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등 ‘컷오프’ 현역들, 공천 결과에 반발…공관위, 점수 공개 등 진화
유영하 단수추천에 홍석준 “시스템 공천, 완전 거짓말하는 것”이의 신청
고동진 전략공천에 컷오프 된 유경준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 공천” 불만
전처의 투서로 보류된 안병길 “이혼이 죄는 아니지 않나..인격살인이다”
9일 발표되는 경선결과에 현역이 몇명? 막바지에 공천 파동 확산되나

국민의힘 홍석준(대구 달서갑)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의 컷오프(공천배제)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홍석준(대구 달서갑)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의 컷오프(공천배제)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간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어 ‘조용한 공천’이란 평가를 받아온 국민의힘에서조차 지난 5일 하루 만에 현역 의원 8명이 잇따라 컷오프 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당 내부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 홍석준 “유영하 단수추천, 총선 악재 되는 건 아닌지 우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전날 대구 달서구갑 지역구에 유영하 변호사를 단수추천하자 이 지역구 의원인 홍석준 의원은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난 4년간 530번의 언론 방송, 130건에 달하는 법안 발의, 달서갑 지역 책임당원 수를 3년 만에 3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이걸 시스템 공천의 일부라고 보는 사람은 완전히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유 변호사 단수 추천 의결이 큰 오점으로 작용해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잃어버려 총선 악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입장을 내놨다.

달서갑 지역구 경선을 요구한 홍 의원은 공관위가 유 변호사를 단수 추천한 배경과 관련해 “속단하기 이르지만 정무적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으며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저만 국민추천제가 아니라 특정인 단수 추천 됐다는 게 분명히 시스템 공천에 어긋났다고 생각하면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했고, 지역구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선 “시간도 늦은 상황이고 오히려 재배치 통해 가는 게 유권자들에게 큰 결례”라고 선을 그었다.

또 전날 장동혁 사무총장이 “신청한 후보 중 유 변호사의 점수가 가장 높았고, 단수추천을 의결할 만큼 1등과 2등 사이에도 유의미한 점수 차이가 있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홍 의원은 “그건 정확한 발표 내용이 아니고 정확한 것은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정무적 판단을 고민 끝에 했다는 것”이라며 정 위원장을 압박했는데, 하지만 같은 날 정 위원장은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데이터로 보면 점수 차이가 많이 난다. 시스템과 데이터에 의한 너무 당연한 단수공천”이라고 반박했다.

비록 홍 의원의 이의 제기 신청에 대해 정 위원장은 “판단해 볼 것”이라고 말했으나 유 변호사 공천 논란으로 ‘탄핵의 강을 되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질문엔 “오해하는 것”이라며 “빠른 시간 내에 단수공천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려해서 그런 것 아닌가, 그런 우려 때문에 오히려 늦췄다”고 응수했다.

실제로 앞서 같은 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유 변호사 공천을 통해 탄핵의 강을 거슬러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민주당에선 성명을 통해 “이번 공천은 국정운영 실패로 심판 위기를 맞은 윤석열 정권이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으려다 탄핵의 강에 다시 빠지는 밀실야합의 결과다. 지역민심을 토사구팽하고 사적 공천한 행위는 지역주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여당에 경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구지역 16개 보수단체들까지 6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뿌리 내리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이 있음에도 특별한 연고도 없이 단수 전략공천하면 이른바 시스템 공천이 내세워 온 공정성과 투명성은 하루아침에 진정성을 잃게 된다. 이는 지금 국민의힘이 힘겹게 되돌려놓고 회복한 민심과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어지럽히는 길이요,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앞으로 치러야 할 민주당과의 결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유 변호사가 정녕 국회의원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겠다면, 비례대표를 비롯해 다른 길도 있지 않겠나”라고 유 변호사에 대한 단수추천 철회를 공관위에 요구했다.

