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극소수 대형 글로벌 CP의 ‘망 비용 회피’가 문제”
콘텐츠업계 “통신사가 국내외 CP를 막론하고 부당한 요금 체계를 강제적으로 전가시키는 상호접속고시가 문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페이스북과 방통위의 행정소송 이후 국내외 CP(콘텐츠제공업체)와 국내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26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구글·네이버·넷플릭스·왓챠·카카오·티빙·페이스북 등 국내외 CP가 공동입장문을 내고 “문제의 본질은 ‘상호접속고시’와 과다한 망 비용”이라고 지적하자 이틀 후인 28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이를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그러자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포럼)은 29일 ‘최근 망 이용료 이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내용의 후속보도를 내보내며 KTOA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포럼은 ▲이번 소송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판결 결과의 의미 ▲CP에 대한 망 품질 유지 의무 부과 해외 사례 ▲현재 망 이용료 규제(상호접속고시)가 개선돼야 하는 이유 등 10가지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KTOA의 주장에 대해 포럼이 검토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Q1. 방통위-페이스북 소송이 발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페이스북 사건은 ‘상호접속고시’에 의해 발생했다. 2016년 법을 개정하자마자 국내 통신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으며, 페이스북의 트래픽을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으로 전송해주던 KT는 비용 부담이 늘어나자 페이스북에 망 비용 인상을 요구했고 페이스북은 해당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했다.

이번 소송 결과는 통신사가 CP에 불합리한 망 이용료 부담을 전가하는 상호접속고시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Q2.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의 결과와 의미는 무엇인가?

판결의 핵심 쟁점은 ‘CP에 망 품질 유지 의무가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CP로 하여금 ISP와 사이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접속품질을 보장하는 내용의 계약 체결을 강제하는 것이 되어 계약자유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고, CP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하여 제재조치를 부과하는 것이 되어 책임주의의 원칙에도 반한다”며 망 품질 유지 의무는 통신사가 준수해야 할 책임임을 명백히 했다.

Q3. CP에 대한 망 품질 유지 의무 부과와 관련하여 해외 사례가 있는가?

언론에서 이번 판결을 ‘세기의 판결’이라고 부른 이유는 역설적으로 전세계에서 CP에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려고 하는 유일무이한 시도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르면 망 품질 유지 의무는 통신사의 의무 중 하나다.

Q4.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에 대한 CP 입장은 어떤가?

국내외 CP, 스타트업은 이번 판결에 대해 CP가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지게 되지 않은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는 소송의 본질을 ‘역차별’로 호도하며 핵심을 흐리고 있다. 이번 판결 결과는 통신사가 짊어져야 할 망 품질 유지 의무를 CP에 전가하려고 했던 시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Q5. 페이스북 승소로 인해 국내외 CP간 역차별이 가속화되는 것 아닌가?

이번 판결은 국내·해외 CP 간 역차별 문제와 구분지어 바라봐야 한다. 외부로부터 해외 CP가 망 이용료를 지불하게 될 경우 국내 CP에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문제는 통신사가 국내·해외 CP를 막론하고 부당한 요금 체계를 강제적으로 전가시키는 상호접속고시다.

서울행정법원도 “상호접속기준이 개정됨에 따라 KT(통신사)가 과다한 접속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고시가 개정되어 전체 생태계의 비용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Q6. 역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가?

이번 판결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CP에 ISP와 같은 망 품질의 의무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판결문에서는 “인터넷접속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ISP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 원고와 같은 CP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판결문에서의 추가적 입법에 대한 언급을 ‘규제의 공백’이나 ‘입법 필요성’으로 읽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

Q7. 국회에 이미 발의된 관련 법안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일부 보도에 언급된 바와 같이 현재 해외사업자 역차별 문제와 관련해 총 5개 법안이 국회 발의됐다. 그러나 법안들 중 한 개를 제외한 다른 법안들은 역차별 해결이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현행법상 국내·해외사업자를 구분하는 조항의 신설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일정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입법 취지와 달리 집행력이 해외 사업자에는 미치지 않고 국내 CP에 대한 규제를 높여 결과적으로 사업자 간 역차별을 가속화할 것이다. 역차별 문제는 해외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보다는 국내기업의 사업 환경을 해외기업과 동등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Q8. 현재의 망 이용료 규제가 개선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호접속고시의 문제점은 통신사가 이해관계자들에 불합리한 비용을 전가시키는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것이며, 이 때 발생하는 비용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인상된 망 이용료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한국 CP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Q9. 해외의 상호접속 정산 방식은 어떠한가?

KTOA는 프랑스 규제기관(ARCEP)의 사례를 설명하며 CP가 상호접속 관련 데이터를 정부에 제출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ARCEP은 통신사로부터 6개월마다 데이터를 받고 있으며 필요 시 추가자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자료 수집 및 정보 공개 과정에서 CP가 제출하는 자료는 없다.

ARCEP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프랑스는 통신사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상호접속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내 통신사는 상호접속과 관련해 피상적인 내용만 공개하고 있다. 네트워크 시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 국내 통신사가 우수한 사례로 언급한 프랑스 사례처럼 통신사로부터 제출받은 상호접속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Q10. 망 이용료에 관한 바람직한 해법은 무엇인가?

상호접속고시는 지금도 통신사가 CP에 이용료를 과도하게 부과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인터넷산업은 통신시장과 달리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혁신하는 영역이다. 또한 정부가 규제를 앞세운 시장 개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논의 중인 ‘망 이용료 협상 가이드라인’의 경우, 역차별 해소라는 목표와 달리 국내CP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건강한 통신 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망 구축 비용 및 매출 구조 등 망 이용료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살펴봐야 한다. 현재 CP는 통신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요금의 산정 기준을 유일한 근거로 망 이용료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의 정보 공개를 뼈대로 한 망 이용료의 투명한 검토를 통해 통신시장의 정보 왜곡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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