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노무현 비하’ 막말에 공천 취소 위기감, 양문석에 엇갈린 당내 시선
‘양문석 엄호’ 나선 친명계, 이재명 “국민께서 판단하실 것” 공천유지 시사
유시민 “돌아가신 노무현 애달파 말고 살아있는 이재명한테나 좀 잘하길”
‘노무현 정신’ 강조하는 민주당, 노무현 비하한 후보 공천해 모순 ‘딜레마’
윤재옥 “불량품은 지나친 발언, 노무현 정신 바닥에 내팽개치겠단 선언”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친명'으로 분류되는 양문석 경기 안산갑 민주당 후보, 김부겸 민주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사진 / ⓒ뉴시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친명'으로 분류되는 양문석 경기 안산갑 민주당 후보, 김부겸 민주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노무현·김대중 정신’을 강조하며 오는 4·10 총선전에 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불량품·매국노’라고 비하했었던 ‘찐친명계’(친이재명)로 분류되는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공천을 두고 계파 갈등 양상의 내홍이 벌어진 모습을 보여 관심이 집중됐다.

◆ ‘노무현 비하 막말’ 과거 발언에 발목 잡힌 양문석, 당내 비판 목소리 쇄도

양 후보는 지난 2008년에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칼럼을 쓰고, 더욱이 앞서 지난 2007년에는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해 ‘매국노는 매국노라고 불러야 하며, 가면 쓴 미국인이 한국인 행세하는 것을 폭로하고 더 이상 한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공항을 폐쇄해야 한다’는 글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 전 대통령 조롱 발언들이 도마 위에 오른 양상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양 후보의 과거 ‘노무현 비하’ 발언을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의 시선이 엇갈리면서 당 내부의 갈등 요인으로 작동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는데, 실제로 오늘도(18일) 친문계(친문재인) 핵심이자 양 후보와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 구도에 있었던 전해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 정신은 당의 뿌리이자 정체성의 근간이며, 지켜져야 한다”며 “양 후보의 막말은 실수가 아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자 인식의 표출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전 의원은 “양 후보는 저를 포함해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수박, 바퀴벌레, 고름’이라 멸칭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해 왔고, 지지하는 정당이 다른 국민을 ‘2찍’이라 폄훼하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었다”며 “더군다나 본인이 출마하겠다고 온 안산갑에 대해 ‘지저분하고 장난질 잘하는 동네’라고 규정했었는데, 민주당의 후보로서 이런 행태를 보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 후보의 노 전 대통령님에 대한 비난의 발언은 그 빈도와 말의 수위, 내용의 문제에서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러한 막말과 경선에서의 불이익을 감내하면서도 민주당의 총선 승리와 당의 단합을 위해 경선 결과에 승복했었으나, 고 노 전 대통령님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발언들에는 분노와 깊은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또한 같은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양 후보의 막말 발언 논란과 관련해 “상당히 곤혹스러운 문제이고, 당내 의원들 내부에서도 여러 갑론을박이 존재하고 있는데, 의원들 사이에서 여론은 상당히 안 좋은 게 사실”이라면서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을 빨리 종식하고, 여러 가지 ‘선당후사’의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선 모습도 보여줬다.

심지어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 양 후보가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에게 “저한테 화가 많이 나 계신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김 위원장은 “어쨌든 간에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지금 수습할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다. 스스로 여기서 새로운 게 뭔가 더 나온다면 그건 우리도 보호하지 못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일제히 ‘양문석 엄호’ 나선 친명계, 이재명 “국민께서 판단하실 것” 공천 유지 시사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좌)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우). 사진 / ⓒ뉴시스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좌)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우). 사진 / ⓒ뉴시스

이렇듯 양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 여부를 두고 민주당에서 계파 갈등 양상의 내홍이 불거진 분위기가 분명해 보였는데, 다만 이재명 당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지역 지원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양 후보의 공천 철회 요구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국민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잘라 말하면서 일단 공천 철회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점을 시사하며 엄호하고 나선 모양새였다.

