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경영권 승계 의혹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기업
삼성그룹의 미래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구조

[시사포커스 / 정유진 기자] 삼성 이재용 부사장이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문에서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히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해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시사포커스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시사포커스DB

이 부회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권고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7일 위원회 사무실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이재용부회장 답변 발표와 관련하여 “위원회 권고에 따라 이 부회장의 답변 발표가 직접적으로 이뤄지고 준법 가치 실천 의지를 표명한 점에 대해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 즉 준법 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지속 가능한 경영 체계의 수립, 노동 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 시민사회의 실질적 신뢰 회복을 위한 실천 방안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조만간 자세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관계사에게 요청 하였다“고 위원회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이재용 부사장의 대국민 사과문을 이끌어 낸 직접적인 계기는 현재 재판과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삼성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승계 관련된 의혹이다. 그 중심에 삼성물산이 있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기업으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도 관련이 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자녀 경영권 불승계를 밝힘에 따라 삼성그룹의 미래와 함께 삼성물산의 지배구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상장사인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상장사 지분 시가총액은 7일 종가 기준으로 35조2179억원 상당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가치가 16조297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전자가 14조5823억원, 삼성SDS가 2조3392억원, 삼성생명 1조8377억원, 삼성엔지니어링 1586억원, 삼성중공업 32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일어난 일련의 과정이 삼성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의 지배구조는 2019년 12월말 현재 이재용 부회장이 보통주 지분 17.23%(3267만4500주)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뒤이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 2.86%(542만5733주),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지분 5.47%(1045만6450주)를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과 특수관계인 보통주 지분이 32.94%에 달한다. 

이외에 KCC가 지분 8.97%(1700만9518주),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7.30%(1384만239주)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삼성물산의 자기주식수는 지분 13.83%(2622만5650주)에 달해 자기주식 비중이 높은 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부회장이 아이들에게 더이상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삼성물산은 삼성그룹내의 위상과 달리 제일모직과 합병 이후 끊임없는 잡음과 함께 국정농단 사태 등을 거치면서 시장에서 소외되고 저평가 되는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6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면서 삼성물산의 주가가 전일보다 6600원(6.61%) 오른 10만6500원을 기록했으나 7일에는 3000원(2.82%) 내린 10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우리나라 10대 그룹 가운데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삼성그룹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이 밝힌 삼성그룹의 미래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구조로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오너는 공익재단을 통해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을 감시하는 형태로 미국과 유럽 일부 기업이 도입한 것처럼 우리 기업들도 결국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에서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 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며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 한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하는 것이 유력한 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이번 발표는 국내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되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그동안 재벌가에서 후계를 둘러싼 잡음이 적지 않았다. 한화 김승연 회장, CJ 이재현 회장, 태광 이호진 회장 등의 재벌 총수는 횡령·배임 등으로, CJ와 SK, 한화 등 오너일가 자제들은 마약 투여와 폭력 등의 각종 범죄로 국민적 비난을 받았고, 재벌가 자녀들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었다.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효성, 대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구 한국타이어), 진로하이트등 대기업들의 오너리스크 증가되고 있고, 국민들의 재벌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자녀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 포기 발표는 대기업들의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투명하고 적법한 경영권 승계에 대한 교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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