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본인으로선 힘든 상황이었겠지만 수용해줘 매우 고맙게 생각해”
한동훈, 임종석에 “바둑을 두듯 포석 두는 것 같다...나중 노리겠다는 것”
탈당한 설훈 “任, 탈당 생각했는데 방향 바꾼 것 같다...당에 세력 있어야”
이낙연 “민주당 의원의 합류도 중요하지만 ...뚜벅뚜벅 직진할 것” 강조
임종석 잔류에도 홍영표 등 일부 비명계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 여전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고수했으나 컷오프 당한 데 반발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돌연 4일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더불어민주당 잔류에 무게를 둔 입장을 내놔 이 같은 선택이 정치권에 미칠 여파에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재명 “중·성동갑, 전현희가 더 필요…임종석, 수용해 고맙다”

임 전 실장은 4일 탈당 여부 등 거취 관련해선 일절 언급 없이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민주당의 총선 공천 배제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글만 갑자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일 “임종석의 요구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며 “기동민 의원을 컷오프하면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고, 홍영표 의원을 컷오프하면서 이제는 아예 설명하지 않는다. 유감”이라고 당의 공천 결과에 대한 불만을 자신의 SNS를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모습이 무색할 정도다.

일단 임 전 실장이 서울 중·성동갑 컷오프를 수용하자 같은 날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본인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겠지만 수용해줘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며 “모든 점에서 (임 전 실장은) 훌륭한 후보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해당 지역은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이 훨씬 더 필요한 후보로 전략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 전 위원장을 더 적합한 후보로 평가한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필요해서 하는데 왜 필요하냐고 하는 건 어려운 질문”이라고 즉답을 피하면서 민주당은 시스템에 의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천하고 있다. 정권 심판이라는 현재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힘을 합쳐줬으면 더 고맙겠다”고 말했고, 임 전 실장에 서울 지역 선대본부장 등 역할을 맡길 가능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서울 중·성동갑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게 된 전 전 위원장은 앞서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임 전 실장을 향해 “이른 시일 내에 찾아뵙고 수락해주면 중·성동갑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고 싶다”며 “(임 전 실장에게) 선당후사 하면 더 좋은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만나 뵙고 싶다, 의논드리고 싶다는 취지의 문재를 보냈고 임 실장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갖도록 (선거운동하지 않고) 기다렸다. 도와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적극 손을 내밀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 친문계 좌장인 홍영표 의원을 찾아갈 의향이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당연히 해야 한다. 최대한 위로도 드리고 낮은 자세로 전체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부탁드려야 할 입장”이라며 “요즘 낙천, 배제된 분들에 전화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그러면서도 자당 의원들의 탈당 결행에 대해선 “기회를 받지 못해 당을 버리고 다른 정당, 반대정당으로까지 가는 것에 대해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심지어 이 대표는 “국민들은 변화를 바라고 정치교체도, 세대교체도, 인물교체도 원한다. 떡잎은 가지에게 양보해야 하고 가지가 자라기 위해선 이전 과제를 마감해야 한다”며 “원망하는 분들이 많은데 국민의힘처럼 썩은 물 공천을 할 수는 없지 않겠나. 마치 민주당이 뭘 잘못한 것처럼 하는 것은 지금까지 평생 당 혜택 입으면서 살아온 정치 역정을 비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임종석, 총선 이후 노리나…박지원 “8월 전당대회 때 도모할 듯”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임 전 실장의 잔류는 물론 민주당 공천 결과도 꼬집어 맹공을 이어갔는데,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4일 “임종석은 안 되고 같은 곳에서 7번 내리 공천 받은 이인영은 구분할 수 있겠나. 민주당 공천을 두고 환골탈태를 위한 진통이라는데 가장 신나있는 곳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보장 받은 진보당이라는 말이 파다하다”라며 “조국, 이재명 나간 자리에 부동산 비리 사범이 들어온 것을 두고 환골탈태라 하지 않는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 전 실장의 민주당 잔류에 대해 “민주당에 계신 분들은 바둑을 두듯 포석 두는 것 같다. 왜 이렇게 계산이 많나. 나중에 이 대표가 여러 이유로 (대표직) 유지되기 어려우니 그때를 노리겠다는 건가”라고 꼬집기도 했는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임 전 실장이 당 잔류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당에 남아 개혁과 혁신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8월 전당대회 때 무엇을 도모할 것 같다는 예측을 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즉, 총선에서 부진할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커질 수 있어 이때 비명계 세력을 결집시킬 구심점이 되고자 당내에 남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인데,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탈당할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방향을 바꾼 것 같다. 당내에서도 당을 바로잡을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이 판단을 하신 것 아닌가”라며 “그게 필요하다고 본다. 저도 제 지역에 있는 경기도의원, 부천시의원들이 있는데 탈당하지 말기를 간곡히 얘기했다”고 밝혀 이런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설 의원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안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하고 그렇게 되면 민주당 안에서도 이재명에 대한 평가를 할 것이고 밖에서는 물론 평가가 끝나 있을 테니까 안팎으로 민주당을 쇄신하고 새롭게 만들자는 운동이 일어날 것이고 결국 정돈 돼서 정리된 민주당이 5월 이후에 나오지 않겠나”라며 “이 대표 체제가 분해된다고 봐야 한다. 저는 밖으로 나가는 길을 택했고 안에 있는 분들도 꽤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로 통보 받은 ‘비명계’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SN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잔류파라 부르지 말고 바보파라고 불러 달라. 셈법을 가지고 하면 오히려 날쌔게 움직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을 텐데 지금은 계산도 무디고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들에게 더 사랑받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며 임 전 실장이 잔류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서도 “큰 파국을 향해 가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비명계 의원들이 대거 탈당할 경우에 대해 “힘을 더 합치고 모아나가야 될 마당에 자꾸 탈당하고 분열하고 갈라지고 하는 것은 좋지 않겠죠. 자꾸 갈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지도부의 맹성도 촉구해야 되겠지만 이런 모습을 우리 지지층, 국민들이 보면서 불안해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친문·비명계 의원들이 이번 공천 결과가 불만이더라도 당에 남아있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말인가’란 진행자의 질문에 “저로선 그렇다”고 답했다.

