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새 정치 고민하는 분들과 뜻 세울 것”…이낙연 “민주연대에 열린 자세”

(좌측부터) 이재명 민주당 대표, 홍영표 의원,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재명 민주당 대표, 홍영표 의원,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 파동이 격화되면서 집단탈당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이번 22대 총선 전후로 야권이 재편되지 않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민주당 컷오프에 반발해 집단탈당 시사도…‘루비콘 강’ 건너나

민주당 공천 심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인사들이 탈당하거나 탈당을 예고하는 등 반발이 본격화되는 모양새인데, 이미 지난 19일 4선의 김영주 의원이 현역의원 하위 20% 통보 받았던 사실을 공개하면서 탈당을 선언했었으며 22일에는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이 전략선거구로 지정됨에 따라 사실상 컷오프 된 이수진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고 27일과 28일엔 박영순 의원과 설훈 의원이 현역의원 하위 20%로 분류된 데 반발해 탈당을 선언했다.

여기에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이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데 이어 29일 민주당 전략공천위원회에서 비례대표인 이동주 의원과 영입인재인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차장 등 2인 경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컷오프 된 데 반발한 홍영표 의원은 29일 “전략공천으로 지정할 이유가 없는 멀쩡한 지역을 전략공천지역으로 묶더니 경선도 없이 저를 배제했다. 이재명을 위한 시스템 공천만 앙상하게 남았다”며 “이재명의 사당화에 맞서 싸우겠다.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과 뜻을 세우겠다”고 탈당을 시사하는 입장문을 내놨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는데, 그가 이미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나가라는 분위기 아니냐. 작년 7~8월부터 이 대표 측근 중 한 사람이 국회 근처에 사무실 얻어놓고 내가 30명 날려버리겠다, 그런 얘기를 공공연히 했다고 그런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동료 의원들의 탈당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던 만큼 29일 입장문을 통해 내놓은 ‘새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이란 표현은 단독 선언이 아니라 집단탈당 수준이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이날 홍 의원 컷오프 결과를 전한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홍 의원의 경쟁력이 부족해서 제외된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아니다”라고 답하면서도 구체적 이유에 대해선 끝내 입을 다문 모습을 보였는데, 그래선지 홍 의원은 “도덕적 문제도, 본선 경쟁력도 문제없다면서 공천 배제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니코스 카잔차스키 묘비에 새겨진 글귀를 인용해 ‘나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란 글도 함께 올려 탈당 의사를 한층 분명히 표했다.

심지어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홍익표 원내대표도 “(당 공천 결과에 반발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탈당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고 확실하게 아는 것은 윤영찬 의원이나 송갑석 의원은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홍 의원에 대해선 “확답은 못 받았다. 경선 기회 자체를 박탈할 경우는 어떤 결정할지 모르겠다 정도의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어 ‘친문계 좌장’ 격인 홍 의원이 이르면 내주 중 어느 정도 규모로 탈당을 단행할지가 총선까지 40일 남짓 앞둔 민주당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반사효과 입은 새로운미래, 야권서 ‘민주당 대안’ 구심점 될까

민주당을 탈당하고 새로운미래에 입당한 박영순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중앙당 당사에서 열린 책임위원회의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을 탈당하고 새로운미래에 입당한 박영순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중앙당 당사에서 열린 책임위원회의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런 상황 속에 가장 수혜를 입고 있는 쪽은 먼저 민주당을 탈당했던 이낙연 전 총리와 김종민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새로운미래인데, 이미 현역평가 하위 10%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한 박영순 의원이 지난 28일 새미래에 입당했으며 총선 출마 의지를 확실히 밝힌 설훈 의원도 같은 날 민주당 탈당 회견을 가진 뒤 기자들로부터 ‘새미래 입당을 고려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이 나오자 “고민하고 있다”며 이낙연 대표와 연락했는지 묻는 질문에 “연락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설 의원은 “지역에 있는 분들은 무소속이 좋겠다고 얘기하고 동료 의원들의 의견도 많이 갈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는데, ‘기호 3번’ 확보를 위해선 더 많은 현역의원을 모아야 하는 입장인 이낙연 새미래 대표는 29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결국 함께 하리라 본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으니 내주 초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기자회견 직후엔 “이날도 공천 결과가 (민주당 의원들) 본인에게 통보된 것으로 들리는데 그렇게 되면 해당된 분들은 나름 고민과 판단을 할 것”이라고 ‘민주당 탈당’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섰다.

