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오너십 교체·역마진’ 우려와 ‘침체시장 활력’ 등 기대

▲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걱정과 기대가 엇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안방보험

지난 10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동양생명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중국 금융당국이 외국계 보험사의 자국 보험사 지분 투자를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한국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거부할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는 “이번 대주주 변경 승인 과정에서 중국이 외국계 보험사가 보유할 수 있는 자국 보험사 지분을 50%로 제한하고 있어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되는지를 검토했지만, 현행 법과 국제 조약상 그렇게 볼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직 중국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인수는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안방보험은 생명보험과 자산관리 등 종합보험과 금융사업을 하는 중국 내 5위권, 세계 10위권 수준의 대형 종합 보험사다. 자산규모는 7000억위안(약 121조원)이다.

안방보험은 지난 3월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등으로부터 동양생명 주식 6천800만주(63.0%)를 인수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안방보험이 인수한 동양생명은 국내 8위의 중상위권 생명보험사로 고객 340만명, 총자산 20조원 규모에 이른다. 지난해 총 자산이 전년대비 13.1% 증가한 20조425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249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06억원으로 21.5% 늘었다. 순이익은 1644억원으로 112.3% 급증했다. 위험기준자기자본비율(RBC)도 237.0%를 기록해 전년대비 10.3% 올랐다.

◆안방보험-동양생명을 바라보는 ‘세 가지 우려’

일각에서는 과거 론스타의 ‘먹튀’ 사태처럼 중국 자본이 이익만 챙기고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를 기반으로 하는 사모투자펀드 론스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국에 진출, 당시 국내 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매물로 나온 우량 자산을 싼 값에 사들여 큰 이익을 남겼다.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을 인수해 3년 만에 3천 억 원을 남겼고, 스타리스와 극동 건설도 같은 방식으로 되팔아 9천 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얻었다.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00억 원에 인수한 뒤 9년 만에 하나금융에 넘기게 됐는데, 당시 거둔 차익만 무려 4조6000억원에 달해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방보험이 우리나라 보험 영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갈 건지 불분명하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중국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많이 유입될 텐데 투기성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국내 금융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잘 운영해주면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지만 론스타와 같이 ‘먹튀’하는 현상이 발생하면 굉장히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안방보험이 상장사인 동양생명을 선택한 것은 단기적인 투자 성과를 기대하거나 철수가 용이한 측면도 고려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동양생명과 안방보험의 CI

◆오너십 교체기…‘이탈’ 생기나?

오너십 교체에 따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모기업과의 시너지를 어떻게 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1~2년간은 오너십 교체기의 전형적 현상이 나타날 것”라고 말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선 중국계 회사가 돼버리면 동양생명에 보험을 가입한 사람들이 잘 모르는 회사로 인해 불안을 느끼고 단기적으로 해약이나 인출 사태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이미 세계가 글로벌 금융 시대인 만큼 자본시장에서의 축소 등에 대한 불안과 부정적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금융권 가운데 캐피탈 부분에서는 일본 자금이 많은 만큼 금융시장에 외국계 자산이 많은 실정”이라면서도 “그러나 보험사는 좀 달리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보험사 상장할 때도 학계에서 이슈가 많았다. 보험사의 구조 때문이다.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의 보험사의 자산 형태로 운영되는데 이를 상장해 버리면 주주의 이익과 보험 가입자들간의 이익이 서로 상충하게 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문제가 되는게 고객들은 국내 소비자인데 반해 회사 운영진의 대표가 외국인이다”며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수 있지만 상장된 보험사인만큼 배당에 대한 부분 등이 보험 가입자들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생보사 같은 경우 금융업 가운데 가장 장기적으로,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는 곳”이라며 “생명보험은 가입자들이 종신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뢰도가 생명인데 경영자가 또다시 바뀌면 설계사 이탈 등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하, 보험업계 먹구름

기준금리가 1.5%로 인하됨에 따라 보험업계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보험사들은 운용자금의 대부분을 채권 등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투자수익이 감소하면서 수익률이 떨어진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자금의 대부분을 채권 등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투자수익이 감소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투자이익률이 보험계약자에게 약속한 금리보다 낮으면 보험사가 벌어들인 돈보다 고객에게 지급해야하는 금액이 많은 이자 역마진이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율은 연 4.4%로, 보험부재(보험료적립금) 적립 이율 연 4.8%보다 0.4% 낮아 역마진 상태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1990년대 5~9%대의 고금리확정형 상품들을 판매에 열을 올렸고 2000년대 중반이후부터 금리가 하락하면서 운용자산이익률 평균 4%대로 이자율차 역마진이 발생했다. 이 ‘고질병’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생보사상품이 장기상품이다 보니까 과거에 확정고금리로 팔아 놓은 상품의 역마진이 확대 될 것”이라며 “옛날에 5%~9%까지 확정금리로 팔아 놓은 상품에 있어 수익률 내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中자본이 가져다 줄 ‘청신호’도

한편, 이번 인수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동양생명이 안방보험에 인수되면서 차별화된 보험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방보험의 자금력이 막강하고 해외 자산운용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차별화될 것”이라며 동양생명이 보장성보험을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연납화보험료 기준 설계사 33%, 다이렉트 18%, 독립형대리점(GA)47%, 방카슈랑스 2%로 고루 분포돼있다”면서 “방카슈랑스나 다이렉트와 같은 대중 보장성 보험 판매가 강화되고있어 매출 등에서도 모두 경쟁우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아직 안방보험 쪽과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 게 없어 아직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한국 생명보험시장이 정체된 만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보험사의 중국 진출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선 국내 보험시장의 경영 노하우, 상품, 제도 등을 배울 수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기업가치도 올라가 중국 내 상장도 수월해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보험사의 중국 진출에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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