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찾아 지원 천명한 윤 대통령…정우택 공천 취소 결정한 국민의힘
도태우 후보에 윤재옥 “진정성 있는 사과”...이상민 “재검토가 내려졌어야”
한동훈, 정우택 취소에 “엄격해야 한다는 기준 있다”민주당과 차별화 강조
‘목발 경품’ 발언 정봉주...與 ‘국민 눈높이’로 민주당 압박, 표심은 어디로

3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미래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을 주제로 스무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좌),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우). 사진 / ⓒ대통령실(좌), 시사포커스DB(우)
3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미래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을 주제로 스무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좌),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우). 사진 / ⓒ대통령실(좌), 시사포커스DB(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을 27일 앞둔 14일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최근 논란이 되는 여러 악재에 대응하고자 적극 움직임에 나서는 모양새여서 그간 흔들리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도태우 ‘5·18 폄훼’ 논란 속 “약무호남 시무국가” 외친 윤 대통령

도태우 대구 중·남구 후보가 과거 ‘5·18 폄훼’ 발언에 대해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14일 여당 내부에서도 쓴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호남 출신인 이용호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도 후보 논란을 꼬집어 “우리 당이 안고 있는 고질병이다. 과거는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그런 발언을 하는 경우 공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서명이라도 받아야 된다”며 “지지도가 올라가다가 여러 누수가 터지면서 좀 주춤거리는 것을 저도 느끼고 있다. 중앙당에서 너무 온정적으로 하기보다 어떤 사안이 생겼을 때 단호하게 대응하고 처리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또 같은 당 이상민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도 후보의 사과가 진정성 있다는 측면만 볼 게 아니다. 당 전체가 입을 타격을 생각한다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제안대로 (공천) 재검토가 내려졌어야 된다”며 “도 후보가 사과를 몇 번 했고 진정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공천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너무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판단이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도려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 같은 목소리에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과 언행이 있었으면 아무리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변화된 입장을 보인다 해도 절대, 평생 공직에 발을 들일 수 없다고 하는 게 국민 눈높이는 아닐 것”이라며 “입장 바꾸고 사과한 사람에 대해서까지 절대 공직에 발을 들일 수 없다고 하는 것이면 이미 정치 그만두고 정치권에서 떠났어야 될 사람이 무수히 많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국혁신당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국민들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분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기에 윤재옥 원내대표도 같은 날 출입기자단과의 티타임을 통해 “도 변호사 문제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격론 끝에 결론 내렸고 본인이 과거에 한 행동을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해 공관위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절대 앞으로 5·18 정신을 훼손하는 언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민께 잘 설명해 드릴 것”이라고 공천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자 같은 날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서울지부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 모여 “도 예비후보를 즉각 제명하라. 5·18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선 망언 후보에 대해 상응하는 조처를 해달라”며 기습 시위를 벌였으며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같은 날 광주를 찾아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 후보를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즉각 고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도 후보 논란을 계기로 호남 민심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같은 날 오후 윤 대통령은 전남도청에서 20번째 민생토론회를 통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편지에 나온 문구인 ‘약무호남 시무국가’(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내용까지 직접 인용하면서 “저는 선거부터 호남이 잘돼야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고 호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물론 10여 가지의 주요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도 약속했다.

특히 도민 숙원사업인 광주~완도 간 고속도로 2단계에 대한 차질 없는 진행과 익산에서 여수를 잇는 전라선 180km 구간의 조속한 추진도 공언했으며 2조6000억원을 투입해 자신의 대선 당시 지역공약이자 ‘한국형 아우토반’으로 불리는 광주~영암 초고속도로도 만들겠다고 천명했고, 전남도 국립의대 건설과 관련해서도 “대선 때 오면 그 말씀 많이 하셨는데 어느 대학에 할지 전남도에서 의견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적극 지원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이날 전남의 상징색 중 하나인 녹색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와 “2003년에서 2005년까지 광주에 근무하면서 주말이면 호남지역 전체를 살폈고 많이 정도 들었다. 2005년 광주에서 떠날 때 전별사를 다 읽지 못할 정도로 호남에 많은 정을 갖고 있고 그런 마음에서 정부 출범 이후 2022년, 2023년 2년 연속 5·18 기념식에 모든 정부 구성원과 함께 참석했다”고 내내 친근감을 내비쳤으며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도 거듭 “전남이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라거나 “김영록 전남지사, 김대중 교육감과 함께 전남을 바꾸고 크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여당인 국민의힘도 비례대표 공천 신청한 인사들 중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김화진 전남도당위원장, 김가람 전 최고위원 등 호남 출신을 상위 순번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 위원장은 14일 김해시 카페에서 열린 학부모 간담회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우리 당 입장은 분명하다. (도 후보의) 5·18 발언은 잘못된 부분이고 반성한다는 입장이고, 제가 갖고 있는 5·18 전문 수록을 확실히 이어받고 같이 가겠다고 밝혔다”고 강조했고, 오는 15일엔 광주를 직접 방문하기로 해 도 후보 논란으로 등 돌렸던 유권자들을 돌아 세우게 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국민 눈높이 의식한 與 공관위, ‘돈봉투 의혹’ 정우택 공천 취소