◆ 새미래 “각자 판단 존중…노력했지만 더 좌고우면 할 수 없다”

11일 이낙연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11일 이낙연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임 전 실장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미래 측에선 ‘반명 결집’ 동력이 흔들리게 돼 아쉬워하는 속내를 감추지 못했는데, 이낙연 새미래 공동대표를 돕고 있는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지난 3일 이낙연 대표가 광주 출마(선언을) 시간이 바빠서 연기했겠나. 출마 선언하고서 만나도 되는 것”이라며 “(탈당을 전제로)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와 임 실장이 (빅텐트 등) 그 이상의 구상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급기야 김종민 새미래 공동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책임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미래가 임 전 실장을 포함해 민주당에서 불이익을 받은 분들로부터 여러 제안과 의사 표명을 받으며 열린 자세로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고, 임 전 실장의 민주당 잔류 결정에 대해 “각자 판단한 것이니 존중한다”면서도 “오늘 아침엔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다. 사람인데 연락은 하겠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공동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의 합류 문제로 새미래 일정을 짜기보다 힘을 합쳐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낙연 공동대표도 이 자리에서 “민주세력의 확산을 위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길을 넓히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했지만 이제 더 이상 좌고우면할 수 없어 직진하겠다. 새미래는 출범 취지대로 민주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민주당을 세우는 그런 길로 뚜벅뚜벅 직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무엇보다 이 공동대표는 “(앞으로) 큰 흐름이 막히거나 휘어지거나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설훈 의원이 ‘민주연합’으로 당명 개정을 제안했던 데 대해서도 “그동안 당원들에게 사랑받았던 새미래 당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내놨고, 김 공동대표 역시 “민주당 의원의 합류도 중요하지만 공천 파동 또는 국민의힘과 이재명의 민주당에, 방탄정치에 분노하는 민심이 중요하다. 새미래는 그 민심을 담을 그릇으로 최선을 다해 방향을 잡고 비전과 방향을 알리겠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임 전 실장의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새미래는 당 밖에서 ‘반명 세력’을 최대로 결집시켜 이 대표와 맞서려던 구상의 동력이 한풀 꺾이게 된 반면 이 대표는 탈당 행렬까지 불러온 공천 파동을 진정시킬 기회를 얻게 됐다는 점에서 두 당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데, 비록 임 전 실장은 합류하지 않게 됐더라도 홍영표 의원 등 일부 비명계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홍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임 전 실장이 컷오프 수용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저는 제 개인적 상황이 있어 나름의 판단을 해야 한다. 민주연합을 제가 얘기하고 있다”며 “현역 말고도 이번에 넘 무도한 공천 과정에서 기회도 못 갖고 억울하게 탈락한 분들이 많은데 창당에는 시간이 없어 힘을 합할 수 있는 것을 모색하려 하고 새미래와도 당연히 얘기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홍 의원은 “이낙연 공동대표는 민주당을 새로 만들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새로운 비전과 희망이 되는 정치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난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이 공동대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는데, 그 파급력은 줄었지만 임 전 실장의 당 잔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공천 파동이 지속될지, 아니면 일부 탈당에 그치는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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