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부 향해 불만 토로 “제가 없어도 재판에 아무 지장 없어”
李 주장에 쓴소리 나선 재판부 “절차는 제가 정해, 이유도 설명했어”
총선 앞둔 이재명, 앞으로 대장동 재판만 3번 더 출석해야 할 상황 처해
재판리스크 현실화된 이재명, 국면 전환 위해 총력···‘위기를 기회로’ 전략?
이재명 행동 꿰뚫고 있는 국민의힘, 즉각 반격···장동혁 “명국 심판 먼저”
장동혁 “이재명 ‘재판 지장 없어’ 주장?,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말라”
한동훈 “우리가 아르헨티나 된다?, 실수로 말한 줄···李, 제발 정신 차리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재판 출석에 앞서 서울 서대문구 아현역 앞에서 진행된 출근길 인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재판 출석에 앞서 서울 서대문구 아현역 앞에서 진행된 출근길 인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각종 혐의의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 유세를 이유로 대며 법원에 무단으로 불출석하는 행동을 이어가다가 재판부의 ‘강제 소환 고려’ 경고에 못 이겨 결국 재판에 출석하고 급기야 재판 일정에 따른 불만까지 쏟아내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 결국 재판에 출석한 이재명 “제가 없더라도 재판 지장 없어” 불만 토로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의 심리로 열리는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 출석한 이재명 대표는 법정에서 “제가 없더라도 재판에 아무 지장이 없다”며 “증인인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인) 유동규씨에 대한 제 반대신문은 끝났고,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인) 정진상씨에 대한 반대신문만 남았는데, (제가 재판에 꼭 출석해야 한다는) 검찰의 입장이 이해가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재판장은 이 대표를 향해 “절차는 제가 정해서 진행한다”고 잘라 말하면서 “왜 변론을 분리하지 않는지도 설명했다”고 반박하고 나서 다소 신경전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앞서 지난달 열렸던 공판에서 재판부는 “주신문에 대한 반대신문을 하는 것이라 이재명 피고인도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며 “분리는 부적절하다. 피고인의 사정을 고려하기는 어렵다. 원칙대로 하는 게 맞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오늘 열린 재판은 코로나19 확진에도 증인으로 나온 유동규 전 본부장이 오후 재판이 개정된 직후 ‘열이 오르고 있다’고 몸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호소하여 조기 종료됐고, 이에 재판부는 오는 29일과 다음달 2일과 9일로 후속 재판 기일을 통보하며 “불출석하면 구인장을 발부하겠다”고 재차 엄중 경고했다.

하지만 총선이 보름밖에 안 남은 상황이어서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재판 일정에 대해 크게 반발했는데, 실제로 이 대표 측은 “총선 이후로 기일을 잡아달라”며 “피고인 본인의 후보자 지위뿐 아니라 제1야당인 당 대표 지위와 활동이 있다. 그런데 선거 직전까지 기일을 잡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 측 생각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며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재판 기일을 조정하면 분명히 특혜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반박하며 피고인 측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는 이재명 대표가 그간 단식 투쟁 돌입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그간 재판을 지연시키며 오랫동안 끌어왔던 터라 재판이 늦어진 탓도 있어서 일각에서는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잇따르는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 재판리스크 상황에 처한 이재명, 국면 전환 위해 총력···위기를 기회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의혹 공판 출석을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의혹 공판 출석을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향후 재판 일정을 두고 협의를 끌어내지 못한 이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중 잡힌 3번(29일, 4월2일, 4월9일)의 재판 기일에 대해 불편한 심기가 이만저만이 아닌 눈치가 역력해 보였는데,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동작을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이동 중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오늘 예정보다 재판이 일찍 끝났다”며 “유동규 증인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증인심문도 못하고 끝났는데 29일에 또 재판에 나오라고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이 대표는 “(법원에서 내달) 2일과 9일에도 나오라는데, 이건 뭐 검찰이 노린 걸 테니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다 선거에서, 대선에서 진 죗값을 치르는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거겠다”고 푸념하면서 “여러분들이 1인 3표씩 열심히 뛰어주면 잘 될 것”이라고 지지층 결집을 유도했다.

