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도 전업계 vs 지주사 나뉘어 찬반 엇갈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복합점포 확대 방침에 보험업계가 들끓고 있다. 1일 한국보험대리점협회(회장 이춘근·사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보험설계사들의 생존권 위협을 우려했고, 전업계 보험사들은 지주사 보험사들의 배만 불려준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여러 종류의 금융업종이 한 곳에 입주하는 ‘금융백화점’ 복합점포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 대상으로 거론되는 보험업계가 금융당국과 날 선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1일 한국보험대리점협회(이하 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당국의 복합점포 확대 추진 방안이 보험설계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고객 편의를 위해 보험도 복합점포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에 대한 반발이다.

협회는 “복합점포 확대는 보험설계사들의 일자리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2%의 금융지주계열 보험사 소속 설계사를 위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협회는 “이미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에 대한 상담과 판매가 가능한 방카슈랑스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복합점포 확대 효과는 크지 않다”고 평했다.

이어 협회는 “복합점포 도입은 은행계 보험사들의 보험 상품만 독점적으로 판매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역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보험 상품의 복잡한 보험 상품으로 불충분한 설명 등 불완전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회는 성명서와 함께 이날부터 100인 이상 대리점 소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복합점포 내 보험사 입점을 반대하는 서명운동까지 오는 5일까지 실시하고 있다. 서명운동에 참여할 소속 설계사는 약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30만 명에 이르는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전속설계사들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수 보험사들 역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다만 협회의 지적처럼 은행계 계열 보험설계사들은 복합점포가 도입될 경우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에 반대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임종룡 위원장 지시에 보험업계 ‘들썩’
복합점포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은행과 증권, 보험을 한 곳에서 전부 팔 수 있는 복합점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현재 복합점포는 올해 초부터 은행업과 증권업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여기에 보험업을 추가하라는 얘기다.

기존에는 같은 건물에 은행과 증권사가 붙어 있다 하더라도 서로간에 창구 사이를 벽으로 막고 출입구도 따로 둬야 하는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한 공간에 은행과 증권사 창구를 동시에 놓을 수 있도록 하면서 은행·증권 복합점포는 나날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임종룡 위원장이 보험도 추가하라는 방침을 하달한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보험업이 포함된 복합점포 추진 방침을 밝히자 보험업계는 말 그대로 ‘들끓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전업계 보험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은행은 대부분 역세권 및 상가 건물 1층에 점포를 개설하고 있어 고객이 들어서기가 쉽지만, 보험은 설계사들이 고객을 찾는 영업형태를 주로 취하고 있기 때문에 복합점포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의 복합점포 대상 추가에 반대하는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 25%룰’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25룰’이란 특정 금융사에서 한 보험사의 판매 실적이 전체 판매 중 25%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은행권 보험사의 독주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전업계 보험사들의 입장에서는 ‘방카슈랑스 25%룰’에 걸릴 경우 계열 보험사를 우회하여 권유하는 ‘편법’이 난무해 결국 시장질서가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복합점포에 들어간 은행계 보험사는 이와 무관하게 자사 상품을 100%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른바 ‘꺽기’에 대한 우려로도 연결된다. 전업계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직원이 대출 서류를 내밀면서 옆 칸의 보험을 함께 소개받아 보라고 종용하면, 일단 대출이 급한 소비자는 보험 가입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반면 지난 1월 국내에 첫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개설한 NH농협금융을 비롯해 은행권 보험사들은 전업계 보험사들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고객 편의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확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도 진통이 예상된다. ⓒNH농협금융그룹

◆전업계 보험사들 반발…보험설계사들은 생존권 우려
은행이 같은 계열 보험을 직접 파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은행창구에 온 고객에게 계열사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이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또 현재 은행의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채널에서는 보장성 보험과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지 못하는데, 복합점포의 경우 이같은 제한 규정이 없어 앞으로의 판매 채널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험사 관계자는 “복합점포에 보험이 입점하게 되고 보장성보험이 판매되면 아무래도 중소형 보험사나 은행 또는 증권 계열사를 갖지 못한 보험사, 보험설계사 비중이 높은 곳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밖에 전업계 보험사들은 이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상품을 판매하는 ‘불완전 판매’ 비중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들의 생존권도 무시할 수 없다. 복합점포에 보험업이 추가되면 총 40만 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들은 일거리를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보험설계사들은 반대 서명운동 등 행동에 나설 태세다.

보험설계사들의 단체 행동은 생존권 사수 측면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홈쇼핑·텔레마케팅 등 상품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는는 상황에서 복합점포마저 도입될 경우 보험설계사들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임종룡 위원장의 도덕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임종룡 위원장이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을 보유하고 있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농협 살리기’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특히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방카슈랑스 25%룰’ 적용을 2016년까지 유예 받은 바 있는데, 복합점포의 허용으로 사실상 무기한 유예를 받는 것과 같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과 증권의 복합점포의 첫 포문을 연 곳도 NH농협금융지주다.

◆금융당국 “‘방카25%룰’ 유지”…“실익 없다” 관측도
반면 금융당국은 각종 우려와 의혹에 손사레를 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금융접권 간 칸막이를 없애는 금융규제 완화 차원에서 추진된 금융사 복합 점포에서 보험상품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방카슈랑스 25%룰’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칸막이 규제 완화를 통한 소비자 편의 증대라는 목적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실제 고객 입장에서는 한 자리에서 원하는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를 하러 온 증권사 고객이 보험사 즉시연금 상품을 소개받고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도 소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권이 넓어져 편의가 증대된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사를 방문해 상담 받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어 시간적으로도 유용하다”면서 “특히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은 직장인들에게 크게 편리한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은행들 입장에서는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수익성이 낮아지는 예·적금에서 벗어나 투자 중심의 자산관리 서비스로 영역을 넓힐 수 있어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다.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은행계 보험사들도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협생명·손보, 신한생명, KB생명, LIG손보, 하나생명 등은 이미 한 발 물러섰다. 복합점포가 허용된다면 은행계열 보험사는 당연히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큰 시너지 효과가 나오기 쉽지 않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 창구에서 판매되는 것은 보장성이 아닌 저축성 상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복합점포 시행 후에도 보장성보험 판매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해당사자와 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지난달 14일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가 취소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당시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의 의견을 더 수렴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금융위가 복합점포 공청회 취소를 통보했다”고 말해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