더욱이 이 대표는 “표현이 과했고 발언이 지나쳐 잘못된 것은 맞지만, 모든 판단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면서 “국민을 주권자로 인정하지 않거나 일부 지역을 폄훼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양 후보는 사과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더 나아가 그는 김부겸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및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들이 양 후보의 공천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해도 될 것 같다”면서 “물으니 한 말씀 드리겠는데, 무슨 난교를 예찬한다든지 이런 것이 진정한 막말이다. 또 호남 비하 발언, 5·18 폄훼, 친일 발언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여 여당으로 화제를 바꾸기 위해 애를 쓰는 듯한 분위기였다.

또한 같은당 박성준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국민을 대상으로 해서 비하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폄훼하거나 이런 것이 막말에 들어가는 것이다. 더군다나 양 후보는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또 봉하마을에 가서 사죄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엄호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과연 막말로만 볼 수 있겠느냐에 대한 논란은 분명히 있다”고 지적하며 양 후보를 두둔했다.

아울러 막말 사태로 인해 서울 강북을 민주당 후보에서 공천이 취소되어 낙마한 정봉주 전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천 취소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양 후보의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그분에게 기회를 줄 것을, 지역주민들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면서 “과거 오래 전 성찰이 부족했던 시절의 발언으로 앞으로 미래로 나가는 정치인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저 정봉주가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의 스피커인 유시민 작가도 양 후보의 발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수습에 나선 행보를 보여줬는데, 유 작가는 이날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하여 “이걸로 무슨 후보직을 내놔야 되느니 마느니 하는 그 자체가 터무니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으면 ‘허 참, 한 번 오라 캐라’ 이런 정도로 끝냈을 일”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심지어 유 작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조롱·비방했던 정치인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고, 또 그 사람들에 대해서도 언론이나 정치 비평가들이 ‘국회의원 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며 비명계 인사들을 겨냥해 “양문석을 욕하는 사람들은 가슴에 손 얹고 자기 생각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돌아가시고 안 계신 노 전 대통령을 애달파하지 말고 살아있는 이재명 당 대표한테나 좀 잘하라”고 쏘아붙였다.

◆ 노무현 정신 강조하는 민주당, 노무현 비하한 후보 공천 모순에 ‘딜레마’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23일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23일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체적으로 ‘노무현 정신’을 내세우고 있는 민주당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던 인사를 공천하는 모순점을 꼬집으면서 ‘노무현 정신’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목발경품’ 막말 발언 논란의 정봉주 전 의원은 공천 취소 처분을 내렸는데, 똑같은 수준의 막말을 한 양 후보에 대해서는 공천을 재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고무줄 잣대’의 형평성이 없는 불공정한 문제라는 비판도 쏟아지면서 결국 양 후보의 발언 사태가 ‘이재명 사당화’ 논란을 재점화시키는 당 통합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솔솔 나오는 분위기라고 감지했다.

이에 더해 양 후보의 발언 논란은 경쟁 상대인 국민의힘에게 약점으로 노출되면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해주기도 했는데, 실제로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을 ‘불량품’이라고 지칭하는 건 보수 정치권에서도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을 혐오 발언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윤 원내대표는 “이런 인물을 공천하고 논란이 발생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싸는 행태는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한 ‘노무현 정신’을 바닥에 내팽개치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면서 “바로 직전 문재인 정부 인사들도 공천에서 대개 밀려나 멸문 정당이 된 것을 보면 노무현 정신을 말하는 자체가 눈치 없는 일로 느껴진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총선 후보를 공천하는 자가당착을 보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민주당이 선대 대통령 유산을 더 이상 존중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재명 정신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면 이 점을 분명히 밝히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공세했다.

한편 공천 취소의 위기감에 놓여 있는 양 후보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검은 정장에 검정 넥타이를 착용한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너럭바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약 10분가량 사죄의 참배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양 후보는 참배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면서 “유가족에 대한 사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리워한 국민에 대한 사죄”라고 설명했는데, 이렇듯 ‘노무현 조롱’ 논란이 벌어진 양 후보의 거취를 두고 민주당 내부는 또다시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는 양상을 보여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