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멱살 잡은 독립운동가 후손 징계 나선 광복회…국민의힘 “징계 받을 자는 김원웅”

김원웅 광복회장 / ⓒ시사포커스DB
김원웅 광복회장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019년 6월부터 광복회를 이끌고 있는 김원웅 광복회장를 향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은 물론 독립운동가 후손 중에서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지난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집권여당인 공화당의 사무처 공채에 합격한 이래 전두환 정권 때는 전 전 대통령의 민주정의당에서 조직국 부국장, 청년국장 등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등 문재인 정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정치 경력을 이어온 바 있어 광복회장으로 임명될 당시에도 여러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다만 김 회장은 보수 인사라기보다 과거 민주당 정책위원장과 대변인을 지낸 것은 물론 지난 17대 총선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하는 등 이리저리 오가는 행보를 보여 왔는데, 문 정권에서 광복회장을 맡은 뒤론 급기야 친일 청산을 명분으로 현충원에 안장된 인사들 중 일부에 대한 파묘를 주장하거나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를 비판하며 새로운 국가를 제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그 여파가 큰 극단적 발언을 이어오면서 수차례나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특히 그는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 당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이승만’이라고 부른 데 이어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관련 자료를 독일 정부로부터 받았다.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가 안익태 선생의 유족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새로운 국가 제정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광복회가 조성해나가겠다”고 거듭 주장하는 등 계속 논란을 일으켜 급기야 독립운동가 후손들로부터도 반발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11일에는 임시정부 요인 유족과 광복회의원 등이 참석한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선열추념식 진행 중 “적폐청산의 핵심은 친일청산이다. 친일반민족기득권세력은 노무현 정부를 거짓과 왜곡으로 흠집내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만들었다”며 “박근혜 정권은 무너졌으나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친일반민족 기득권 구조는 아직 남아 우리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친일청산 없는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 승계의 자격이 없다”고 정치적 색채가 담긴 주장까지 이어갔는데, 결국 독립운동가 김붕준 선생 손자인 김임용 광복회원이 이날 행사에서 김 회장의 멱살을 잡고 흔들기에 이르렀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30일에는 일부 광복회원들이 김 회장 집무실을 항의 방문하기도 등 광복회 일각에서도 김 회장에 대한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광복회에선 김 회장의 멱살을 잡은 사건과 관련한 상벌위원회를 오는 23일 개최하겠다며 김임용 회원에게 출석을 통보했는데, 내부에서는 이와 별개로 형사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기야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앞다투어 나서서 광복회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백범 김구 선생의 장손인 김진 광복회 대의원까지 지난 19일 “광복회원들과 광복단체들은 회장의 자질 부족과 정치중립 위반 등으로 인내의 한계점에 도달했다. 더 이상 민족단체인 광복회가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한 것으로 판단돼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광복회를 대표하는 사람의 지속적인 일탈행위로 국민들도 피로감을 느끼고 광복회원들은 분개하고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이자 광복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죄송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대국민 사과문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도 광복회가 김 회장의 멱살을 잡았던 김임용 광복회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었는데, 하지만 20일 전국 17개 광복회 지부장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김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윤 의원 요구는 반민특위를 해체시킨 이승만 정권 주장과 일치한다. 부끄러운 줄 알고 입 다물라”고 맞대응에 나서면서 사태는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비단 윤 의원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선 강민국, 배준영 의원이 20일 오후에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유공자를 위해 설립된 광복회가 독립유공자를 징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광복회 명예를 실추시켜 진짜 징계를 받아야할 자는 바로 김 회장”이라며 “김 회장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에 친일파라며 갖은 모욕을 퍼붓고 고 백선엽 장군의 6·25전쟁 공적에 대해선 과도하게 미화됐다면서 ‘안익태는 친일, 백선엽은 사형감’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정치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은 발언과 행동으로 광복회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김 회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오죽하면 백범 김구 선생 장손인 김진 대의원조차 국민과 광복회 편가르기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김 회장의 사퇴를 언급했겠나. 광복회를 사유화하고 독립운동 정신을 훼손하는 김 회장은 당장 사퇴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국가보훈처를 향해서도 “국가보훈처는 왜 광복회와 김 회장의 정치 편향을 방관하는가. 이를 시정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그동안 정치 편향 논란에 휩싸일 발언을 이어왔는데, 지난해 8월 24일 국회 기자회견에선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을 겨냥 “토착왜구가 서식하는 정당”이라고 표현했으며 광복과는 별 관련이 없는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서도 그는 미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지난 15일(현지 시간)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을 비판하자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이 강권외교의 수단으로써 인권을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일본군 성노예 문제 등은 못 본 체하면서 평화를 위한 대북전단금지법을 문제 삼는 것은 강대국의 위선”이라고 미국을 비난하기도 했다.

심지어 김 회장은 이날 “미국이 주도해 한반도 분단이 이뤄졌고, 이는 한국전쟁의 구조적 원인”이라고까지 주장했는데, 앞서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활동하던 지난 2006년 2월 11일 당시 그는 “남북간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추진할 시점”이라고 발언한 적도 있어 그를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현 광복회의 정치중립 논란은 단지 김 회장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데, 정철승 광복회 고문변호사도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과 달리 반민족, 반민주 세력의 잔당이라고 비판받을 뿐 아니라 독립유공자 후손 의원이 없는 국민의힘”이라고 주장하는 등 특정 정당을 편애하거나 비난하는 정치편향성 발언이 노골적으로 쏟아내고 있어 광복회가 특정 정당의 정치단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정 변호사는 김 회장의 멱살사건 다음 날인 12일엔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대개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해 제대로 교육 받지 못했고 온전한 직업도 갖기 어렵다보니 태극기 집회에 나가 박근혜 탄핵 무효를 외치기도 하고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빨갱이라고 시위하기도 한다”며 “독립운동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은 후손들이 이 지경 된다는 의미”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앞서 만화가 윤서인 씨가 SNS에 ‘친일파 집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이란 비교 사진을 올린 뒤 “친일파 후손이 열심히 살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은 무엇을 한 걸까”라고 평하자 소송을 제기했던 광복회에서 정작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여당인 민주당도 그간 김 회장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부채질하듯 적극 두둔하는 모습만 보여 왔는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당권주자 시절이던 지난해 17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을 편가르기’한다고 김 회장을 비판하는 야당 측 반응에 대해 “편가르기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오히려 과장”이라고 반박했으며 이번에 국무총리에 내정된 김부겸 당시 당 대표 후보도 같은 날 김 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옹호하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박주민 당시 후보는 아예 김 회장을 만나 “회장님의 광복절 축사를 깊이 새기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이렇듯 여당 주요 인사들이 그를 비호하거나 지지함에 따라 김 회장의 행보도 더 거칠 것이 없어진 만큼 현재 광복회가 정치편향 논란에 휩싸이고 내홍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민주당도 함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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