어 20일 SNS에서 “그 시의원은 당연히 문책 받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이 대표는 그 이전에 자신의 2차 가해에 대한 진솔한 사과부터 했어야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이 내세운 7대 민생법안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대 수십조원의 국가 재정이 투입될 ‘세금 먹는 하마’ 압법을 민생입법이라고 기만하며 과대 포장해 대국민 선동질에 나섰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뒷골목 ‘00치’들 같은 폭치”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반면 윤 대통령의 첫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선 “담대한 연설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등 대야 공세와 윤심잡기를 병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SNS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디어 미래를 위한 개혁’ 대토론회에 참석해 같은 당 소속 의원 41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정권 당시 목도한 수많은 편파·왜곡된 불공정 방송이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기제로 작용했던 만큼 이제는 무너진 언론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미디어 생태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또 다른 원내 출신 당권주자로 꼽히는 윤상현 의원은 2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한 말이 정당하고 100% 옳은 얘기”라고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호평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진전한다면 우리가 대북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건 지난 정부에서 매번 써먹던 레퍼토리 아니냐. 좀 더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윤 대통령의 대북 제안인 ‘담대한 구상’도 지적하는 차별화된 전략을 펼쳤고, 순방 중인 윤 대통령에게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통화 스와프에 대해 논의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회의원 출신 후보군이 적극 나서는 가운데 원외 출신 후보군도 조금씩 현안 관련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몸풀기에 나서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지난 19일 민주당의 박용진, 고민정 의원과 SNS를 통해 설전을 벌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던 나경원 전 의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을 꼬집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민주당 측을 겨눈 공세의 전면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심지어 이보다 앞서 또 다른 원외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연일 정치, 경제, 사회 현안 관련 입장을 SNS를 통해 쏟아냈으며 오는 22일엔 KBS ‘한밤의 시사토크-더 라이브’에 정치 현안을 주제로 출연할 예정이고 29일엔 경북지역으로 내려가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강연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잠행하던 그가 최근 들어 갑자기 활발하게 대외 활동에 나선 것은 사실상 차기 당권 도전을 통해 재기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어 벌써부터 치열해지는 당권경쟁에서 과연 누가 최후에 웃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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