현재 원내 3당은 국회의원 6명을 보유한 녹색정의당이고 새미래는 설 의원이 합류하더라도 현역의원 수가 개혁신당과 동일한 3명뿐이지만 앞서 설 의원이 민주당에 자신과 같은 (탈당) 생각하는 사람들이 최소 5명 더 있다고 주장한 바 있어 이들을 흡수할 수 있느냐에 따라 유의미한 세력화에 성공할지 여부도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현역의원 수가 5명 이상만 되더라도 최소한 20억원 이상의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신생정당으로선 이들의 합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급기야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탈당할 현역의원 규모에 대해 “한 10명까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관측하기도 했는데, 이대로 현실화되어 만일 민주당이 아닌 야당에서 두 자리수대 현역의원을 오롯이 확보하고 이들을 지역구로 출마시킬 경우 거대정당인 민주당의 총선 판세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선지 홍 의원 등이 가칭 ‘민주연대’란 무소속연대를 결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낙연 대표는 이들과 손잡고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비명계 의원들의 ‘민주연대’에 대해 “힘을 합치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모든 열린 마음으로 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민주연대 합류 후 당명을 바꿀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민주연대가 생기고 협력하는 데 필요하다면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당명까지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이낙연 대표가 전날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만드는 신당과의 연대 여부에 대해선 “현 단계에서는 거기까지는 생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거리를 둔 데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조 전 장관이 민주당의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대체할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일축하는 등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나 조국 전 장관의 신당과는 별개의 세력으로 야권 내에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조국혁신당부터 무소속 출마까지…‘野 주도권’, 다극체제 될까

이상헌 민주당 의원이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탈당 및 울산 북구 무소속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이상헌 민주당 의원이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탈당 및 울산 북구 무소속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편 야권에선 민주당 탈당 사태 속에 새미래 뿐 아니라 조 전 장관의 신당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의 180석 당선을 정확하게 예측한 바 있는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 28일 YTN라디오 ‘신율의 정면승부’에 나와 “지금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00석도 위태위태하다. 총선이 끝나면 이재명 대표가 가고 조국 대표가 온다”며 “보름 전에만 해도 조국신당이 나와 봤자 지난번 총선 때 열린민주당이 얻었던 한 5~6%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민주당 공천에 실망한 호남 유권자, 진보 성향 지지자들이 교차투표를 통해 대거 비례대표는 조국신당을 찍을 것 같고 최소 15% 이상 득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 소장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40대의 강력한 지지와 지난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 중 선두권이었던 점을 들면서 “민주당 공천 파동의 최대 수혜자가 조국 신당”이라고 강조했는데, 여기에 지난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당직자 공채 출신이며 27년 간 민주당 당직자로 활동해온 정춘생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까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면서 “조국신당이 윤석열 정권의 조기종식과 검찰개혁의 선봉장에 서겠다고 한다. 조국신당과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고 조 전 장관의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같은 날 조국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에서도 정식 당명을 ‘조국혁신당’으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당색은 광주의 하늘을 상징하는 ‘트루블루’를 내세웠고 창준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조국혁신당의 최우선 과제인 ‘검찰독재 조기종식’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되찾고, 국민들 삶에 안정감을 돌려드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빈 말이 아니라는 듯 조 전 장관도 같은 날 오후 경기 양평군청 앞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검을 요구하며 천막농성 중인 민주당 지역 의원들을 직접 찾아가 “조국혁신당은 기존 김건희 특검법에 디올백 수수 의혹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포함한 종합특검법을 당론으로 정했고 추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적극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이렇듯 야권에서 여러 세력이 등장함에 따라 거대 양당 중심이었던 원내 세력구도가 이번 총선을 계기로 다극체제로 전환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밖에 민주당이 진보당, 새진보연합과 함께 비례위성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 만들기로 하는 등 사실상 선거 연대에 나서기로 했으나 이마저도 오히려 야권 내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미 원내 3당인 녹색정의당은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에 불참하기로 했던 데다 울산 북구가 지역구인 이상헌 민주당 의원의 경우 민주당이 야권 연대 차원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진보당 후보에게 주기로 하자 거세게 반발해 29일 국회에서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야욕과 탐욕으로 가득 찬 단일화는 정당성을 잃었다”며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히는 등 민주당 주도로 야권 선거가 좌우되던 과거와 달리 예측불가능의 혼돈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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