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현장 미복귀 전공의에 ‘의사 면허정지’ 사전통지서 발송 착수
거듭 ‘강경 대응’ 선포하는 윤 대통령 “불법 집단행동, 절대 허용 못 해”
대학들 추가 증원 요청에 지지율 상승까지, 힘 실린 尹 ‘의료개혁’ 박차
뒤숭숭한 병원 현장, 병협 “장기화로 인한 피해, 고스란히 국민에게 가”

지난달 28일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경기도의사회 회원들이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유우상 기자
지난달 28일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경기도의사회 회원들이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유우상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집단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정부 측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끝내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자 정부는 예고했던 대로 병원을 떠나 불법 집단행동을 이어가는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절차에 돌입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 정부, 의료현장 미복귀 전공의에 ‘의사 면허정지’ 사전통지서 발송 시작

6일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까지 의료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현장점검을 마치고 전날부터 미복귀자에 대해 ‘의사 면허정지 3개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발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 수련 병원 50곳을 점검한 복지부는 전날 업무개시 명령 불이행 확인서가 발부된 전공의는 7854명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들 모두에게 사전통지서가 도달하기까진 약 1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측되면서 사실상 정부와 의사 간의 강대강 대치는 장기화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복지부는 미복귀자들에게 사전통지를 통해 특정일까지 의견을 달라고 요청하고 접수된 의견을 토대로 면허정지 여부를 결정지어 다시 당사자에게 최종 통지서를 보내게 되는데, 이르면 이달 말쯤에 면허정지 최초 사례자가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전공의들이 사전통지서 수신을 거부하거나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 대응 등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해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인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 측도 만만치 않게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양측의 싸움은 쉽게 매듭짓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거듭 ‘강경 대응’ 선포하는 윤 대통령 “불법 집단행동, 절대 허용할 수 없어”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특히 윤석열 대통령도 6일 세종시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 집단행동에 대해 “보름 이상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는 물론, 의료계, 종교계, 환자단체,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하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다”고 지적하면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재차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헌법과 법률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 국가와 의사에게 아주 강한 공적 책무를 부과하고 있기에, 국가는 헌법 제36조에 따라 국민 보건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고, 의사는 국민 보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국가가 의사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기에 의사의 자유와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더욱이 의료행위에 대한 독점적 권한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함께 부여된다”고 설명하면서 “따라서 정부 조치는 의사들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따른 국가 책무와 국민 생명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께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부처가 힘을 모아 대응하겠다”고 엄정 대응 의지를 내보이면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비상 진료의 안정적인 작동을 위한 1285억 원 규모의 예비비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통령은 국무회의 직후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도 주재하여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의사들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이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보다 강화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진료지원 간호사(PA)는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공보의와 군의관을 기존에 소속됐던 병원 중심으로 투입하고, 병원이 필수과목의 전문의와 간호사를 신규로 채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하여 추가 인력 투입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더해 윤 대통령은 “복지부 장관은 관계 부처와 협의해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국민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빈틈없는 대응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주문하면서 “정부는 의료현장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해 반드시 완수해 내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 대학들 추가 증원 요청에 尹 지지율 상승까지, 힘 실린 尹 ‘의료개혁’ 박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이렇듯 정부가 강경 대응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과 각 대학 측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 수용 의지가 높다는 점이 확인되어 탄력을 받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일각은 분석했다.

실제로 전날까지 정부가 전국 40개 대학으로부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인원에 대한 재신청을 받은 결과에 따르면, 각 대학에서 정부의 증원 목표인 2000명보다 많은 3041명으로 요청되어 초기(2551명) 신청보다 더 많은 수치가 나왔고 또한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도 오름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사실상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그래서인지 정부도 전공의들의 이탈로 본격적인 의료 공백 사태가 길어질 것을 대비하여 예산과 인력을 과감히 투입하고 나선 모습을 보여주면서 병원 이용자들의 불안을 최소화하려고 애쓰는 분위기였고, 더군다나 정부가 의료 공백 사태로 정부 예산을 직접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285억 원 규모의 예비비는 ▲비상 진료 인력 인건비(580억) ▲지역 공공의료기관 연장 진료 지원비(393억) ▲지역응급의료센터 및 지역 응급의료기관 치료·지원(68억) ▲공중보건의사‧군의관 파견 지원비(59억) ▲일반병원 전원 환자 진료 추가 인센티브(40억)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센터 진료 지원비(12억) ▲1·2차 병원 전원 환자 구급차 이용료 지원(5억)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심지어 정부 내부에서는 의료 공백을 메우는 방안으로 해외 의대 졸업자의 국내 의사면허 취득 완화 방안도 나오고 있어 사실상 전공의들이 버티면 버틸수록 오히려 손해만 더 커지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 뒤숭숭한 병원 현장, 병협 “병원계는 혼란 빠져, 충분한 대화로 풀어야”

지난달 2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 들고 침묵시위하는 모습(좌). 윤석열 대통령(우) / ⓒ뉴시스
지난달 2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 들고 침묵시위하는 모습(좌). 윤석열 대통령(우) / ⓒ뉴시스

더 나아가 이날 의료법상 업무개시 명령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에 대한 첫 경찰 소환조사가 이뤄졌는데, 다만 주 위원장은 이날 경찰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강한 압박에 의사가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비폭력 무저항 자발적 포기 운동”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정부가 자발적 포기의 의미를 더이상 훼손하지 말고 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게 고집을 꺾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의대 정원 증원정책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에 대해 대한병원협회(병협)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병협은 이날 오전에 열린 홍보위원회에서 “전공의 이탈 등에 따른 공백으로 병상 가동률은 50% 가까이 떨어졌고, 진료지원인력(PA)의 명확한 업무 범위를 구분하지 않아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도 병협은 “필수 및 응급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 인력 증원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의대 증원계획 발표에 병원계는 혼란에 빠졌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교육과정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 확충 등을 염두에 두고 충분한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전국 주요 병원들은 본격적인 축소 운영에 들어간 상황이었는데, 이는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로 진료와 수술 건수 등이 크게 줄면서 입원환자가 급감한 데 따른 조치로 보여지는데, 더욱이 일부 병원은 수술과 진료 감소로 수익이 급감하면서 간호사 등 직원들로부터 ‘무급휴가’ 신청까지 받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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