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내달부터 2년간 시범운영”…정치권 반대 움직임↑

▲ 현재 은행업과 증권업이 한 출입문 내에 입점한 복합점포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3일 금융당국이 내달부터 2년여 간 보험업도 포함된 복합점포 제도를 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NH농협금융그룹

여러 종류의 금융업종이 한 곳에 입주하는 ‘금융백화점’ 복합점포 제도에 보험을 추가하는 방안을 놓고 업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시끄러운 가운데, 금융 당국이 내달부터 보험업이 포함된 복합점포 제도를 2년간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혀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3일 금융위원회는 8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금융지주사별로 3개 이내의 복합점포를 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현재 은행업과 증권업은 한 곳에 입주해 공동 상담공간을 활용하는 복합점포를 44곳 정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보험업이 추가된 복합점포를 시범운영한다는 얘기다.

금융 당국은 반론을 감안해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을 현행 방카슈랑스 규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2년간 시범운영한 뒤 확대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은행·보험만의 복합점포는 허용되지 않고, 복합점포 내 은행·증권·보험사의 공동 마케팅과 고객정보 공유(고객 동의 시)는 가능하나, 은행·증권 공간에서 보험사 직원 등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복합점포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은행과 증권, 보험을 한 곳에서 전부 팔 수 있는 복합점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현재 복합점포는 올해 초부터 은행업과 증권업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여기에 보험업을 추가하라는 얘기다.

기존에는 같은 건물에 은행과 증권사가 붙어 있다 하더라도 서로간에 창구 사이를 벽으로 막고 출입구도 따로 둬야 하는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한 공간에 은행과 증권사 창구를 동시에 놓을 수 있도록 하면서 은행·증권 복합점포는 나날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임종룡 위원장이 보험도 추가하라는 방침을 하달한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보험업이 포함된 복합점포 추진 방침을 밝히자 보험업계는 말 그대로 ‘들끓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전업계 보험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무엇보다도 전업계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 25%룰’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25%룰’이란 특정 금융사에서 한 보험사의 판매 실적이 전체 판매 중 25%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은행권 보험사의 독주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전업계 보험사들의 입장에서는 ‘방카슈랑스 25%룰’에 걸릴 경우 계열 보험사를 우회하여 권유하는 ‘편법’이 난무해 결국 시장질서가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복합점포에 들어간 은행계 보험사는 이와 무관하게 자사 상품을 100%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 당국은 복합점포에서 방카슈랑스 규제를 우회하는 행태를 중점적으로 점검키로 했다. 복합점포를 찾은 고객을 같은 계열 보험사 소속 다른 설계사에게 안내해 점포 외부에서 상품을 파는 식의 꼼수 행태를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7년 하반기 중 복합점포 도입에 따른 소비자 만족도와 부작용 발생 여부, 설계사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 제도 확대 여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보헙업계 판도 송두리째 ‘흔들’…반대 목소리↑
한편 복합점포 입점 허용 방침은 보험업계 판도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현재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생명, 손해보험업계는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라는 비금융지주계열 회사들이 각각 ‘빅3’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의 복합점포 입점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바로 신한생명, KB손해보험 등 금융지주계열 보험사들이다. 이들 금융지주계열 보험사들은 복합점포 입점이 본격화되면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십 만의 보험설계사들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잇따라 복합점포에 보험업이 입주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은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을 원천봉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금융위 방안은 방카슈랑스 룰을 우회적으로 붕괴시켜 업권별 공정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 역시 “40만 설계사들의 대량 실업을 유발하고 은행의 꺾기(구속성 상품 판매) 관행을 확산시킬 수 있다”며 제도 도입 중단을 촉구했다. 전업계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직원이 대출 서류를 내밀면서 옆 칸의 보험을 함께 소개받아 보라고 종용하면, 일단 대출이 급한 소비자는 보험 가입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보험업의 복합점포 허용안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하달로부터 촉발됐다. 전업계 보험사들과 정치권, 수십 만의 보험설계사들은 금융지주계열 보험사만 배불리는 일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금융지주계열 보험사들은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일이라며 찬성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금융당국 “소비자 편의 크게 증대”
하지만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의 편의가 크게 확대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금융접권 간 칸막이를 없애는 금융규제 완화 차원에서 추진된 금융사 복합 점포에서 보험상품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복합점포에 보험업이 포함되면 실제 고객 입장에서는 한 자리에서 원하는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를 하러 온 증권사 고객이 보험사 즉시연금 상품을 소개받고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도 소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권이 넓어져 편의가 증대된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사를 방문해 상담 받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어 시간적으로도 유용하다”면서 “특히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은 직장인들에게 크게 편리한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은행들 입장에서는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수익성이 낮아지는 예·적금에서 벗어나 투자 중심의 자산관리 서비스로 영역을 넓힐 수 있어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다.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은행계 보험사들도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협생명·손보, 신한생명, KB생명, LIG손보, 하나생명 등은 이미 한 발 물러섰다. 복합점포가 허용된다면 은행계열 보험사는 당연히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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