더욱이 그는 이날 법원 출석에 앞서 서울 서대문구 아현역 앞에서 진행된 출근길 인사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참석하지 않아도 재판은 전혀 지연되지 않는데, 굳이 검찰이 이재명이 있어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보이면서 “저는 오늘 가서 하루종일 남의 재판 구경만 해야 한다”고 주장해 사실상 자신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는 점을 피력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번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국민이 알 것”이라며 “세계에 자랑하던 10대 경제 강국이 200대 무역 적자국이 된 경제 파탄도 계속될 수 있다. 정말 잘 살다가 파탄이 났던 아르헨티나처럼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국가 위기론까지 꺼내 들었다.

더 나아가 그는 “위기를 만든 것은 권력자들이었고 위기를 극복한 것은 힘없는 다수의 백성·민중들이었다. 국민이 과거 박근혜 국정농단도 촛불 하나 들고 그 겨울 추운 거리에서 시정했다”고 외치면서 “한 표가 부족하고 한 석이 아쉽다”고 지지를 호소했었다.

이렇듯 이 대표는 자신의 재판리스크로 인해 위기에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국면 전환을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눈치가 역력했고, 급기야 자신의 선거운동에 대해 검찰 정권이 훼방을 주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의도를 꾀하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다시 말해, 재판리스크는 이미 엎질러진 물로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총선에 유리한 표심으로 작용 될 수 있도록 ‘인식의 싸움’으로 역이용을 하겠다는 정치적 유불리 계산에 따른 총선 홍보 전략을 세운 것이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 이재명 전략 꿰뚫고 있는 與, 즉각 반격···장동혁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왼쪽부터) 국민의힘 소속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 장동혁 사무총장, 원희룡 인천 계양을 후보. 사진 /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국민의힘 소속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 장동혁 사무총장, 원희룡 인천 계양을 후보.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국민의힘 측에서도 이 대표의 의도를 꿰뚫어 본 듯한 분위기도 감지됐는데, 그래서인지 판사 출신이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인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법정 불출석에 대해 ‘재판에 지장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장 총장은 “지금 검찰이 아니라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모든 절차는 법원이 결정한다. 그런데 이 대표는 검찰 핑계 대면서 이 모든 걸 ‘검찰 독재’라고 말하는데, (재판에 무단으로 불출석하는) 이것이야말로 ‘범죄자 독재’ 아니냐”고 따져 물으며 반격에 나섰다.

이어 장 총장은 “2심 실형을 받은 조국 전 장관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비례정당(조국혁신당)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범죄자들의 독재다”면서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이긴다면) 앞으로 4년간 ‘명국(이재명-조국) 방탄연대’를 국회에서 보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정권심판이 아니라 ‘명국 심판’이 먼저인 것”이라고 강조하며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아울러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서 이 대표와 맞붙는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재판에 제가 빠져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서 대해 “걔양이야말로, 그리고 대한민국이야말로 이재명 대표가 없어도 아무 지장이 없을거다”며 “아니, 없는 게 나을거다”고 공격에 가세했다.

더군다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오후 울산 호계시장 거리 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가 ‘아르헨티나’를 언급하면서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이 대표가 국민의힘이 선택될 경우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가 될 것이라는 해괴한 얘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실수로 말한 줄 알았다”고 황당해하면서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안타깝게도 좌파정권이 연속된 포퓰리즘 퍼주기 정책으로 인해 9번의 디폴트 위기를 겪은 나라의 예시”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그렇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그렇게 되는 거냐. 바로 이 대표가 하고 있는 정책들이다. 그 결과가 그렇게 나올 것이란 점을 상식적인 분들은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쏘아붙이면서 “제발 정신 차리란 말을 하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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