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패키지딜 부담…경쟁사에 넘어가면 ‘낭패’

▲ LIG손해보험을 품에 안은 KB금융지주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KDB대우증권을 인수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LIG손해보험을 품에 안은 KB금융지주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KB금융지주가 ‘리딩뱅크 탈환’을 달성하기 위해 하반기 인수합병 시장 최대어인 KDB대우증권까지 인수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도 KB금융지주는 대우증권 매각 일정이 구체화되면 실무적인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을 품에 안을 수 있을지를 두고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그려진다.

◆LIG손해보험 품에 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KB금융지주의 미국 금융지주사 자격을 승인했다. 이로써 KB금융은 미국에서 손해보험업을 하고 있는 LIG손해보험 인수 마지막 절차를 마무리하고 24일 KB손해보험을 공식 출범시킨다.

19일 KB금융은 FRB로부터 미국에서 보험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금융지주사 자격 승인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FRB가 KB금융의 LIG손보 미국 법인 인수를 승인했다는 의미다. LIG손보는 오는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KB손해보험으로 변경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함에 따라 취약점인 비은행 부문 강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게 됐다. KB금융 전체 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한다. 이는 경쟁자인 신한금융의 60% 수준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LIG손보 인수로 은행 자산 비중은 71%로 떨어지고, 순이익 비중도 70%에서 64%로 낮아진다.

◆대우증권 매각가, 부담으로 작용?

▲ KB금융지주가 KDB대우증권을 인수하기까지 걸림돌은 두 가지다. 치솟는 매각가, 그리고 패키지딜의 유무다. ⓒ뉴시스

이제 초점은 하반기 매물로 나올 ‘최대어’ KDB대우증권으로 모인다. 국내 최대 은행을 보유한 KB금융은 업계 10위권의 KB투자증권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KB투자증권이 KDB대우증권을 인수하면 단번에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우증권 매각은 9월부터 시작된다. 금융당국은 9월부터 산업은행과 매각방식을 협의해 매각주관사를 통해 입찰공고를 추진할 계획이다. KDB생명과 KDB자산운용을 묶어서 파는 패키지 매각이 유력한 상황이다.

21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7~8월 휴가철이 지난 후 9월부터 대우증권 매각에 대한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패키지 매각과 단독 매각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를 진행한 후 그 결과를 놓고 금융위와 매각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매각주관사는 산업은행 M&A실 이외에 1곳을 더 선정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9월부터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매각에 대한 협의를 들어갈 예정"이라며 "매각방식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방침이다. 일단 KDB생명 문제도 있어 묶어서 팔지 아니면 따로 시차를 두고 매각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인수에 초점을 맞췄을 때 가장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치솟고 있는 대우증권 매각가다.

지난 19일 대우증권의 주당 가격은 1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 대우증권의 주당 가격이 1만원 안팎을 넘나드는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000원 가까이 올랐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산업은행이 보유한 보통주 1억4048만1383주(42%)의 지분 가치는 2조1000억원을 넘는다.

대우증권이 갖고 있는 가치 역시 오르고 있다. 대우증권은 올 1분기 영업이익 1400억원을 돌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대우증권의 분기 영업이익이 14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4분기의 1542억원 이후 5년여 만이다. 시장 추정 영업이익 1123억원도 훌쩍 넘어선 수치로 올 1분기 증권업계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 같은 ‘호실적’을 발판삼아 대우증권은 시가총액 선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과 대우증권의 브랜드 파워를 감안하면 몸값이 최대 3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불과 4개월 남짓 만에 가격이 7000억 원 이상 뛰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조달 가능 자본력은 3조5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 순으로 추산된다. LIG손해보험의 지분 30%를 최종 인수 후에도 조달 가능 자본력은 2조8000억원에서 3조4000억원으로, 대우증권의 몸값을 치를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것.

▲ KDB대우증권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뽑히는 곳은 KB금융지주와 리딩뱅크 지위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다. 신한금융지주는 계열 증권회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업계 5위에서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홍금표 기자

◆KDB생명 패키지도 고민

아울러 대우증권 매각 방식이 KDB생명과 KDB자산운용을 묶어서 파는 ‘패키지 딜’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황은 새 국면을 맞았다. KDB생명이 패키지에 끼면서 인수가만 높이고 인수 시너지도 크지 않은 딜레마에 빠질 위기다.

IB업계에 따르면, 매각방안은 다른 금융계열사와 함께 패키지로 파는 방안과 단독으로 파는 방안 두 가지로 산업은행은 이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를 진행한 후 금융위와 매각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그동안 매각을 고려해왔던 KDB생명과 KDB자산운용을 묶어서 파는 패키지 매각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내부적으로도 패키지 매각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DB생명의 지난해 순익은 650억원 수준으로 지난 2013년말(45억원)보다 크게 올랐지만 그동안 구조조정 등으로 무너진 영업망 등을 감안하면 단독 매각으로는 매각가를 맞추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KDB생명만 개별 매각했을 때 또 다시 유찰되면 재매각하기가 어렵다"며 "매각동력 상실은 물론 내년 보험금지급여력비율(RBC)과 2018년 도입될 국제회계기준(IFRS) 등 자본규제에 대응하려면 인수자가 내년 초부터 자본확충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중 인수 걸림돌은 KDB생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KDB생명은 지난해 매각을 2차례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부터 유상증자까지 모두 합쳐 8500억원을 투자했는데, 매각가 8500억원을 제시할 후보자가 없었던 탓이다.

KDB생명 인수는 KB금융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인수가만 높이고 인수 시너지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KDB생명은 출자자 구성이 복잡해 투자원금(8500억원) 이상의 가격을 요구하면 인수가 불가능하다”며 “KDB생명 패키지딜은 대우증권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DB생명은 산업은행뿐 아니라 국민연금, 칸서스자산운용, 코리안리, 금호아시아나 등으로 출자자들이 구성된 ‘KDB-칸서스밸류 PEF’가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정리가 복잡해 매각가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리딩뱅크 탈환’ 갈 길 바쁜데…

유력한 인수 후보로 신한금융지주가 꼽히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리딩뱅크 지위 ‘탈환’과 ‘수성’을 두고 치열한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만약 대우증권이 신한금융의 품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내걸었던 ‘리딩뱅크 탈환’ 비전은 자칫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한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계열 증권회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업계 5위에서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산규모가 28조원인 신한금융투자와 30조원인 대우증권이 합병할 경우 자산 60조원 규모의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 업게 1위인 NH투자증권의 자산규모가 40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매머드급’ 증권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신한지주도 자금 조달에 무리가 없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이 2조5228억원에 달하며 자본잉여금 9조8873억원, 이익잉여금 15조8698억원 등 25조원에 가까운 사내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우증권의 인수가격을 들어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외부 차입금을 포함해 10조5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재계 순위가 14위에서 9위로 급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 등이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에 따라 2009년 그룹의 모태기업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도 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21일 “증권사 인수는 꾸준히 관심을 피력해 왔던 부분”이라며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성’ 만큼은 지금까지 쭉 피력해 왔던 것에서 달라진 부분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에 대한)자세한 상황은 매물이 나와 봐야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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