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또 부끄러워…공직자 도덕성 기본이 되는 시대에 저의 과오는 큰 결격사유”

▲ 부동산 분양 대행업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이 10일 새정치연합 탈당 및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부동산 분양 대행업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이 10일 새정치연합 탈당 및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이날 ‘탈당 및 총선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최근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못한 불찰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사전 구속영장도 청구됐다”며 “많은 당원동지들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이 진심어린 염려와 위로를 해주셨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어 “어느 때보다 당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위기 극복에 온몸을 던져야 할 3선 중진의원이 당에 오히려 누가 되고 있다. 당이 저로 인해 국민에게 더 외면당할까 두렵다”고 고백했다.

박 의원은 또 “저를 염려해주는 선후배 동료의원들이 비리 감싸기, 제 식구 감싸기란 비난을 듣는 것도 가슴아파 못 보겠다”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도덕성을 의심받는 사람이 무슨 면목으로 유권자에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느냐”며 “공직자의 도덕성이 기준이 아니라 기본이 되는 시대에 저의 과오는 큰 결격사유”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 의원은 검찰이 구속수사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지금까지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평생 고향 남양주를 떠난 적 없는 제가 어디로 도주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또한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선 “회기 중이라도 언제든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수차례 밝혔고 지난 5일 20시간30분이란 고강도 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며 “지난 30년 정치여정을 충분히 가지고 마무리하도록 마지막 기회를 갖고 싶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남양주 시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에게 제 잘못을 다시 한 번 부끄럽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과 격려는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떠난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배종혁 부장검사)는 7일 박 의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은닉 교사 혐의 등을 적용,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201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부동산 분양대행업체 I사 대표 김모(44·구속기소)씨로부터 3억5800만원 상당의 현금과 고가 명품시계, 가방 등 불법적인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은 또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측근 정모(50)씨를 통해 김씨로부터 받은 현금 등을 되돌려주는 등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날 국회에 제출됐으며 11일 본회의를 전후해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 일정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박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시사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박 의원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박 의원이 구속수사를 주장하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지난 30년의 정치 여정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마무리 하도록 마지막 기회를 갖고 싶다. 평생 남편, 아버지 뒷바라지에 가슴 조이며 살아 온 가족들에게 더 이상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고 밝혀 동정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