정우택 상임전국의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정우택 상임전국의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한편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선 돈 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우택 국회부의장의 충북 청주상당 공천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는데,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에 대한 불미스러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강조해 온 국민의 눈높이 및 도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으로 판단했다”며 “정 후보 공천을 취소하고 서승우 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을 우선추천하는 것으로 비대위에 재의결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 부의장은 카페업자 A씨에게 봉투를 받는 CCTV 영상이 언론에 공개돼 돈봉투 수수 의혹에 휩싸였었는데, 정 부의장 측은 봉투를 돌려줬다고 한 반면 A씨 측은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졌으나 이후 정 부의장 측이 A씨를 회유하는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등도 추가 공개되자 결국 공관위에서도 공천 취소 결정을 내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위원장은 ‘돈 수령 여부가 확인됐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증거들을 종합할 때 우리 도덕적 기준에 맞지 않아 취소한 것이고 범죄 여부와 돈 수수는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밝히는 것이지 우리가 밝히는 게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는데, 정 부의장에 대한 공천을 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경선을 벌였던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을 대신 공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윤 후보를 공천하는 게 상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다른 후보를 우선추천하게 됐다. 상대방 후보에 경쟁력 있는지 의문이 들고 다른 정상 사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청주 상당 지역구 공천을 받은 서 전 비서관은 당초 청주 청원구에 공천 신청했다가 김수민 전 의원과의 당내 경선에 패한 인물로, 공관위가 굳이 다른 지역에 도전했던 인사를 차출해 전략공천한 데에는 표면상 밝힌 이유도 있겠지만 그간 서로 경쟁한 이력이 있는 후보가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경우 정 부의장 측 지지자와 윤 전 고검장 지지자 측 사이에 갈등이 발생해 자칫 지역구 와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아예 다른 지역구 출마자를 데려오는 중립적인 조치로 당원 간 전략적 화합을 노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전환점 마련한 與, 정봉주 논란 꼬집어 “말로만 국민 눈높이”

8일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8일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 뿐 아니라 국민의힘은 이날 정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함으로써 민주당에 적극 역공을 가할 수도 있게 됐는데, 한 위원장도 이날 오후 김해시 외동전통시장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정 부의장 공천 취소를 내세워 “우리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이고 저희는 부정부패에 있어선 다른 정치세력들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며 사실상 자당이 민주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은 앞서 정 후보 공천 취소 발표가 나오기 전인 이날 오전 박성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정 후보 의혹을 꼬집어 “객관적 증거가 드러났는데 그동안 증거가 드러나면 결단하겠다던 국민의힘은 아무 말도 없다. 한 위원장은 지금 국민의힘 태도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지 답하라”고 촉구했었지만 이제는 국민의힘에서 같은 날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 논평을 통해 정봉주 후보 설화 논란을 꼬집어 “말로만 국민의 눈높이는 필요치 않다. 민주당은 당장 책임과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민주당 압박에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 클린선거본부는 정 후보가 ‘목발 경품’ 발언과 관련해 당사자들에게 사과한 사실이 없는데도 비난을 피하고자 당선의 목적을 가지고 허위의 글을 게시했다면서 서울경찰청에 정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며 정 후보로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날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정 후보가 경선 여론조사를 왜곡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진영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정봉주를 지켜주십시오’란 글을 올려 “정치인이나 방송인에게 막말 논란은 늘 따라붙는 꼬리표와 같은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정봉주 전 의원이 고난의 시기를 겪으면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며 “정 의원 지키기 글을 곳곳에 올려 달라. 그의 삶과 진심을 지켜 달라”고 오히려 정 후보를 두둔하고 나섰는데, 이 같은 여야의 상반된 대응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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