◆ 유경준 “정량적 지표에 근거하지 않은 결정 유감…재심 청구”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좌),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좌),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비단 홍 의원 뿐 아니라 전날 공관위가 서울 강남병에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전략공천함에 따라 컷오프 된 유경준 의원도 6일 입장문을 통해 “시스템 공천을 자부했던 공관위가 정량적 지표에 근거하지 않은 의사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의를 제기하며 재심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미 지난 21대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서 강남구 을, 병 선거구의 공천 번복과 이로 인한 공관위원장직 사퇴라는 내홍을 겪은 강남구민 입장에선 매번 반복되는 전략공천으로 인한 의정활동의 연속성 단절, 당협위원장의 당협 장악력 부족이라는 피로도가 상당한 것 또한 사실”이라며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총선에서 갑, 을, 병 선거구 모두 국회의원이 교체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강남구민 뿐만 아니라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 공천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유권자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 의원은 “어제 CBS 노컷뉴스에선 본인이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을 포함한 총 7명의 신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9%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며 공관위를 향해 CBS 노컷뉴스 보도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강남병에 대해 공천 원칙과 달리 우선추천 결정한 사유, 공관위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는데, 같은 날 추가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선 “2월 5일 당에서 실시한 저 유경준의 경쟁력 조사 수치는 49.8%이고 2등 후보는 20% 초반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수추천 기준인 ‘1위 후보의 지지율이 2위 후보보다 2배 이상’ 사항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 의원은 같은 날 오후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 배제 결과를 받고 당황했다. 당의 공천 시스템이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공관위원장이 제게 연락을 준 게 없었고 사무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했는데 답이 없었다. 강남 지역은 항상 초선이 와서 4년 하고 나가야 하는 지역이라는 것밖에 안 된다. 저는 헌 인물 취급 받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관위가 자신을 수도권 격전지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서도 “수도권에 배치한다는 것은 시기상 늦었다고 생각한다. 진작 얘기해서 재배치까지 고려했다면, 사전에 조율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험지는 괜찮은데 사지를 보내는 것은 심하지 않나”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유 의원과 마찬가지로 ‘유승민계’로 꼽히는 김웅 의원도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론조사 1위 유경준 날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한 뒤 “이성과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비과학적인 공천이다. 이것이 시스템 공천이면 파묘는 오컬트 무비가 아니라 구조주의 영화”라며 ‘민주당은 공천을 찢고 우리는 공천을 누르고’라는 해시태그까지 달았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국민추천이니 뭐니 하면서 국민의힘에서 눈엣가시 같은 사람을 죽이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유 의원의 경우 상당한 경쟁력이 있음에도 어떤 합리적 설명 없이 영입인사를 내리꽂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공관위에선 이례적으로 평가 결과를 일부 공개하기까지 하면서 적극 반박에 나섰는데, “일부 후보자가 강남병은 단수추천 기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본선 경쟁력 조사 결과 1위 후보 49.6%, 2위 후보 41.3%, 3위 후보 38.1%, 4위 후보 35.2%, 5위 후보 34%로 단수공천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모든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정당 지지율(58.6%)에 많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추천 요건에 해당한다”며 “공천신청자 종합평가 결과에서도 단수추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평가 결과, 1위 92.75점, 2위 81.48점, 3위 72.14점으로 단수추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관위는 “인접지역 대비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고, 나아가 강남병 공천신청자 중 압도적인 본선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 후보가 없었다. 공관위는 시스템 공천에 따라 원칙과 기준을 갖고 공천심사에 임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시스템 공천을 부정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유 의원에 직격탄을 날렸다.

◆ 안병길 “전과도 아니고 이혼이 죄인가. 비대위에서 결론 내달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공관위가 공천 반발에 대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컷오프 결정에 반발한 현역의원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공관위가 부산 서·동구에 곽규택 변호사와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이영풍 전 KBS 기자의 3자 경선을 결정함에 따라 공천배제 된 이 지역구 현역인 안병길 의원은 6일 “전처의 투서로 인해 심사가 보류돼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소명서를 상세히 제출했다”며 “범죄 저지른 전과자도 아니고 이혼이 죄는 아니지 않나”라고 공관위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 의원은 “불행한 가정사로 인해 한 번 상처 입은 제게 또 다른 인격살인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가혹한 처사”라면서도 “이의신청을 한다고 해도 공관위가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할리 만무하니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관위 결정에 아무런 흠결이 없는 것인지, 정치적 파장이 우려되어 배제됐다는 논리가 당에서 표방한 시스템 공천에 있는 기준인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달라”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를 향해 다시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도 컷오프 된 데 반발한 울산 남갑의 이채익 의원이 전날 SNS를 통해 무소속 출마를 시사한 데 이어 고광철 전 국회의원 보좌관이 전략공천 된 제주시갑에선 현역의원은 아니지만 기존 김영진 예비후보가 크게 반발해 6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제주 민심과 이반된 듣보잡 인사를 공천함으로써 과거 사례처럼 민주당 후보에게 국회의원직을 헌납하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무소속 신분으로 이번 선거를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하는 등 공천 잡음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정 위원장이 6일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현역들이 경쟁력 있는 신인이 들어올 경우 막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며 “9일에 발표되는 경선 결과에 현역이 11명 들어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현역의원 교체율이) 35% 정도 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추가로 4~5명 정도의 현역의원이 공천배제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들까지 대거 반발할 경우 총선을 불과 1달 앞두고 자칫 막바지에 공천 파동으로 확산되는 것 아닌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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